[무카스 뒷담화] 파란 눈의 사나이, 택견쟁이 채드

  


인사동문화마당에서 열린 본때뵈기 2010, 채드 시연장면

낙지볶음을 좋아하는 그에게 청량고추는 더 이상 매운 음식이 아니다. 한국이 좋아, 한국의 문화가 좋아, 또 한국의 무술이 좋아 2003년에 온 이곳 대한민국은 그의 제 2의 고향이다. 올해 서른 살 미국인 채드(chad billiris, 미국)는 택견과 결혼했다. 처음 미국에서 한국의 전통무술이 합기도라 배웠고, 그래서 찾은 한국이었지만 경험해 보니 현실은 달랐다. 채드에게는 꿈이 있다. 언제가 한국에서의 긴 여정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가 한국의 전통무예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택견인 채드와의 인터뷰를 정리해본다.

- 한국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대학교 재학 시절 처음으로 사범님으로부터 합기도가 한국의 전통무술이라고 배웠어요. 합기도에 푹 빠져 살았지요. 합기도가 좋아, 깊게 배우고 싶어서 대학 졸업 이후 22살이 되던 2003년,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어요.”

- 한국 생활 힘들지 않았나요?

“한국 생활요 말도 마세요. 너무 막막했어요. 한국에 거주하는 다른 외국인들이 다들 힘들어 하는 것이 언어와 음식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배는 고픈데 식당에서 식사를 주문하다 말고,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아 도망간 적도 있었어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고 답답했었죠. 한국음식 대부분이 맵고 짜잖아요. 익숙하지 않았던 그 당시 말과 음식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햄버거나 피자보다 삼겹살 넣고 푹 끊인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더 좋아요(웃음).”

- 어떻게 극복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다행히 영어 강사로 취직할 수 있었어요.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당시 아내는 영어를 가르치는 직장 동료였어요. 합기도의 매력에 푹 빠져 매일 수련을 하는 저의 옆에서 아내가 다른 한국인들과의 원활한 만남을 위해 통역도 해주고, 한국말과 문화도 알려주었죠. 아내가 아니라 당시에는 저의 은인이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 서로에 대해 깊은 호감을 갖게 됐어요. 서로에 대해서요. 그런 시기를 거치면서 꼭 1년 만에 결혼에 성공했죠."


사위사랑은 장모라고 한다. 하지만 결혼 초기 채드에게는 없던 행복이었다. ‘일어나서 인사 안한다’ ‘반말한다’고 혼나면서 나보다 윗사람에게는 말 끝에 ‘요’를 붙여야 된다는 사실도 이때 알았다는 그다.

- 결혼 생활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매운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것이죠. 처음으로 처갓집에 인사를 갔는데, 모든 음식이 매웠어요. 어느 날 아내가 '채드, 매운 음식 못 먹으면 나랑 결혼 못해'라고 말했어요. 그 뒤로 한국의 매운 음식 잘하는 집은 다 찾아 다니면서 먹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 달간을 설사하면서 적응했죠. 덕분에 청량고추 쯤은 이제 매운 것도 아니예요.”

- 합기도에 심취해 있던 당신이 돌연 택견이라는 무예로 전향을 했는데요, 이유가?

"미국에서 합기도 검은띠를 따고 온 저는 더 깊은 수련을 하고 싶었어요. 한국에 와서 처음 대전에 있는 합기도장을 찾았는데요. 흰 띠부터 다시 하라고 했습니다. 이후 이사를 했고, 또 다른 도장을 찾았는데, 협회가 달라 다시 흰띠를 메고 수련을 시작했죠. 그렇게 전전하면서 각 협회로부터 1단만 3개를 땄어요. 이때가 조금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합기도가 한국 고유의 무술인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이런 와중에 신혼여행지에서 도기현 회장을 처음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죠."


채드의 택견 시연, 빠르면서도 부드러운 동작을 선보였다.


- 택견 수련의 시작, 어땠나요?

"대전에서 2년 동안 합기도를 배우다 서울행을 선택했어요. 아내의 반대가 심했지만 한국의 전통무예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죠. 수련은 생각대로 쉽지 않았습니다. 사범님의 말에 반문이라도 하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말이 많아’라는 꾸중을 들으면서 바닥청소를 하기도 했죠. 무술 세계의 서열과 예의 등이 바로 그때부터 싹튼 것 같아요. 꼭 나만 미워하고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한국 사람들과 저를 똑같이 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 당신이 생각하는 택견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죠?

“6년째 태견을 수련했어요. 예를 들어 합기도는 방어기술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택견은 다양한 선제 공격법이 있죠. 합기도는 도복을 입지만 택견은 한복을 입고 짚신을 신고 수련을 해요. 소소하지만 이런 것들이 진정한 한국의 전통이고, 전통 무술이라고 생각해요. 택견을 배우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졌고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죠. 오죽했으면 제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읽었겠어요?"

- 채드의 꿈은 무엇인가요?

"고향땅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문화외교관이 되고 싶어요. 현재 미국사람들이 대부분 중국과 일본의 문화는 알아도 한국의 문화는 잘 모르는 편이죠. 일본에 스모가 있으면 한국에 씨름이 있어요. 중국에 쿵푸가 있으면 한국에는 택견이 있는 것 처럼요. 저는 바로 이것을 미국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무술쟁이 채드는 남다른 꿈을 가지고 있다. 미국 자신의 고향에 한국 전통 무예마을을 짓고 싶다고 한다. 채드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고향에 한국을 선물하고 싶어요."

[김현길 기자 = press03@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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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 갈궜다는 분이 누군가 했더니 선생님이셨군요..ㅋㅋ

    2010-10-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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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관장

    하하하 ! 황관장입니다 여기서 채드씨 기사 보니 정말반갑군요 모든 열심히 하는 채드씨 어떠한 고난도 잘이겨냈으니 이곳에서 경험으로 고향땅에서 뜻한바를 이루리라 확신합니다

    2010-10-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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