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체전 과잉경쟁 여전,경기장 질서 확립해야

  

[현장수첩] 연일 판정 시비 잇따라, 불필요한 항의로 경기장 문화질서 파괴


판정에 항의하던 한 학부모가 관중석에서 뛰어내려 경기가 중단됐다.


올해도 여전했다. 미래 한국 체육을 이끌어갈 체육 꿈나무 육성과 발굴을 목적으로 개최하는 전국소년체육대회 태권도장이 시도간의 지나친 과잉경쟁으로 참가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소년체전 태권도 대회가 열린 경남 고성실내체육관은 대회 첫날부터 장외경쟁이 치열했다. 선수들의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대회 본부석과 관중석에서 고함이 잇따랐다. 한 명의 선수에게 세컨 이외 선수단 관계자 10여 명 이상이 별도의 지시를 내렸다.

경기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심판과 경기 진행요원에게 거센 항의도 이어졌다.

대회 첫날 남자 초등부 밴텀급 결승전과 관련 전라북도 선수단이 경기장을 점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3회전 상대팀 선수가 머리 공격이 들어갔다며 비디오판독을 요청한 가운데 경기는 계속 진행됐다. 경기결과 전북 선수가 11대10으로 이기는 듯 했다. 잠시 후 비디오판독 결과 머리에 맞은 것으로 판결돼 누락된 3점이 부여되면서 11대13으로 판정이 뒤엎어졌다.

전북선수단은 해당 선수에게 판정 불복을 지시했다. 어린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에 앉아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전북협회 관계자는 구두를 신고 경기장을 점거하고, 20여 분간 심판판정을 거세게 항의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오후 경기에 들어서자 시도별 경쟁이 더욱 과열됐다. 조금이라도 판정이 양에 차지 않으면 과격한 행동을 취하며 심판과 집행부를 향해 심한 욕설과 고함을 질러댔다. 비좁은 경기장에 시도별 관계자들로 ‘시장터’를 방불케 했다.

집행부 일부는 주위 분위기가 심각해도 여유가 넘쳤다.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의 의례적인 ‘액션’으로 단정 짓는 양상이었다. 실제 격분하던 시도협회도 잠시 후면, 집행부와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대회 마지막 날은 심판판정과 관련한 아찔한 사고가 벌어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여자 헤비급 준결승전에서 인천대표에게 패한 경기대표 선수 모친이 5미터 높이의 관중석에서 몸을 던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였다. 일순간 모든 경기는 중단되고 사고를 수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모친은 떨어진 직후 힘없는 목소리로 “소송, 소청”을 울부짖었다.

대한태권도협회 양진방 사무총장은 한 참 뒤 “너무 놀랐다. 빠르게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판정은 정확했다. (지도자) 판정에 항의하는 것은 좋지만, 절차에 의해 적당히 해야 한다. 오늘처럼 격하게 하다 보니, 부모로서 오판된 것으로 이해하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다시 한 번 해당 팀 지도자에게 관련 영상을 보여주고 판정의 정당성을 확인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판정시비를 둘러싼 항의가 잇따르니 경기장 질서는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경기장 내는 선수, 지도자, 진행 관계자 이외 출입이 제한된다. 하지만, 각 시도협회 전무이사와 임원들이 몰려들었다. 규정이 소용이 없었다. 집행부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출입제한을 해야 함에도 이를 막지 못했다.

여러 시도협회가 경기장 주변을 장악해도 묵묵히 관중석을 지키던 한 시도협회 전무이사는 “체전 때마다 이런 모습(판정시비) 지켜보기도 싫증난다. 우리는 ‘깡’이 없어 가만히 있는줄 아느냐”며 “태권도를 위한다면 제발 자중들 했으면 한다. 이런 모습들이 우리들 얼굴에 침 뱉는 것과 같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전국체전과 다르게 소년체전은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지도자와 협회 관계자는 소속팀 선수가 경기에 패하더라도 미래의 꿈을 져버리지 않도록 격려와 용기를 심어 주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하지만, 어린선수에게도 지나치게 승패에 연연하는 것은 지나치다. 어린 선수에게 도덕과 인성을 가르치기 전에 어른들 스스로 모범적인 행동과 양식을 갖추길 기대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국소년체육대회 #소년체전 #판정시비 #무질서 #과잉경쟁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
  • 사문혜명

    기자님에 글을 읽어보면 무도를 사랑하시는 마음을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수고에 송구히 감사드립니다.

    2011-06-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누구만

    완전히 어이없는경기였죠

    2011-06-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아가리

    지나친 경쟁의식이죠 죄없는 학생들이 불쌍하고,그렇게 만드는 대태및 각 지역 심판들의 그릇된 사고방식이 문제일듯. 공명정대하게 심판을 본다면 왜이런일이 있을까요. 저도 소체에서 구경도 했지만 만연된 승부조작 프로축구판은 애들 장난일 겁니다.제발 자라는 새싹들에게 너무 어릴 때 부터 세상의 그릇된 방식을 공부 시키지 말죠. 심판,각 팀 코치선생님들,그리고 부모님들. 다같이 보다 멀리 보시죠.급격히 줄어든 초등 선수부들 생각해보세요.왜일까?
    경기장에 갈적마다 답답 합디다. 이번 소체는 전자호구라고 그래도 예년에 비하면 ㅋㅋㅋㅋ
    하지만 매년 또 그러하겠죠. 내년 이맘때면......,

    2011-06-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일단

    경기장에 가보니 질서대책위원들이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있었다! 경기 임원외에는 전체 단상으로 올리던지, 바깥으로 나가라고 해야 하는데 모두 1층 경기장 코트 근처에서 보고 있었다. 그것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기사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2011-05-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