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권도를 통한 남과 북의 만남

  

김상명 사범의 하나 된 태권도를 꿈꾸다 - 이야기 하나


출발, 사할린으로

내 태권도 인생에 첫 해외 파견 시범은 우즈베키스탄. 벌써 10여 년 전인데도 그때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 추억이 떠올려지고는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고려인’이라는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고 같이 지냈던 것이다.

고려인….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가며 그들에 대해 공부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간 3곳의 중앙아시아 국가와 4차례 러시아를 다녀오면서 고려인들을 만나온 나로서는 이번 러시아 일정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그리고 올해. 태권도 인생에 잊히지 않을 매우 뜻 깊은 행사에 다녀왔다.

필자인 김상명 교수(좌)가 이용주 교수(새한대)와 북조선태권도시범단 감독(주앙)과 함께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5일까지 러시아에 다녀왔다. 고려인이 두만강을 건너 중국과 러시아에 정착하기 시작한 지 150주년 맞아 대한민국의 태권도 시범단(태권도외교재단)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태권도 시범단(ITF)이 초청돼 하나의 무대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며 떨어져 있는 한민족의 우애를 다지는 축제행사였다.

(잠시, 고려인에 대해 설명하자면 1863년 두만강을 건너 이민한 한국인이며 1937년 중·일전쟁 후 스탈린 독재에 의해 강제로 중앙아시아의 황무지로 내버려졌으나 무궁화같이 삶을 피워 올린, 비록 현재 국가는 다를지언정 스스로를 카레예츠(고려 사람)라고 인식하는 한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공항은 아침 7시부터 성수기인 7~8월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출국하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너나할 것 없이 자신보다 커 보이는 가방을 한손에 쥔 채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인다. 덕분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수고를 했지만 다행히도 단원들의 얼굴에는 설레임으로 차 있다.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섬으로 형성된 주(州) 사할린. 3시간을 채 날아가지 못하고 발을 디딘 그곳은 한국보다 시원한 날씨로 우리를 맞이했다. 유즈노사할린스크 공항에서 5분도 되지 않는 호텔(가정집에 가까운)에 짐을 풀고 고려인협회장의 인도로 점심식사를 했다.

고려인은 우리의 식생활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10년 전 우즈벡에서 먹었던 국시(냉잔치국수라)는 여기서도 나를 반겨주었고 돼지고기와 김치, 생선 찌개는 그들이 한인이라 말하지 않아도 대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우리의 그것들과 많이도 닮아 있다.

마치 2시간을 차로 달려 시골에 내려와 푸짐하게 나온 시골밥상으로 포식을 하고 정원에 앉아 휴식을 즐기듯, 이틀 뒤 시작 될 시범일정을 잠시 잊어버린……. 나에게 이 땅은 그런 낯설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 남과 북의 만남 그리고 헤어짐

북조선 태권도 단원과의 첫 만남은 일정 이튿날인 29일 점심을 하며 이뤄졌다.

버스에서 내린 그들은 90년대 우리에게 유행했던 큰 바지통의 검은 정장을 입고 가슴에는 하나같이 북조선 인공기와 김일성·김정일 얼굴이 담긴 배지를 달고 마치 어제 깎은 머리마냥 진실 되게 단정한 머리와 전혀 화장을 하지 않은 주근깨가 보이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웃음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얼굴로 우리와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 그들만의 대화, 그 대화에서 엿들을 수 있는 북한의 사투리가 조금 편안하게 느껴진다 싶더니 조금씩 그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고, 우리는 틈만 나면 이것저것 물어보며 실없는 농담도 건네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조금씩 친해지게 되었다.

북조선 태권도협회와 기념촬영 외


다른 이념과 사상을 가진 우리가 섞일지 조금은 의아했던 나였지만 6일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그런 오해는 오래 가지 않았다. 시범 전에 있어서는 서로를 격려해주고 시범 후에는 식사를 하며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사할린 지역 시범일정을 마치고 8월 2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게 되어서는 그간 제법 친해졌는지 기내에서 버스까지, 이동하는 내내 서로 사진도 같이 찍고 각자의 휴대폰에 가족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들도 지갑에 있는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보여주곤 했다. 6일간 우리는 낯설지 않았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8월 4일 아침. 그들은 처음 보았을 때의 정장차림으로 우리와 이별을 맞이했다.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나도 짧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버스에 짐을 싣고 떠날 채비를 하는 단원들과 같이 사진을 찍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잘 가요! 수고하셨어요!”
“우리 ……. 다음에 꼭 다시 만나요!”
버스 안에서 손을 흔들어주며 활짝 웃는 그들을 꼭 다시 보고 싶어졌다. 태권도를 계속 한다면 꼭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다음 편에는
-한민족, 아픈 과거
-우리는... 태권도 시범단
-다른 나라, 같은 민족, 그리고 통일

[글. 김상명 교수 | 한중대학교 태권도학과]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중대 #김상명 #러시아 #사할린 #조선태권도 #북한태권도 #itf #남창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
  • 홍준혁

    쉽게 만날수없던 북조선 사람들을 태권도를 통해서 만날 수있다는 것이 놀랍고 앞으로도 같이 시범하는 날이 많아졌으면 좋겟습니다. 꼭 다시 한번 만나실수있기 바랍니다.

    2014-08-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김솔

    두 개가 하나가 되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나봅니다.
    더군다가 태권도로 이뤄졌다니 보는사람으로써도 뿌듯함을 느낍니다^^

    2014-08-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변세희

    제일 가까이있지만 가장 멀게 느껴지는 나라가 북한이라 생각이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태권도로 남북한이 만날 수 있다는게 정말 신기하고 다음에도 이런 좋은 기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2014-08-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채충식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이 었습니다. 남승현 교수님. 손상미 교수님.김상명 교수님.이용주 교수님 과 한께한 단원들 모두 감사 드립니다.

    2014-08-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유종윤

    이번 러시아 파견을 못가서 정말 아쉽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좋은 기회가 있다면 꼭 가고싶습니다

    2014-08-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이솔

    북조선 사람들과의 만남은 정말 잊을수 없는 추억이될것같습니다

    2014-08-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김수호

    태권도를 하는 사람으로써 전쟁으로 분단된 나라가 태권도로 모여 문화를 교류하는 모습이 멋지고 또한 앞으로의 후손들이 북한과 더욱 더 접촉할수잇는 기회를 만들어낼수잇지않나 하는 생각이듭니다.

    2014-08-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김남호

    이번계기로인해 북한과의 친밀도가높아졌으면좋겠습니다. 저도나중에 시범에참가시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4-08-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고현재

    북조선과의시범은엄청큰경험이었을거같습니다!하루빨리다시한번시범할수있는기회가오길바랍니다!

    2014-08-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