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북 태권도 시범단 합동 공연… 우리는 태권도인!

  

김상명 사범의 하나 된 태권도를 꿈꾸다 - 이야기 둘


-한민족, 아픈 과거

사할린 희생 사망 동포 위령탑


(1편에 이어 계속) 이번 일정동안 뜻 깊었던 점은 고려인협회에서 주최로 남북 태권도시범단이 같이 자리한 것이다. 시범 외 일정인 관광을 통해 우리에게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려는 취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기간 내 관광차 다닌 사할린 여러 장소는 우리민족에게는 뜻 깊은 장소였다. 강제 징용되어 버려진 고려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비와 독립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린 위령탑.

선조들이 지키고자 했던 땅이요, 애국지사들의 뜨거운 피가 뿌려진 땅이었다. 고려인은 그들을 기리기 위해 비석을 세웠고, 그 석탑은 세대를 넘어 우리 앞에 면면히 자리하고 있었다.

먼저 준비해 놓은 꽃 한 송이씩을 들고 비석 앞에서 모두들 묵념이 이루어졌다. 하나의 나라를 이루던 100여 년 전, 민족의 아픔을 딛고 꿋꿋하게 이 땅위에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는 고려인들과 조선의 독립을 위해 뜨거운 피와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순국선열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빛을 보았으나 하나 된 나라로 일어서지 못하고 반세기 넘게 통일을 장담하지 못하는 죄스런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우리는... 태권도 시범단


북한태권도시범단 여성단원과 함께


사할린 내에 홀름스크, 네벨르스크, 유즈노사할린스크 마지막으로 연해주 지역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4번의 태권도 시범을 하기로 되어 있다. 가수의 축하노래, 러시아 무용단의 민속춤, 아이들의 재롱잔치 등 자축행사가 끝나고 러시아 태권도 시범단의 시범, 그리고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태권도시범인 주 행사가 시작되었다.

40분 정도의 북측의 태권도 시범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지난 2002년 서울을 방문했을 때의 시범과 크게 다른 변화는 보여주지 않았으나 그들이 전달하는 태권도의 강인함과 묵직함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다.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상기하자면, 우선 호신술에 있어 서로의 방어와 공격이 대부분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태권도에서 말하는 ‘일격필살’은 빠르고 정확한 급소의 가격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기술은 자제하고, 단순하면서 파괴력 있는 기본적인 손동작과 발차기를 이용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방어의 개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여러 상황을 고려한 호신술을 보여줌으로써 시범 전체에서 차지하는 호신술의 비중이 약하지 않았다.


태권도 시범이 끝나고 악수하는 장면


두 번째로는 손과 발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격파를 보여준다. 발차기 격파에 비중이 높은 우리의 시범과 비교할 때 화려하거나 장애물을 이용한 고도의 격파를 하지 않지만 손기술과 발기술을 적절하게 이용, 빠르게 이동하며 마치 맞서기(ITF)를 연상케 하는 격파를 보여주고 있다.

시범의 마지막, 위력격파는 격파자의 위용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을 연출한다. 바닥에 놓인 11개의 각 격파물(기와, 대리석, 벽돌등이 2열 횡대로 나열되어 있다.)을 손의 부위(주먹, 손날, 메주먹등)를 이용해 단번에 격파한다. 심호흡 후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마지막 격파를 끝내고 무대 밖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현지의 관람자들은 다른 어떤 시범보다 많은 박수를 보내주었는데, 격파자는 북측시범단의 감독으로 만찬 때 서로 나눈 대화에서 ‘조선인의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 북한태권도시범단의 목적이라고 말하며 태권도는 어떠한 무도보다 강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나는 여기서 남과 북의 태권도 시범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남한과 북한의 태권도는 다른 길을 걸어왔고, 이제 조금씩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적지 않은 기회도 생겨나고 있기에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보완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만찬장에서 각 측의 태권도 시범을 본 현지인들은 관람 후의 느낀 점을 여과 없이 우리에게 드러냈다. 비교적 남한의 시범은 ‘멋지고 화려하다, 놀랍다’는 찬사를 받았고, 북한 시범단은 ‘강하다, 파괴력이 돋보이며 위협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시범의 평가는 관객들의 몫으로 하고, 그렇게 4일간 우리는 같은 시범을 같은 무대에서 행하였다. 같은 무대에서 시범을 보이고 서로 악수하며 격려하는 남과 북의 태권도시범단원들을 보며 말 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태권도인, 태권도 시범단이다.

(다음에 마지막 편이 연재 됩니다.)

[글. 김상명 교수 | 한중대학교 태권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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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충식

    남과 북의 태권도 시범을 보며 느낀 점 많은 공감 합니다!^^

    2014-09-0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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