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원 개원식, 주인공 돼야할 태권도계 ‘찬밥 신세’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 성대한 개원식의 옥의티 홀대받은 태권도인들


태권도원 개원식에 참석한 주요 내빈


2014년 9월 4일은 전 세계 태권도계에 매우 뜻깊은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태권도 종주국 대한민국에 세계 태권도인의 성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는 ‘태권도원’이 정식 개원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애초 4월로 예정된 개원식이 세월호 참사로 잠시 연기되었지만, 태권도의 날에 맞추어 개원식을 하게 돼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될 듯했다.

개원식은 성대하게 준비되었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집권여당 최고대표인 김무성 위원,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차관 등 정부와 정치계를 대표해 참가했다. 태권도계에서는 살아 있는 전설 노병직(송무관 초대관장), 박철희(강덕원 초대관장) 원로와 국기원 9단고단자회, 정만순 국기원장, 김태환 대한태권도협회장과 임직원 그리고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물론 이반 디보스 부총재인 IOC위원(페루)과 집행위원, 대륙연맹 및 각국 협회장 등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문제는 2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개원식 행사. 태권도인의 큰잔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태권도계는 철저하게 찬밥 신세를 당했다. 전국 각지에서 멀리 페루에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찾은 태권도 귀빈에 대한 소개조차 없었다. 모든 행사는 국무총리를 주빈으로 진행됐다.

국책사업으로 사업비를 정부에서 지원했기 때문에 국무총리가 주빈으로 진행되는 건 당연하지만, 태권도 성지를 조성할 수 있기까지 세계화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등에 힘쓴 세계 각국의 태권도인과 인사들의 노고가 없었더라면 태권도원 조성이 가능했을까. 당연히 태권도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의 소개와 축하메시지를 들어야 하나 이번 행사에서는 쏙 빠졌다.


태권도원 개원식 기본계획


애초 태권도원 개원식 기본계획에 따르면, 태권도원 조성과 앞으로 운영할 태권도진흥재단 배종신 이사장의 조성 경과보고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의 영상 축사 그리고 국무총리 축사가 전부였다. 국내에 있는 태권도계 4개 단체 어느 곳에도 축사가 없었다.

쉽게 이해할 수 없지만,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참석한 행사는 주빈 이외 누구의 축사도 없는 게 관례라며, 태권도 단체장의 축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사전 협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개회식이 끝나고 곳곳에서 잡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최고대표위원을 시작으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설훈 위원장, 국기원 홍문종 이사장(국회의원)에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의 축사가 이어졌다. 사전 계획과 단체 간 협의가 이뤄진 내용과 달리 정치권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작 태권도원 행정장이면서 앞으로 지원할 전라북도 송하진 지사도 배제돼 큰 불만을 샀다.

미국, 캐나다, 태국, 이집트, 모로코, 멕시코, 독일, 아프가니스탄, 페루, 온두라스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도 있었는데 동시통역도 없이 한국말로만 떠드는 꼴이 됐다. 손님들에 대한 기본 예의를 지키지 못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온 한인사범과 외국인은 태권도원 뜻깊은 행사에 국기원 원장과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IOC위원의 축사는 몰라도 제대로 된 소개를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행사를 주관한 태권도진흥재단 측에 강한 항의가 쏟아졌다.

그러나 당황스러운 것은 진행재단 측도 마찬가지. 행사 시작 전까지 여야 정치인 대표로 김무성, 설훈 의원에 한하여 간단한 인사정도 하는 것으로 다수의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행사 도중 예정에 없던 홍문종 이사장의 축사는 사전에 협의가 없었기에 의아해했다. 유진환 사무총장도 당황한 듯 개원식이 끝난 후 경위를 알아보기 바빴다.

한 태권도 중진은 “우리 태권도인에게 숙원인 태권도원 개원식이 정치인들 때문에 반쪽짜리가 됐다. 정치인들 덕에 이 위대한 시설이 조성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우리 태권도인 없었더라면 우리나라 대표문화인 태권도 시설을 계획이라도 했겠느냐”며 “역사적인 순간 태권도계를 대표하는 인사말은 시간이 없어 못 한다면, 주요 인사들 소개라도 해야 하는 게 기본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중진 역시 “IOC위원장이 영상으로 축사를했지만, 오늘 우리 태권도원을 축하하기 위해 멀리 페루에서 20시간 넘게 온 이반 디보스 WTF 부총재 겸 IOC위원이 참석했다. 누구보다 태권도를 사랑하고, 친한파인 그에게 외교적 결례를 했다”고 지적했다.

태권도 행사 때마다 개회식 의전과 내빈 소개와 축사는 늘 말썽이다. 위치와 권위에 따라 좌석 배치가 다르고, 축하 역시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 하는 것에 따라 늘 말썽이다. 그래서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으로 개회식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그래서 간소하게 꼭 소개해야 할 사람, 인사를 전해야 할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태권도원 개원식에서는 정부를 대표해 국무총리, 태권도를 대표해 태권도 본산 국기원장과 206개 회원국을 대표해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그리고 국제 스포츠계를 대표한 IOC위원은 격려와 태권도 전망과 가치를 개원식에 참석한 2천여 명과 함께 공유했어야 한다.

그리고 김운용 전 IOC부위원장의 불참을 두고 국내외 수많은 태권도인이 의구심을 나타냈다. 태권도 세계화를 위해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을 창설하고, 1994년 파리 IOC총회에서 스포츠외교력으로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태권도원이 조성되는데 빼놓아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운용 전 총재 측은 사전 초청은 있었지만, 선약이 있어 불참하게 되었다고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행사를 준비하는 측에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초청했더라면 태권도원 개원식보다 중요한 일이라도 포기하고 참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무카스미디어 = 무주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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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바른 지적 바른말

    어디에서도 보지못한 속시원한 기사였습니다.
    태권도의 날, 태권도를 위한 행사에 객들이 주인 행세를 한 꼴이 됬지만....
    태권도원은 태권도인이 지키고 활용을 잘해야 합니다. 국기원이 정신차려야지요.
    이제 정치인,정치꾼 내쫒고 바로세워야지요. 사범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인노릇을하면
    되는데 전부 무관심이라 안타까웁습니다.전문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한기자 파이팅 11

    2014-11-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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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관장

    태권도도 권력의
    한 부분입니다.
    권력대로 적절히 하면 됩니다.
    인맥 잘 쌓고 인맥으로
    태권도가 더욱 사람을 중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중심의 사람들과 인맥을 쌓도록 노력하세요

    2014-09-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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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타까움

    태권도원 개원식의 역사적인 날 정작 일선 태권도인들은(현직 도장) 하나도 초청 안하고
    무주군 어르신들(2천명 내)만 동원해서 자리를 채웠다.
    태권도원은 지금도 대외 홍보나 자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어떠한 능력도 마음도 없다.
    책임을 지고 이사장과 지금의 이런 사태를 만든 원흉인 사무총장 그리고 나름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본부장은 버티다가 연금 받으며 평생 편안한 여생을 살 생각 말고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조용히 물러 나시오...
    태권도 기관들은 참 한심하지만 태권도인들은 바보가 아니오...

    2014-09-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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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태

    원래뭐든지 그렇습니다 세상살이가 보기는 좋은데 속은 없는것 밥상차려주는사람따로 와서 수저만 드는사람따로 설거지하는살마따로 이게 돈과 권력있는자들 모습이지요 태권도원개원식에서도 보여졌을겁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들의 산실이 되어야할 원이 그들만의 놀이터가 되어가는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닙니다 앞으로 미래에도 그럴것입니다 현지도자들은 열심히 일하는 일벌이요 윗에 있는 사람들은 여왕벌이지요

    2014-09-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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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포

    항상 아쉬운점을 기자님이 콕 ! 찍으셨슴니다
    마지막에 김운용 전총재님에 대한 거론은 날카로운 지적 입니다
    한국 정치가 태권도를 이용해 좋은 발전을 한다면 다행이지만
    여전히 옛날처럼 정치에 태권도 원로이하 모두를 허수아비로 세워놓고 이속은 정치인들이 챙기고
    있는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무지한 무도인은 항상 허수아비가 되고 뒤에서 불만만 토하는 현실이 ...... 정말 왜 태권도를 지금까지 했나하는 후회까지 들게 합니다. 저도 허수아비가 되어있네요 ㅠㅠ

    2014-09-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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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어나

    태권도인 여러분. 도대체 뭘 더 기대하고 계십니까? 우리 태권도인들의 열정과 염원을 담은 태권도원이 그 꽃을 피우기도 전에 처참하게 시들어 가고 있습니다. 태권도재단 사무총장과 본부장의 사리사욕과 독선,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직원 줄세우기, 구성원들 간의 편가르기, 감시와 협박.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추악한 모습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물며 국민들의 혈세로 조성한 태권도원은 어느 시골 놀이동산만도 못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시설 이용료에는 원칙과 기준도 없이 태권도인들이 일반단체방문객만도 못한 처우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더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썩고 병든 태권도원의 암덩어리들을 도려내고 태권도인의 힘으로 우리의 태권도원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2014-09-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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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브이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이 자기 입지를 위해서만 혈안이 되어있고, 오직 유력 정치인에게 잘보이는게 목적이라 그런거지요. 정작 개원식 행사의 목적과 취지가 무엇인지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태권도원? 개나 줘버리라고 하세요. 애시당초에 글렀습니다. 태권도인은 생색내기용으로 계약직과 비정규직에 달랑 몇 사람 채용하고, 명절과 휴일에는 정규직들은 다 놀고 쉬면서 계약직 태권도인들만 근무시키는 그런 썩어빠진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태권도원이 이모양 이꼴인 것입니다. 높으신 양반들 다 물러나세요. 제발 !!!

    2014-09-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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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도전

    가진자들의 오만과편견은 나라를 뿌리째 흔들어 버리고 쥐새끼들 처럼 쏜살같이 사라질것이다.머슴들이 주인장 노릇하는 식민지나란 그렇다는 것이다.우리나라에는 태권도9단들이 줄비하다?그러나 정치인들만의 잔치는 너도나도 부끄러운 현실이다.새누리당 김무성대표가 대통령처럼 넘버원으로 서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친박세력도 아닌데 나대는것은 좀 그러네 나중에 토사구팽감은 아닐런지 궁금하다.태권도인들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정치인들은 말로가 잔인스럽게 당했다.문화가 바로서야 나라가 부흥한다.자국의 문화를 얍잡아보고 권력으로 무시하는 행위는 죗값을 치뤄야한다.50년여년 장인의 길을 걸어온 태권도원로들이 종이 같은 권력자들의 손에 휘들리는 푸대접을 받는 현실이라면 망연자실이다.

    2014-09-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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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범

    항상 정치꾼들 때문에 태권도가 망치는구먼....

    2014-09-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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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원

    태권도원도 충주세계무술축제 꼴 날 것 같다. 졸속행정의 폐해.

    2014-09-0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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