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무술사범이 벼슬을 하는 것은 아닌 이유?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57


‘주식회사 최고봉’은 신규직원 채용공고 ○명을 ‘일간지’마다 게재하였습니다. 채용공고를 보고 원서를 접수한 28명 중 서류전형으로 8명을 선발하고, 마지막 면접일정을 서류합격자에게 통지하였습니다.

면접당일. 새로 맞춘 양복에 용모도 단정하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8명은 면접장소인 2층 소회의실로 모두 모였습니다. 면접제목이 흑판에 큰 글씨로 쓰여 있는데 “스님에게 나무빗을 팔아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면접관이 서류전형에 통과한 8명에게 흑판에 있는 제목을 가리키며 앞으로 일주일의 시간을 줄 테니 여기 있는 나무빗 샘플을 들고 나가 스님들에게 나무빗 납품 오더를 받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얼마나 끈기 있는 노력과 열정으로 임무를 수행하는가의 극기를 테스트 해보려는 회사의 방침이었습니다.

이 내용을 들은 서류전형 합격자 8명 중 5명이 스님에게 어떻게 나무빗을 팔 수 가 있냐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시작도 해보기전에 스스로 포기를 하고 회사를 떠나 버렸습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이갑돌, 박을수, 정병호 세 사람 뿐이었습니다.

면접관은 이들 세 사람에게 일주일 후 납품 오더를 받아 온 후 이 자리에서 만나자고 하고는 돌려보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 세 사람이 모두 돌아왔습니다.

이들의 납품 오더실적은 이갑돌 1개, 박을수 10개, 정병호 1천개.

면접관이 한 개를 판 이갑돌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갑돌은 “저는 절마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스님에게 나무빗을 사 달라고 하면서 부탁을 하였는데 스님들마다 나는 머리카락이 없어 필요 없다고 하면서 거절했었는데 그 중 한 스님께서 머리가 가렵다고 하시면서 1개를 사주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다음에는 열 개를 판 박을수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박을수는 “저는 스님들에게 신자들의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기 위하여 절에 하나씩 비치 해 달라고 하면서 부탁을 하여 10개의 오더를 받았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1,000개를 판 정병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일주일이 너무 짧았습니다. 앞으로 더욱 많이 팔릴 것입니다. 저는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유명한 절들을 찾아가 주지스님을 만난자리에서 스님에게 이런 곳까지 찾아온 신자들에게 부적과 같은 뜻 깊은 선물을 하라고 설득하면서 빗에다 스님의 필체로 적선소(積善梳 : 선을 쌓는 빗)라고 새겨주고 주지스님의 이름을 써 넣으면 더 많은 신자가 찾아 올 것이라고 말하니 흔쾌히 몇 백개씩 사 주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하면 만개 이상은 더 팔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말하였습니다.

청쥔이 ‘유비처럼 경영하고, 제갈량처럼 마켓팅하라.’에 나온 글로 내용이 좋아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위의 글을 읽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여기에는 두 가지의 핵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사실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의 전환이고, 두 번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 프로페셔널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스님이 빗을 사는 근본적 이유는 빗을 통해서 많은 신자를 모집하려는 것이었고, 그렇게 모집된 신자는 보시(布施)를 통해서 절의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빗을 판매하는 사람이나 빗을 사는 스님이나 여기에는 팔아야겠다는, 그리고 신도를 모집해야겠다는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이 있는 것입니다.

간혹, 종교를 이용하여 돈을 벌어서야 되겠느냐?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대상에 관계없이 이러한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을 좋아하고 이것이 주체가 되면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이나 대인관계를 비롯하여 가족관계까지 좋아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위의 일화는 무도를 지도하는 사범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래전 공권유술을 수련했던 청년이 수학을 지도하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을 때,나는 매우 기뻤습니다. 그와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던 중 “수학 교육자가 되고 싶었던 근본이유는 무엇이냐?”라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학생들의 인격수양을 함양하여 바른길로 인도하고자 선생이 되었습니다.”라고 서슴없이 대답을 했습니다.

만약 공권유술을 지도하는 사범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고 그가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통해서 바른 어린이, 바른 청소년이 되어 사회에 역꾼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자 공권유술 사범이 되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면 어쩌면 나는 사범에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교수에게 수억이나 되는 비싼 연봉을 지급하는 이유는 돈을 주는 만큼 연구실적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고, 높은 고수익을 얻는 만큼 학생들에게 좀 더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의 자세로 학생들을 지도하게끔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훌륭한 교수일수록 이러한 프로페셔널한 마인드가 잘 성립되어 있습니다. 대학교수나, 고등학교선생이나, 유치원선생 모두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자로써 학생을 지도한다는 기본적인 틀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가 고등학교 수학교사가 된 이유는, 안정된 봉급과 직장 때문일 것이고 각종 공휴일에 편히 쉴 수 있으며, 여름방학, 겨울방학을 비롯한 봄방학의 장기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학생들의 인격수양의 함양과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학선생이 되었다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하여 야학을 열거나, 학교가 없는 산간벽지에서 교실을 열거나 또는 열악한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는 후진국으로 나가 교육을 하는 것이 인류를 위하여 훨씬 더 높은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선생님이라도 무보수로는 일을 하라고 하면 누가 그 일을 할까요?수학선생의 근본은 학생들에게 수학을 잘 지도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자신이 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상 완전한 전문인의 생각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달라고 학교는 선생에게 봉급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무술하는 사범이 돈에 욕심을 가져서야 되겠냐는 말이나, 진정한 무술인은 무술을 이용하여 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무술을 지도하는 사범의 입을 통해서 들을 때마다 정말 가소로운 소리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과 입에서 나오는 말이 전혀 상반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만 모두들 고개를 끄덕여 주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만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교육자는 자신의 생계를 위하여 돈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일단 돈을 받으면 최선을 다해서 학생들을 지도해야하는 것입니다. 받은 돈 만큼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학생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이고, 받은 돈 만큼 제 값을 못한다면 그것이 한국 교육이 되었건, 한국의 무술도장이 되었건 직업으로 삼지 말고 다른 길을 알아봐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타고 다니는 자가용이나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누구의 돈에서 나온 것인지 생각해 본다면 학생들에게 대하는 태도를 조금은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무술을 지도하는 사범이 결코 벼슬을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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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져지 이사범

    항상 뜻있는글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2014-10-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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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크리스님 마음상하게하는 비판이아니라 허튼소리 강준사범님의 일선 지도자들에게 주는 교훈을 알아주셨으면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불교,교회 신도 모집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각박한 현실에 처해 허우적 거리는 무도체육관 지도자들에게 주는 의미있는 교훈이고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2014-10-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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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

    그 신도 모으기에 한창인 한국 대형 교회가 어떤 꼴인지 알고나 하는 말인지. 부정적인 마음이 아니라 비판적인 사고입니다.

    2014-10-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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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항상 좋은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함을 표합니다. 체육관 운영은 곧 교육사업입니다. 철저한 마케팅을 기본으로 수련생들을 모집하여 철저한 교육으로 인제를 양성하고 사회에도 이바지 할 수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도자가 할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크리스님 신도를을 모아야 구제하든 적선하든 할것아닙니까? 삐딱한 마음,부정적인 마음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 뿐입니다. 마음의 건강을 빕니다.

    2014-10-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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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사범

    혼자보기에는 아까운 글이네요.

    2014-10-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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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진영

    그냥 눈으로 읽고 고마운 마음으로 지나치기에는 새길 부분이 너무 많아 감사의 글을 남깁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나눠 주시길 바랍니다.

    2014-10-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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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술인

    깊이 공감을 합니다...

    2014-10-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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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

    한국 개독들은 엄청나게 프로페셔널한 거군요. ...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승려가 되고자 함은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거지 신도를 모으기 위함이 아닙니다.

    2014-10-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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