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GP] '경량급'마저 침몰… 둘째 날 ‘노메달’

  

월드챔피언 김소희-김태훈-차태문 예선탈락… 이란은 금메달 2개 휩쓸어


월드챔피언 차태문이 예선에서 이란 선수에게 점수차승으로 패한 후 고개를 숙였다.


지난 아스타나 그랑프리에 이어 한국 태권도가 또다시 대회 이튿날 경기에서 '노메달' 악몽이 재연됐다.

한국 태권도에 마지막 자존심은 경량급이다.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아직 경량급은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번 그랑프리에서는 그 강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월드챔피언 세 명이 금메달 2개 이상을 목표로 나섰지만 모두 노메달에 그쳤다.

25(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 센트럴콤플렉스에서 열린 ‘2014 세계태권도그랑프리 3차전’ 둘째 날 경기에서 한국은 세계선수권 2연패와 최근 아시안게임까지 휩쓴 여자 -49kg급 김소희(한체대), 2013 푸에블라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나란히 딴 김태훈(동아대)과 차태문(한국가스공사)이 남자 -58kg급에 출전했지만 모두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

한국 태권도 선수단은 이날 최소 금메달 1개 이상은 무리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때문에 예선에서 줄줄이 탈락하고, 유일하게 8강에 진출해 금메달을 노렸던 김태훈마저 무너지자 선수단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지난 2차전과 달리 에이스가 총출동했는데도 결과는 오히려 나아지지 않았다.

남자 -58kg급은 반드시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했다. 금메달 보증수표 김태훈(WTF 올림픽랭킹 1위)과 차태문(5위)이 동반 출격했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결승에서 금메달을 놓고 겨루는 상상은 일찌감치 깨졌다.

김태훈은 16강에서 대만의 황 천진(22위)을 다양한 기술로 16대4 점수차승으로 제압했다. 183센티미터인 김태훈은 이 체급에서 장신으로 통하는데 8강에서 맞붙은 중국의 슈웨이 자오(36위)의 키는 1미터 88센티. 더 큰 상대지만 충분히 체력과 기술로 이길 것으로 낙관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상대는 위력적인 얼굴 발기술로 위협하더니, 결국에 김태훈의 안면을 가격하며 승기를 빼앗아갔다. 커트 몸통 공격으로 초반 벌어진 점수차를 동점까지 만들었으나 3회전 종반 결정적으로 머리공격을 또한번 허용하며 6대11로 패했다.


김태훈이 중국의 슈에이 자오를 맞아 경기를 쉽게 풀지 못하고 있다.


차태문(5위)은 이란의 아수르자데 팔라 파르잔(16위)에게 주먹 기술로만 7점을 허용하고, 기술로 크게 뒤지며 3회전 경기 종료 직전 20대8로 점수차승으로 패했다. 상대는 올해 5월 열린 아시아선수권과 최근 열린 코리아오픈, 아시안게임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산소탱크 김소희는 약체로 평가했던 헝가리의 곤다 이베트를 첫 경기에서 맞아 3회전까지 접전을 펼치며 9대9 동점으로 평행선을 달렸다. 마지막 연달아 몸통 공격을 허용하며 10대13으로 패해 입상에 실패했다.

지난 아스타나 2차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재아(삼성에스원) 역시 같은 체급에 출전해 함께 금메달을 노렸으나 16강에서 도전을 멈췄다. 첫 경기에서 캐나다의 양 예베테를 6대3으로 꺾었다. 러시아의 리치지나 알렉산드라와 맞붙은 16강에서는 두 차례 얼굴공격을 시도했으나 전자 헤드기어는 반응하지 않았고 5대10으로 패해 분루를 삼켰다.

남자 -80kg급 김유진(한국가스공사)은 32강 첫 경기에서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크리스마니치 세바스찬(아르헨티나)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6대1로 패했다.

한국은 대회 마지막 날에는 남자 -68kg급 이대훈이 막힌 금메달을 뚫을 주자로 나선다. 같은 체급 김훈(삼성에스원)과 여자 -57kg급 김소희와 이아름(이상 한국체대)도 도전에 나선다.

한편, 이날 이란은 경량급과 중량급 남자체급을 모두 휩쓸었다.

김태훈이 올림픽랭킹 1위를 기록 중인 남자 -58kg급은 이란의 파르잔 아슈르 자데 팔라가 김태훈을 8강에서 꺾고 결승에 진출한 중국의 슈웨이 자오를 연장접전 끝에 승리해 아시안게임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남자 -80kg급도 이란이 정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 한 바 있는 마흐디 호다바크쉬(10위)가 준결승에서 같은 나라인 마소우드 하지자바레흐를 이기고 결승에 올라 맨섬 아론 쿡(1위)을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론 쿡은 준결승에서 독일의 타지르 구엘렉을 1회전 뒤후려차기로 KO승을 거둬 태권도 진수를 보여줬다.

예선에서 모두 탈락한 한국 선수단은 준결승과 결승이 열리는 저녁 세션 경기장을 지키며 다른 국가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며 전력을 분석했다.


[무카스미디어 = 영국 맨체스터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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