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한국 태권도… ‘세컨도 못 보는 감독’이 무슨 필요?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KTA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감독 선발 정책 폐해


무카스미디어 편집장


얼마나 더 추락해야 정신을 차릴까. 한국 태권도를 말하는 것이다.

올림픽 다음으로 가장 권위가 높은 세계선수권대회에 파견하는 ‘감독’을 여전히 ‘세컨도 못 보는’ 비전문가를 선임해서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외국팀이 봤을 때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태환, KTA)는 관례로 겨루기와 품새 등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주요 국제대회 남녀 감독에 현역 경기 지도자가 아닌 KTA 임원 및 기술전문위원회, 시도협회 임원 등을 대상으로 선발했다.

왜일까. 현역은 아니지만, 경기 전문가라서? 일부 임원 중에는 현역 시절 화려한 전적과 지도자 경험을 가진 이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다수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최근에는 세계태권도 경기규칙과 스타일이 빠르게 변화면서 국가대표팀 지도자도 적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 현장에 가서 감독이 하는 역할은 딱히 없다. 간혹 경기 지도자 출신의 전문가가 선임된 경우에는 그나마 다행이다. 대표팀에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그 외에는 선수 응원, 인솔 보조 등밖에 할 일이 없다. 이마저도 성실하게 하면 다행이다.

감독이라고 대표 팀에 참견을 하는 순간에는 피곤한 여정이 된다. 나름의 분석으로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전략 회의를 주재하는 경우다. 선수가 경기에 집중해서 뛰는 와중에 집중을 방해하는 ‘장외 세컨(경기장 밖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것)’을 계속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차마 말 못하는 대표적인 고충 중 하나이다.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여론의 질책과 경력에 피해는 고스란히 KTA와 코치진 그리고 선수에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가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 가장 먼저 감독이 책임을 지는데, 태권도는 책임질 사람이 없다.

다시 말하면, 태권도 경기 비전문가 태권도 경기 최고 권위의 세계선수권대회 감독으로 참가한다. 이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감독’이 책임지지 않는 유일한 종목이 태권도가 아닐까 싶다.

그럼 왜 이처럼 KTA는 비전문가가 계속해 세계선수권대회 ‘감독’으로 파견되고 있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관례다. 그럼 이 관례는 왜 생겼고, 왜 임원들이 감독을 하려고 할까. 그런 다름 아닌 세계선수권대회에 종합우승을 차지하면 ‘체육발전유공자 훈•포장’을 수상하는 영예 때문이다.

성적이 좋은면 나의 공, 성적이 나쁘면 남 탓!


옛 태릉선수촌 훈련장. 이 기사와는 무관함.[무카스미디어 DB]


십수 년을 하면서도 이 감독을 선임하는데도 원칙과 기준이 없는 선임은 계속되고 있다. 일선 지도자들 사이에는 비전문가 감독직 제도를 개선하는 요구가 끊이질 않았으나 허공에 메아리로 그치고 있다. 과거에는 태권도가 나가면 무조건 종합우승하던 시설이었지만, 최근에서 남녀 동반우승은 욕심일 정도로 경기력이 평준화 그 이상이다.

최근 KTA는 대표팀 감독을 선발하는데 원칙과 기준이 없으니 계속해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위임을 했으나 이를 상임이사회가 수용하지 않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경기 전문 지도자가 아닌 KTA 및 시도협회 임원 중에 감독이 선임될 것이다.

이들 때문에 이번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팀 코치진에 태릉선수촌 남녀 대표팀 박종만, 이창건 감독이 자리를 내주게 생겼다. 이들은 코치보다 한 단계 아래인 트레이너 또는 분석팀원으로 참가하게 된다.

이번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단장 1명, 감독 2명(미정), 코치 4명(강남원, 길동균, 정광채, 장정은), 트레이너 2명(박종만, 이창건), 분석팀 1명(오일남), 의무 1명, 본부임원 8명 등 약 18명에 이른다. 선수는 남녀 16명. 선수보다 임원과 스태프가 더 많다.

2016 리우 올림픽을 1년 앞두고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임하는 한국 태권도는 여전히 ‘아마추어’다. 더 이상의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누가 보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한국 태권도’를 위한 것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편집장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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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감독 #사령탑 #세계태권도선수권 #시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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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웃긴건..

    더 웃긴건.. 스탭에 전력분석관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분명 전력분석관은 최근 모든 종목이나 국외 태권도 팀에서 스탭으로서 중요한 업무를 한다. 상대방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선수들에게 승리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료를 누적하여 선수선발이나 시합에서 승리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력분석은.. 경기장에서 무얼 합니까..이미 소문날때로 소문났지만.. 가서 술먹고 놀고.. 경기장에도 나가지 않고..이런 분석가가 왜 필요합니까. 실제적으로 비디오분석과 기술을 분석할 수 있는 분석관이 파견되야지..꽃놀이가는 분석관은 인력 낭비일 뿐이다.. 너무 재밋는 대한태권도협회의 처신이다.

    2015-04-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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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

    시민단체 몇명은 무서운줄 알지만 진짜 일선 지도자들이 무서운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일선지도자들이 한번 일어나 2001년도의 범태련에 버금가는 민초들의 힘을 보여할 때가 서서히 다가 오고 있습니다.

    2015-04-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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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분

    대한태권도협회는 일선관장들에게 존재가치가 없는 무의미한단체다
    차라리 없애버리고싶다
    무늬만 태권도단체인듯 싶다
    태권도단체처럼 꽉막힌 단체도 없는듯 싶다

    2015-04-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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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언제까지 실무자에 맞기지 않고 전무이사들이 돌아가면서 세계대회 임원을 하려는 구태를 청산을 못하는지 일선에서 열심히 해서 심사비를 차곡차곡 올려 보내는 관장님이 불쌍할 따름 입니다.

    2015-04-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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