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감독 선임, 결국 시도협회 파워싸움으로

  

KTA 사무국, 상임이사회, 경향위 모두 제 역할 못해...서로 자기가 옳다 주장
명예직 감독 선임에 대한 공정한 내부 규정 마련해야


지난 15일 열린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 장면.


내달 첼랴빈스키 세계선수권대회 남녀 대표 팀 감독 선임이 결국 시도협회 간 힘 싸움으로 번질 양상이다.

두 차례의 대한태권도협회(KTA) 경기력향상위원회(정국현 위원장, 이하 경향위) 소집, 그리고 다시 두 차례의 상임이사회(이주호 의장)가 열려 최종 6명의 후보를 김태환 회장에게 추천키로 결정되었지만, 과정이 복잡했던 만큼 결과에 대한 잡음 역시 적지 않을 전망이다.

KTA서 파견하는 국제대회 남녀 감독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시도협회 임원, 특히 전무이사들이 주로 선임되었다. 이에 대해 보은성 감독 선임 방식을 개선, 실질적인 감독 선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간간히 있었지만 수 십 년 간 이어온 관례가 쉽게 깨어지지 못했다.

더욱이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의 경우 정부에서 수여하는 훈포장 점수가 걸려있고, 시도협회 전무이사들 입장에서는 알게 모르게 자존심이 걸려있었다.

그동안 전무이사들 사이에서 연차와 기 훈포장 수상 및 자격보유 등의 경력이 고려되어 큰 잡음 없이 매 대회 남녀 감독이 선임된 듯 보였지만 이번 경우는 첫 단추부터 복잡했다.

체육단체 임원 중임 제한, 비슷한 연차의 전무이사 간 경합, 그리고, 이미 감독 혹은 코치로 파견된 바 있는 국제대회 파견에 대한 성격을 두고 복잡한 양상이 되었다.

KTA는 이와 관련 올해 1월 16일 자로 개정된 국가대표선발규정이 가장 근접한 규정이라고 판단, 지난 3일 사무국서 경향위를 개최했다.

KTA 국가대표선발규정 제4조(국가대표 선발 및 승인) 2항은 ‘체육회 국가대표 강화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경기단체에 의하여 종목별 국제대회에 파견하는 선수, 지도자는 종목별 선발절차를 거쳐 확정된 후 종목별 국가대표 자격을 갖는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제7조 3항은 ‘국제경기대회 국가대표 참가에 관한 사항’을 심의사항으로 두고 있다.

물론, 이 조항에 명시된 선수, 지도자에 대한 해석을 두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종목별 선발절차를 두고 경향위가 가장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국가대표선발규정 제18조(국가대표 지도자 선발방법) 1항 ‘국가대표 지도자의 선발은 공개선발을 원칙으로 하며, 위원회 의결 후 이사회에서 확정한다’는 내용에 따라 이사회로부터 위임을 받은 상임이사회에 최종의결권을 두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KTA 사무국에서 열린 경향위(위원장 정국현)가 12명의 위원 중 5명만이 참석, 성원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간담회로 전환해 시도협회 및 연맹체 전무이사들을 후보자로경기도협회 임종남 전무이사와 강원도협회 양희석 전무이사를 상임이사회에 추천했고, 이후 여기저기서 반발이 시작되었다.

경향위는 이와 관련해 “전무이사 연차와 KTA 공로도, 세계선수권대회 파견 선수들의 지역 연고, 그리고 이미 파견된 국제대회 성격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시도협회에서는 그 기준을 두고 반발했고, 모 시도협회 회장의 경우 KTA 김태환 회장에게 읍소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 7일 상임이사회는 경향위 성원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후보자의 범위를 확대해 복수로 추천하는 것을 전제로 경향위에 다시 사안을 내려 보냈지만, 지난 15일 오전에 열린 경향위는 경기도협회 임종남 전무이사와 대전시협회 박상만 전무이사를 단수로 추천해 상임위에 넘겼다.

같은 날 오후에 열린 상임이사회는 결국 복수추천 지침을 무시한 경향위 심의 및 추천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 경향위 추천 전무이사 2명에 강원도협회 양희석 전무이사, 제주도협회 신진성 전무이사, 세종협회 강성일 전무이사, 충남협회 김영근 전무이사를 추가해 회장에게 위임키로 논란 끝에 결정했다.

상임이사회가 끝난 후 이미 이 같은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고, KTA에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사무국은 사무국대로 경향위 심의 및 추천에 기준점이 없다고 불만을, 상임이사회는 경향위가 지난 상임이사회 지침을 무시했다며 문제를 삼았고, 경향위를 지지하는 측은 상임이사회가 경향위를 대상으로 월권을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회장에게 총 6명의 시도협회 전무이사 명단이 올라갔지만 이미 누구도 수긍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도협회 간 파워싸움으로 번졌고, 사태가 더욱 악화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은 김태환 회장에게 넘어갔지만 이번 세계선수권 감독 선임 과정에서 KTA 핵심 포스트의 조율능력 부재, 강화훈련단 코칭스태프를 제외한 명예직 감독 선임에 대한 내부 규정 미비, 그리고, 공정한 절차와 기준보다는 인적 네트워크가 우선시된 적폐가 복합적으로 집약되며 김태환 회장 집행부 입성 후 반복된 초라한 KTA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 버렸다.

[무카스-태권도신문 연합 = 양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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