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리 조연에서 주연으로… 세계선수권 눈물의 금메달

  

결승에서 자신보다 키가 큰 상대 주특기 왼발로 제압


생애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딴 오혜리가 주먹을 올려 포효하고 있다.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한국 여자 중량급 오혜리가 마침내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이번에는 해냈다. 서러움은 이번으로 끝이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애국가를 부르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4년 전 2011 경주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프랑스 글라디 에팡에게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부 내지 못해 우세로 진 후 오늘의 영광스러운 날을 위해 뛰어 왔다.

오혜리(춘천시청, 27)는 17일(현지시각) 러시아 첼랴빈스크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열린 엿새째 경기 여자 -73kg급 결승에서 중국의 정수인(21)을 주특기인 왼발 앞 발로 견제와 중요 점수를 따내며 5대4로 1점차 짜릿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80센티미터의 오혜리보다 키가 10센티미터나 더 큰 장신을 상대를 주특기인 ‘왼발’로 금빛 발차기를 쏘아 올렸다. 1회전 왼발 밀어차기로 2득점을 내고, 오른발 돌려차기로 실점했다. 경고 누적으로추가 실점해 3대3으로 마쳤다.

2회전에는 왼발 옆차기 차세로 발바닥으로 밀어차는 변칙발차기로 추가 득점을 올렸다. 4대3으로 앞선 상황에서 3회전에는 접어들어 정수인이 머리 공격으로 위협했지만 주특기인 왼발로 꽁꽁 묶었다. 막판 정수인의 왼발 몸통 공격을 허용하며 동점 상황이 놓였다. 그러나 오혜리는 집중력을 발휘해 왼발 몸통 공격을 성공시켜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우승후 오혜리가 장정은 코치와 경기장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번 대회에 우승은 ‘집중력’이 주요했다. 준결승과 결승 모두 동점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걸어 1점차로 짜릿하게 승리했다. 이는 지난 결승 문턱에서 무너진 아픔에서 단련됐다. 이날 하루 종일 대회를 준비하면서 스스로 “집중하자”를 주문처럼 외웠다.

준결승에서는 세계랭킹 4위의 미국의 재키 갤로웨이를 3회전 종료 직전 5대5 상황에서 몸통 공격을 성공시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도 4대4 상황에서 천금 같은 몸통 득점을 빼냈다. 이 모든 것이 만년 2위의 설움을 떨치려는 강한 의지가 통했다.

예선전을 거치면서 예감이 좋았다. 앞서 16일(현지시각)에 치른 8강에서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이 체급 세계랭킹 1위인 밀라차 만디치(세르비아)를 위협적인 왼발 머리 공격으로 기세를 제압하며 13대4로 제압해 금메달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4년 전 결승에서 패배한 것이 약이 됐다. 당시는 결과에 승복하자고 마음먹었지만, 그 후로 계속 두고두고 후회되며 자신을 괴롭혔다. 그래서 2년 뒤 한풀이를 하려고 했지만, 발목 부상으로 선발이 좌절됐다. 그 이전에 2012 런던 올림픽 때에는 허벅지 인대 파열돼 선발되지 않았다.

그동안 국제대회는 코리아오픈과 월드컵 등에서 우승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 대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최고 기량의 선수와 겨뤄 전국체전도 3연패를 달성할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가졌다.

우승직후 인터뷰에서 “어제 경기 후 회복이 관건이라고 생각해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다. 관중도 많아 긴장이 많이 됐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집중했다”며 “세계대회 출전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4년 만에 꿈을 이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국제대회에 나가면 긴장이 돼 발이 잘 안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이런 부분을 극복한 만큼 이제는 리우 올림픽 출전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 밑바닥부터 다시 올라왔다. 아직도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한다. 기회는 많이 남았다. 경선 언니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올림픽에 꼭 가고싶다”고 덧붙였다.



[무카스미디어 = 러시아 첼랴빈스크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혜리 #세계선수권 #춘천시청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