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오지 초교 “태권도가 배우고 싶어요”에 응답한 국기원

  

태권도장도 없는 강원도 양구 해안초, 지난 3월 교사가 직접 국기원장에 도움 요청


지난 3월 국기원 정만순 원장 앞으로 손 편지 한 통이 왔다.

내용인 즉, 아이들에게 태권도 교육을 통해 인성과 체력 그리고 우리나라의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었지만 지역이 워낙에 시골이다 보니 도장도 지도자도 없다는 것. 이에 국기원이 교육기부로 태권도 시범을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이 편지는 원장에게 전달 안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편지는 전달되었고, 정만순 원장은 이 편지를 보낸 학교에 태권도를 통해 꿈과 희망이 생기도록 지원을 지시했다. 이에 최근 국기원 임직원과 시범단원이 파견돼 전교생에게 태권도복을 선물하고 시범단의 공연도 선보였다.

국기원시범단원이 시범을 선보인 후에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해안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김준 교사. 이 학교는 우리나라 최북단으로 휴전선이 멀지 않아 민간인 통제구역에 있다. 올해부터 이 학교에서는 방과후수업으로 태권도를 하기로 했으나 가르칠 사범이 없어 애를 먹었다. 시골이라 태권도장은 고사하고, 태권도를 가르칠 유단자도 없었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태권도장은 3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안타까운 사정이야 이해를 하지만, 이 먼 거리를 올 사범들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으로 인근 군부대의 도움으로 4단 유단자가 파견돼 학생들이 태권도를 시작하게 됐다.

이렇게 이 학교 전교생 51명은 현재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국기원은 27일 임직원과 시범단이 깜짝 방문했다. 전교생에게 태권도복과 띠를 선물하고, 시범 공연까지 보여줬다. 이제 막 태권도를 흥미롭게 시작한 학생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 주민들도 함께 한 자리에서 보여준 태권도시범에는 모두가 탄성을 자아냈다.

이번 특별한 만남을 마련한 김준 교사는 “아이들이 태권도의 힘과 아름다움을 직접 볼 수 있어 태권도를 더욱 열심히 수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러한 큰 선물을 보내주신 국기원 원장님과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감격해 했다.

이날 국기원 임직원을 대표해 방문한 이세창 이사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기원이 세계태권도본부로서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태권도 가족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눌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동행한 국기원시범단은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공연을 보여줘 큰 인기를 받았다. 그러나 오히려 감동은 이들이었다. 시골이라는 이유로 태권도를 배울 수 없는 환경도 있다는 것에 놀랐고, 이들이 태권도에 열광하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태권도 시범에 참여한 시범단원은 “어려운 환경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나눠 준 것 같아 뜻 깊은 행사였다”고 기뻐했다.

편지 전문



국기원장님께.

새롭고 싱그러운 푸르름을 싹틔우는 따뜻한 날에 국기원장님을 비롯한 모든 직원분과 그 가정에 행복과 행운이 있기를 기원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나라 최북단 강원도 양구군의 민통선 안의 작은 시골마을 해안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리치고 있는 김준 선생이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제가 국기원 앞으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국기원의 도움이 필요하여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태권도 높은 단을 가진 유단자는 아닙니다만, 우리나라 태권도를 사랑하는 한 사람입니다.

지난 3월부터 우리학교 아이들의 방과후 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제가 가리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곳은 태권도를 포함한 체육관이나 학원, 교습소 하나 없는 마을입니다. 유일하게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 학교입니다.

이에 백방으로 알아보았으나, 이곳에는 도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태권도 사범님 한 분ㅇ도 모실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태권도장이 30km 이상 떨어져 있는 외진 지역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도 오고자 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마침 면의 자대부대를 통하여 태권도 4단 이상의 유단 용사들을 지원 받아 태권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집착하리 만큼 태권도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도록 해주고 싶었던 것은 ‘태권도를 통하여 인성과 체력, 그리고 우리나라의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행이도 3월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50명 남짓한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접하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들었던 마음은 우리 아이들에게 도복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지금은 평상시 활동하는 옷을 입고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하였지만, 모두 멋진 태권도복을 입고 함께 태권도를 배우고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보게 되었습니다.

문뜩 떠오른 곳이 우리나라 태권도 보급을 맡고 있는 태권도 본부 국기원 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국기원에서 교육기부나 홍보용으로 도복을 나눔해주는 기회가 있다면 우리학교 아이들에게 기회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태권도를 소개하는 시범단이 국내에서도 활동을 하신다면 도시에서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 태권도의 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접적지역으로도 와주시는 기회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보내는 편지가 버려질 수도 있겠지만, 제가 몸 담고 있는 학교의 아이들에게 혹시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담아 편지를 띄웁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기원 합니다.

2015. 3. 26
강원도 양구군 해안초등학교 교사 김준 배상.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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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 #해안초등학교 #시골 #양구 #국기원시범단 #이세창 #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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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찬합니다

    국기원 잘했습니다.항상 이런기사만 넘치면 일선 지도자로서 행복하겠습니다.~^^

    2015-06-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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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찬

    국기원장님!
    훌륭한 일 하셨네요^^
    늘 이런 칭찬받을 훈훈한 소식만 이어지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6-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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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도관장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제가 직접해 보고도 싶내요,,30대 후반을 바라보는 경기도 사는 사범입니다.
    tkd72014@naver.com

    2015-05-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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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3

    이건 정말 칭찬 받을 일이네요^^ 가슴 뭉클합니다.

    2015-05-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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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2

    내 나이 40후반 쯔음이면 처자식 먹여살리느라 도장 아이들도 슬슬 돈으로 보이기 시작하겠지,,그때쯤 되면 과감히 도장접고 저런 시골 내려가 정신차리고 생계유지될정도의 교육비만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오랜만에 뭉클하네.

    2015-05-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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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

    국기원에서 최고로 잘한일이다...

    2015-05-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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