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시평] 청소년 전지훈련 유럽-이란으로 가야 하는 이유?

  


지난 7월 중등부 청소년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이 강원도 영월에서 하계 전지훈련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태국 등 동남아로 청소년(중등부) 대표선수들이 해외 전지훈련을 간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이런 계획을 세우려고 한 것 자체가 '해괴망측'하다.

늘 태권도 경기단체라고 입이 닳도록 강조하고 있는 대한태권도협회(KTA)에 묻는다. 도대체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가려고 한 이유가 뭔가? 거기에 가서 우리 중등부 선수들이 무엇을 얼마나 배운다고 생각하나?

물론 최근 들어 최영석 태국 감독의 노력으로 태국 선수들 중 우수한 경량급 선수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우리 선수들에 비해 기량과 신체조건이 떨어진다. 따라서 스파링 파트너십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굳이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갈 필요가 없다. 태국으로 가는 것을 구상한 자체가 문제다. 전지훈련 장소로 부적합하다는 게 중론인데, 그런 곳으로 전지훈련을 가려고 한 것 자체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수 년 전에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필리핀으로 전지훈련을 가서 빈축을 샀다. 당시 KTA는 대한체육회가 지원해주는 전지훈련비가 좀 부족해 고심 끝에 대표팀의 편의를 봐주는 필리핀으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필리핀 전지훈련을 두고 주위에서는 우리 선수들의 국제 경기 경쟁력 강화를 하기 위해 간 것보다는 휴양에 무게를 두고 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기자도 “필리핀에 뭐 배울 게 있어 가느냐”며 날선 비판을 했다.

최근 기자는 성재준 전무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실무진이 전지훈련 장소로 태국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러자 성 전무는 “가급적 유럽 쪽으로 전지훈련을 짜보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성 전무의 신속한 대처에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며칠 후 중등부 전지훈련지로 미국을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생뚱맞았다. 왜 미국인가?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해야 할 명분과 당위성이 있는지 궁금했다.

우리 선수들의 국제 경기 경쟁력을 키우고 안목과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 전지훈련을 간다면 장소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코칭스태프의 생각을 배제하고 실무진 입장에서, 또 편의를 제공해 준다는 것에 이끌려 전지훈련 장소를 정한다면 KTA는 경기단체라 할 수 없다. 또 실무자들의 잘못된 발상을 조정하고 바로잡아주지 못한다면 전무도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도 태국과 마찬가지로 전지훈련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 우리 중등부 선수들보다 신체적인 조건이나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들에게 자극을 줄만한 요소가 부족하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보면, 전지훈련은 유럽으로 가야 한다. KTA 사무국은 그동안 축적해 놓은 자료와 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우리 선수들이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전지훈련 해야 실제적인 성과를 거둘지 있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그럴 능력이 없으면 실무자는 그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한다.

대한체육회 지원으로 가는 것이어서, 만약 전지훈련 일정과 비용에 무리가 있다면 이란도 고려해 볼만하다. 익히 알다시피 이란은 태권도 최강이다. 남자 시니어 선수들의 기량은 말할 것도 없고 청소년 선수들도 아시아주니어대회 및 유소년 대회에서 출중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또 종교 영향으로 제약을 받았던 여자 선수들도 최근 들어 각종 대회에 출전하며 기량을 뽐내고 있다. 지난 광주에서 열린 하계 U대회에서 이란 여자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한 여자 지도자는 “앞으로 이란 여자 선수들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란은 주말 리그를 운영할 정도로 태권도 열기와 대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여기에 ‘이란 태권도 대부’ 강신철 남창도장 관장이 있기 때문에 그의 도움을 맡아 전지훈련 일정과 내용을 짜임새있게 계획한다면 역대 전지훈련 중 최고의 성과를 거둘 것이다. 이에 대해 강신철 관장은 "이란으로 전지훈련을 가겠다는 대한태권도협회 의지만 있다면 내가 나서서 도와주겠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KTA 사무국과 성 전무의 명쾌한 결단을 바란다. 이번 기회에 경기 업무에 대한 실무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전지훈련도 2학기 중간고사가 있는 10월 중순을 피해 11월 중순에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무카스미디어 객원 칼럼리스트 = 서성원 기자 | 태권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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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범

    외국인들은 한국으로 훈련을 못와 난리들인데 세상이 꺼구로 도는구먼.이넘에 탁상 행정은 언제나 끝이 나려는지? 그리고 독불 장군 그만 하고 WTF 경기룰 를 사용 하세요...해외인들에게 망신 감 입니다.

    2015-08-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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