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총, 칼 그리고 실전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어느 시스테마 마스터가 시스테마의 실전성에 대해서 주장한 글을 보고 상당히 의아해 한 적이 있었습니다.

MMA 선수들이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케이지 안에 칼을 한 자루 넣으면 경기의 역학이 바뀔 것입니다. 이러한 룰에 적응하지 못하는 파이터는 즉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할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의 특수부대에 시스테마를 알리러 갔는데 파이터가 동시에 두 명 이상의 무장했을 수도 있는 상대와 매일 매일을 싸워야 한다면 그의 훈련은 곧 시스테마의 훈련처럼 보일 것이라는 걸 제안한다는 내용입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아마도 자신의 무술에 대한 우수성을 이야기하다보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술을 십수년씩 수련했다는 마스터들조차도 실전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심심치 않게 각 계파의 고수들이 자신의 무술에 대한 우수성을 이야기 할 때마다 실전성에 대한 반박의 말로 “정말 실전을 논하려거든 칼을 사용하면 될 것 이라 던 가, 심지어는 총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실전이다.”라는 글을 자주 목격합니다.

이젠 정말 그만 듣고 싶은... 지겨운 멘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전(實戰)은 단순히 ‘실제의 싸움’ 그이상의 의미도 그 이하의 의미도 부과하지 않습니다.

현대사회에서의 실전은 아마도 호신(護身)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호신이란 상대로부터 뜻밖의 공격에 대한 자기보호를 말하는 것이죠. 호신이 일어나는 순간 호신이라는 단어는 즉시 실전(實戰)단어로 바뀌게 됩니다. 실제의 싸움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살인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칼리의 대가 또는 마스터가 아무리 칼을 귀신같이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선술집에서 나쁜 악당과 시비가 붙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처럼 칼로 아킬레스를 끊거나 팔꿈치를 베고 목을 따거나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가슴팍에다가 칼침을 다 섯 방씩 팍팍 꽂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전에 대한 논쟁에는 어째서 검도의 달인이나 사격의 참피온들은 실전에서 누구든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말들이 빠지지 않을까요?

현대사회에서는 일본의 에도시대처럼 칼을 허리에 차고 다닐 수 없잖아요. 설사 장검을 가지고 다니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칼을 한번 뽑으면 상대를 베지 않고는 상대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총이 실전에서의 최고라고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는 권총총기허가를 낼 수도 없지만 총기허가가 자유로운 미국에서 조차도 서부시대의 카우보이처럼 허리에 총을 차고 다니는 법이 없습니다. 설사 권총을 품에 날마다 가지고 다니더라도 그래서 아무리 상대가 기분 나쁜 행동을 하더라도 머리통에다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토록 당연한 것을 가지고 실전이야기만 나오면 자꾸 총이나 칼을 사용하면 된다고 거론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무술에 대한 우수성을 강조하다보니 오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실전은 자기가 수련하고 있는 무술종목의 기술들을 이용하여 나를 포함한 상대에게 최소한의 데미지를 주면서 어떻게 위기를 모면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동안 여러분이 수련해온 기술과 현저히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수련해온 시합이나 스파링은 일정한 규칙 안에서 허용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짐작하시겠지만 여러분이 몇 년 동안 갈고 닦은 기술들을 실전에서 방어의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성공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어떠한 종목의 무술을 막론하고 모두 같습니다.

익숙해져 있는 경기 룰에 따른 기술이만이 아닌 실전에 대한 충분한 연구도 필요할 것입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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