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강해진 이대훈… “졌지만, 값진 경험” 패배서 자신감 찾아!

  

한국 태권도 간판 이대훈… 11개월째 메이저 우승 없지만 “초조하지 않아”


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금메달 이상의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대훈(한국가스공사)


한층 더 여유와 강해진 모습이었다. 한국 태권도를 대표하는 이대훈을 말한다.

지난해 10월 맨체스터 그랑프리 우승 이후 11개월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하지 못한 이대훈. 초조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담담하다. 오히려 여유 있는 모습이다. 대회 규모를 떠나 올림픽 전까지 여러 상대와 겨뤄 경험을 쌓는 게 현재로써 ‘금메달’보다 더 중요하다는게 이대훈의 생각이다.

이대훈(한국가스공사, 23)은 20일(현지시각) 터키 삼순 야수르 도구 아레나에서 열린 ‘2015 월드 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 2차전’ 남자 -68kg급 준결승에서 올림픽랭킹 2위 난적 러시아의 알렉세이 데니센코(Alexey Denisenko)를 상대로 3회전 초반까지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3회전 후반 일격을 당해 아쉽게 패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두 선수의 전적은 2전 1승 1패. 2012 런던 올림픽 준결승에서 -58kg급에서 만나 신승을 거뒀지만, 이듬해 영국 맨체스터에서 첫 출범한 2013 맨체스터 그랑프리 8강에서 두 선수 모두 -68kg급으로 한 체급을 올려 만났다. 결과는 ‘석패’ 패인을 꼽으라면 ‘힘이 부족’했다. 데니센코뿐만 아니라 모든 경쟁 상대가 이대훈에게 힘과 신장에서 버거웠다.

이대훈은 2016 리우 올림픽으로 가는 길에 데니센코와는 꼭 번 맞붙길 원했다. 2013년 겨울과 현재의 몸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68kg급에 체중과 근육, 경기 운영 전략으로 전환해서다. 결정적인 무대에 앞서 충분히 경험하고자 했는데 그 기회가 이번 대회에서 성사됐다.

두 선수의 대결은 주특기인 오른 발 앞발의 싸움이었다. 서로 오른발을 앞에 두고 커트로 유효득점을 노렸다. 포문은 이대훈이 먼저 열었다. 오른발 몸통 커트 밀어차기로 선취점을 올렸다. 잠시 후 데니센코도 같은 동작으로 점수를 만회했다. 2회전까지 두 선수는 오른발 앞발로 견제와 공격을 엇갈아 가며 기회를 노리며 2대2로 경기를 마쳤다.


이대훈이 준결승에서 강호 러시아의 데니센코를 상대로 공격을 하고 있다.


승부를 결정짓는 3회전. 이대훈이 오른발 몸통 공격으로 팽팽하게 전개되던 2대2 정적 스코어 흐름을 깨트렸다. 곧 왼발 앞발로 추가해 점수 차를 4대2로 2점차로 벌렸다. 자신감을 얻은 이대훈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데니센코를 경기장 한계선까지 몰았다. 방심했을까. 순간 데니센코가 오른발 앞발 대신 왼발 뒤차기로 반격했다. 유효득점으로 인정돼 5대4로 역전을 허용했다.

전세를 뒤집기 위해 공격의 수위를 높여 경고를 끌어내 한 점차로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종료 8초를 남기고 결정적으로 데니센코의 오른발 몸통 디펜스성 커트에 걸려 실점, 5대7로 아쉽게 승리를 내줬다.

이대훈은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올림픽 출전이 확실치 않지만, 올림픽 전에 그랑프리에서 여러 상위 랭킹 선수와 붙어보고 싶었다. 마침 데니센코와 붙은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면서 “비록 졌지만, 생각보다 좋은 경기를 뛰었다고 생각한다. 앞발 싸움에서 힘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잘 한 것 같다.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차례 대결에서 마지막 패배 후 준 지난 대결과 이번 대회와 다른 점에 대해 “그때는 컨디션은 안 좋았고, 커버도 많이 비여서 실점을 많이 했다. 그래서 다시 붙어도 막막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오늘은 커버도 잘 되었고, 경기 내용에서는 힘에서 밀리지 않았다. 웨이트를 좀 더 하면 더 좋은 경기를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숙적 조엘 곤잘레스 다섯 번째 대결서 ‘신승’


이번 대회에서 이대훈은 데니센코와 대전만큼 값진 승리를 챙겼다. 바로 숙명의 라이벌 조엘 곤잘레스 보니야를 이긴 것. 이로써 이번 승리를 포함해 곤잘레스와 전적은 5전 2승 3패가 됐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첫 패배 이후 이듬해 푸에블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설욕했다. 하지만, 이후 2014 퀘레타로 그랑프리 파이널과 2015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에서 거푸 2연패를 당했다.

특히 지난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패배는 아픔이 컸다. 대신 큰 학습효과를 나았다. 그 효과는 이번 설욕전에서 전술로 나타났다.

2회전까지 오른발 몸통 공격과 주먹기술로 기선을 제압해 3대0으로 앞선 가운데 3회전 오른발 내려차기로 승리를 잡았다. 이후에도 몸통 기술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올리며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3회전 후반 9대1로 8점차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이대훈은 공방보다는 ‘후퇴전략’을 택했다. 반격에 나선 곤잘레스의 공격을 맞받기 보단 한계선 밖으로 피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경고를 받고 급기야 감점까지 빼앗겼다. 누적경고만 9개. 하나만 더 받으면 ‘감점패’를 당할 뻔했다. 이때 또 종료 2초를 남기고 왼발 머리공격을 허용하며 10대8로 간신히 이겼다.

이대훈이 조엘 곤잘레스를 상대로 얼굴 공격을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이대훈이 소극적인 경기를 펼친 이유는 지난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의 경험 때문이다. 당시에도 3회전 후반까지 3대1로 앞서고 있었지만, 종료 직전 한계선 내에서 맞서려다 결국 얼굴 공격을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이때 경고와 감점을 받아 점수를 내줄 각오로 경기장 밖으로 빠졌더라면 승리를 챙겼다.

이번 대회 전까지 네 번의 대결에서 한 번을 제외한 세 번을 진 이대훈은 큰 부담이었을 터. 이에 대해 “오히려 세계대회보다 덜 긴장했다. 지난 세계대회 때는 많이 준비했는데 긴장을 너무 많이 한 탓에 진 것 같다. (곤잘레스와) 많이 붙다 보니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숙적 곤잘레스와 경기에서 마지막 얼굴 기술 허용에 대해 “점수 차가 많이 나서 평소에 안 쓰던 동작을 써보자는 마음으로 뒷동작을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또 내 얼굴을 내줬다”면서 “아무리 경기를 (큰 점 수차이로) 앞서고 있어도 불안한 느낌을 주는 선수이다. 그런 점에서 대단히 좋은 선수라 생각한다. 다음에는 안 맞을 것”이라고 각오했다.

이대훈은 지난 해 10월 맨체스터 그랑프리 이후 11개월째 우승도전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초조함을 내비치지 않았다. 한국에서 지난 모스크바 1차전에서 패배를 안겨준 김훈(삼성에스원)이 바짝 추격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회를 거듭하면서 더욱 단단해지고, 여유가 넘쳐나고 있다. 이날도 기대했던 금메달은 아닌 동메달에 그쳤지만, 스스로 만족스러운 경기를 뛰었고 강조했다.


이대훈이 8강에서 2007 월드 챔피언 출신의 마크 로페즈(미국)를 점수차 승으로 꺾었다.


최근 메이저대회 우승에 실패한 것에 대해 초조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초조하지 않다. 평소 연습한 내용으로 큰 대회는 아니지만 작은 오픈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비록 일등은 아니지만 2~3등도 충분히 응원 받을 수 있고. 축하 받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랑프리 시리즈가 하나하나씩 끝날 때마다 마음이 가볍다. 그랑프리가 워낙 힘든 경쟁이라 메달을 따기 힘들다. 그런데 계속 (기대하는 금메달은 아니지만) 메달을 따고 있다”면서 “더 준비해서 다음 맨체스터에서는 일등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대훈은 “벌써 그랑프리 2차전이 끝났다. 큰 부담 없이 시합을 잘 마쳐 다행이다. 곧 3차전과 한국에서 전국체전에 연속 출전하는데 한경기 한경기 소중하지 않은 경기가 없으니, 최선을 다해 시합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대훈이라는 명성과 실력만큼 그 마인드가 ‘월드 클래스’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인터뷰였다. 한경기마다 그 결과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전과 다르게 성장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무카스미디어 = 터키 삼순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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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 #그랑프리 #이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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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선수들도관심좀

    장애인선수권도 있었는데..솔직히 장애인선수분들이 더감동이었는데....

    2015-09-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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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선수

    실력도 괜찮고 얼굴도 잘생겼고 지든 이기든 매너 좋게 웃는거 보면 심성도 좋은 선수 같음...이런 선수가 한국에서 각광 받고 cf 찍으면서 태권도 아이콘이 되야 하는데 아쉽다..한국에서는 태권도는 없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소중히 여기지 않은 산소 같은 존재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게 아쉽네..태권도도 일본 처럼 유도를 자국의 대표 종목으로 취급 하고 소중히 대우 받아야 하는데..

    2015-09-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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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원합니다

    기사 잘 봤습니다. 실력도 마인드도 모두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하게 되는 인터뷰였습니다. 앞으로도 큰 부상없이 멋진 경기 치루시길 바랍니다. 이대훈 화이팅!

    2015-09-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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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팬

    좋은 기사 잘보았습니다. 이대훈 선수의 멋진 승부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2015-09-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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