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의 허튼소리] 실전을 증명하고픈 청소년들에게~

  


며칠 전. 스물 한 살이라고 밝힌 청년이 협회 수련관을 방문해서 대뜸 내게 “사범님이냐”고 묻고는 하는 말이 “정식으로 스파링을 신청하고 싶은데 받아주세요!”라고 말을 합니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으니, “지나가다가 격투기 도장 같아서 간판보고 들어왔다”는 겁니다. “무슨 무술을 했냐”고 묻자 “브라질주짓수를 일 년이나 했다”고 합니다.

그는 일 년이라는 말을 무척이나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관계가 없으니 어떻게 스파링을 할지 규칙은 나보고 정하라는 겁니다.

내 아들뻘되는 녀석이 하도 맹랑해서 이유를 물었습니다.

자신의 무술이 실전에 통용되는지 증명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입니다.

“자네를 지도하는 사범님이 이렇게 하고 다니는 줄 알고 있는가?”라고 묻자 “모릅니다!”라고 대답해서, 그냥 차나 한잔 마시고 돌아가라고 일렀습니다.

“스파링을 안받아주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라고 정중히 묻기에 “내가 자네의 스파링을 꼭 받아줘야 하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더니, 잠깐 머뭇거리면서 나갑니다.

그런데 나갈 때 그냥 나가는 것이 아니고...“그럼 뭐.. 요 앞 복싱도장에서 스파링을 신청하면 되지,,,,”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래서 다시 학생을 불러 자리에 앉혔습니다.

“만약 내가 20대나 30대의 젊은 관장이었으면 자네의 스파링을 받아주었을 것이고, 자네 얼굴이 떡이 되었을 것이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얼굴에는 기분 나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만약 자네가 이 문을 나가서 맞은편 복싱도장에서 스파링을 신청하면, 역시 얼굴이 떡이 되도록 맞을 공산이 크네!”

이 학생이 자기 실력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단정 지으며 말하지 이유를 묻습니다. 매우 정중하지만 역시 몹시 기분나빠하는 말투가 역력합니다.

“자네를 보니까 나쁜 학생 같지가 않아. 자네의 젊은 혈기도 충분히 이해를 하네. 그런데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맞은편 복싱체육관의 관장은 자네의 행위를 자기가 몸 바치고 있는 격투종목에 대한 도전이나 자기 체육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게 되네. 도장에는 많은 수련생들이 자네의 스파링장면을 보게 될테고 이런 상황이면 도장의 관장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거야. 만약 혹시라도 자네에게 패하게 되면 수련생들에게 얼굴을 들지도 못할 뿐아니라 체육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 있잖아. 자네는 그냥 스파링하다 이기면 좋고 지면 말고 이렇게 편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쪽 관장은 그게 아닌거네.”

남학생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오릅니다.

“그러면 관장은 자기 체육관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과 자네와 스파링을 시키게 되네. 일부러 자네에게 얻어터질 사람과 붙이진 않을 거 아닌가? 만약 자네가 너무 많이 맞아서 고개를 돌려 기권을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응징을 하기 위해 완전히 KO가 될 때까지 두들겨 패는 걸 멈추지 않을지도 모르네. 나는 그런 장면을 숫하게 봐 왔네. 만에 하나 관장이 직접 자네와 스파링 상대를 해주면 어쩌면 반병신이 될지도 몰라. 관장은 그래도 평생을 복싱에 매진 한 사람 일테고 어쨌거나 사람때리는게 직업 아닌가?”

벌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자네의 실력에 대한 증명은 브라질주짓수 시합에 출전하여 좋은 성적으로 이루면 되는 걸세.”

차 한 잔을 채워주며 충고를 해주었지만, 남학생이 복싱도장을 들렸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스탠드바’를 잘 모르겠지만 우리 때는 한 창 인기였습니다.

한마디로 노래를 부르면 술을 마시는 곳입니다. 친구 세 명과 스탠드바를 간 겁니다.

스물 두서넛쯤 되어 보이는 맞은편에 있는 일행 중 한명이 자신이 얼굴을 쳐다보았다는 이유로 나의 얼굴에 침을 뱉었습니다.

그때의 내가 받은 수치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주 아작을 내고 싶었는데 일행이 다섯 명이나 되어서 덤빌 수가 없었습니다.

맥주병 한 개를 들고 우리 일행 3명과 함께 밖에 나가 녀석들을 기다립니다.

그때가 12월 크리스마스 직전이라 날씨가 추웠고 발을 동동 구르던 친구 한명이 녀석들을 기다리다 못해 먼저 집에 가버립니다.

다른 녀석도 가려고 하는 걸 못 가게 잡았습니다.

내가 이놈들을 작살을 내는 걸 친구 한명이 증인을 서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그냥 돌아가면 친구녀석들에게 소문이나서 아무래도 나를 ‘뛰엄뛰엄’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한 시간쯤 지나니까 녀석들이 나옵니다.

병을 들고 뒤를 쫒아가서 내 얼굴에 침을 뱉은 놈에게 “야! 임마!”라고 불렀습니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녀석의 정수리에 맥주병을 그대로 내리치니까 피가 분수처럼 솟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냥 쓰러지는데, 어쩌면 사람이 저렇게 피를 많이 흘릴 수도 있는가 싶습니다.

자기 친구가 그 자리에 쓰러져 피를 철철 흘러 아스팔트가 흥건하게 젖고 있는데도 반쯤 깨진 병쪼가리를 들고 있는 나를 보니까 친구들이 그 자리에 얼어서 꼼짝을 하지 않습니다.

그때 내 나이 18살 때 입니다.

만약 내가 계속해서 무술을 하지 않았다면, 단언컨대 지금쯤 ‘쌩양아치’가 되었을 겁니다.

어째서 한심한 나의 과거를 들추었냐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실전과 우리가 생각하는 실전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덩치가 크거나 험악한 얼굴과는 그다지 연관성이 없습니다.

시비가 일더라도 일단 조용히 마무리를 하고 뒷골목에서 빨간벽돌 한 장을 들고 다시 들어가 밥먹고 있는 상대의 면상을 내리치면 그냥 끝나는 겁니다.

그러면 그 즉시 상대의 코에서 시커먼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명확한 것은 상대가 병원에 입원해있으면, 병원에 있는 사람이 싸움에서 졌다는 단순한 논리가 실전싸움에는 언제나 통용됩니다.

무든 무술은 실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개발되어 가고 있습니다. 공권유술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전은 묘하게도 무술에서 통용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어요. 만약 이것을 어기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겠지만, 무도의 완성을 만들어 낼 수 가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여러분이 태권도장에서 배웠던 뒤돌려차기도 청년이 자신의 실전을 증명하기 위해 가드포지션을 잡고 새우빼기로 이스케이프를 하고 이러한 것들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실전과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만약 거리에서 상대와 두 손을 올려 가드를 올리고 구경꾼이 모여들면 이것은 싸움이라고 하기보다 즉시 시합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어쩌면 오래 격투기를 훈련한 사람이 이길 공산이 크죠. 여러분이 유튜브에서 보는 대부분의 실전싸움이라는 동영상이 이런 부류일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실전은 이런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싸움에서 무조건 이기고 싶은 테크닉’이 있냐고 나에게 물으면 나는 항상 ‘YES’라고 대답 합니다.

싸우고 난 후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뒤에서 UFC참피온의 대가리에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해골을 부수거나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의 등에 칼침을 꽂더라도 그 이후의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저지르고 보면 절대 싸움에서 질수가 없는 겁니다.

우리가 조직폭력배를 무서워하는 이유도 이러한 것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성향은 청소년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됩니다.

여러분이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고있어요. 쌍욕을 해가면서 여럿이서 모여서 침을 뱉어가며 담배를 핍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냥 지나가요. 그러면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우리를 보고 쫄아서 아무 말도 못하는구나...”

간혹 어떤 40대의 아저씨가 “학생들... 아이들이 많이 지나가는 놀이터인데 담배는 다른데 가서 피지..”라고 충고를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이 “아! 내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고 사과를 합니까?“

대부분 ”아저씨! 그냥 가던 길이나 가쇼. 괜히 쳐 맞지 말고!“이렇게 반응합니다.

그러면 그 아저씨가 어떻게 합니까? 아무 말 못하고 그냥 갑니다.

그럼 여러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뭣도 아닌 쌔끼가...“ 그것도 아저씨의 뒤통수에 대고 말입니다.

어쩌면 그 아저씨는 과거 스탠드바에서 내 얼굴에 침을 뱉었을 때의 상황과 비슷한 수치심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0대 40대의 아저씨들도 여러분과 같은 질풍노도의 시기도 거쳤고 날라리 생활도 거쳤습니다.

해병대나 공수특전단 또는 대부분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고 왕년에 운동한번 안 해본 사람이 없어요.

그 아저씨들이 여러분과 다른 점이 하나있다면 책임감이 있다는 겁니다.

집에 가면 사랑하는 자식들이 있고 아내가 있어요. 여러분과 문제가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고 직장문제도 복잡하게 되기 때문에 뒷일을 생각안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나이 좀 먹은 사람들이 어린학생이 무서워서 도망간다고 착각을 하는 거에요.

세상이란게 그런게 아닙니다.

강준 관장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여러분이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대학을 가고 군대를 다녀오면 여러분이 증명하려는 실전은 이제 여러분의 머리 속에서 다른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질거에요.

그래서 실전무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좀 더 가슴으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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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실전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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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작나무 타는냄새가 너무심하네요

    2016-02-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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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칸주치수

    주짓수 수련자가 "1년이나 주짓수를 했다"며 뻐길 만큼 주짓수가 녹록하지 않다는 건 수련자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블랙벨트 따는데 8~10년씩 걸리는데.... 1년 배워서 띠도 없는 놈이 저런 미친 소릴 한다구요? 주짓수 쪽에서 들으면 날조라고 생각하겠네요. 저도 믿기지가 않구요. 이런 소리 함부로 하는 거 아닐텐데.... 많이 아쉽네요.

    2016-02-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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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봤습니다.

    항상 생각치도 못한 부분을 짚어주시니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타 종목 지도자이지만 항상 연구하시고 노력하는 모습에 박수와 존경을 보냅니다.

    2016-02-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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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ㅉㅉ

    무도인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양아치 둘 석상좆 홍족가

    2016-01-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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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거리fc

    족까는 홍족가 씨가 무도인이란다 ㅋㅋㅋ

    2016-01-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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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야

    그러니까 본인이 생각하는 실전은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벽돌하나 집어들고 면상 내리 꽂으면 된다는 말인거죠. 그게 역으로 당신 얼굴에 꽂힌다면 어떻게 생각하시려나요.
    아이들에게 실전과 무도에 대해 가르키고 싶다면 이런글을 쓰시면 안되죠. 지금 강 사범은 말미에 자기가 하고싶은 얘기를 하면서, 서두에는 나 ㅈ밥아니야 라는 메세지를 던지네요.

    세상에 많은, 자기가 강자라고 생각하는 태권도 사범님들,
    나는 그분들이 ufc든, 로드fc든 그런곳에 서는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로드fc에 태권도출신 홍영기 선수가 활약중이죠.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무도인입니다.

    2016-01-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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