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여경 꿈꾸는 이인종, 김윤경, 하지연 '태권 세 자매'

  


중앙경찰학교 입교 약 48시간 전, 2016년 무도 특채에 합격한 이인종, 김윤경, 그리고 하지연을 방이동 사거리 한 카페에서 만났다. 태권도인으로서의 모든 여정을 끝마친 그녀들의 표정 속에는 기쁨과 함께 설렘, 걱정, 기대가 마치 미로처럼 어지럽게 섞여 있었다.

언니 이인종과 동생 김윤경...인연의 시작

35세 이인종과 32세 김윤경은 용인시 물푸레마을 이웃사촌이다. 이인종이 330동, 김윤경이 308동 주민으로 주말이면 반찬이 오가는 ‘응답하라 2016’ 한 편을 이 마을에서 볼 수 있다.

김윤경은 “인종 언니가 라면 하나는 진짜 잘 끓이는데 그중에서도 짬뽕라면을 특히 잘 끓인다”고 칭찬하지만 이인종은 “그러면 우리집에서 라면만 먹는거 같잖아”라며 투정하듯 반박한다.

런던올림픽 대표 선수 이인종(오른쪽)과 파트너 김윤경.


언니 이인종과 동생 김윤경,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한민국 대표 선발전으로 향한다.

당시 대표 선발전 예선에서 만난 이인종과 김윤경의 한판 승부는 7대 3 이인종의 승리였다. 이 경기가 두 사람의 첫 번째 만남이었다.

두 번째 만남은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화장실. 당시 김윤경의 친구이자 삼성에스원 이인종의 룸메이트 전은경이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접하게 됐고, 그리고 두 사람은 경희대 합동훈련 기간 우연히 화장실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김윤경이 언니 이인종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고, 이인종은 김윤경의 인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남은 김윤경에게는 아픈(?) 상처이자 깊은 인연의 시작이 된다.

같은 체급을 뛰었던 이인종과 김윤경은 계체실 만남이 잦았다. 아직 어색했던 세 번째 만남에서 김윤경이 체중계에 올라서자 뒤에서 계체를 기다리던 이인종이 “키는 조그마한 애가 몸무게 많이 나가네”라고 얘기했고, 이인종의 충격적인 발언은 그녀들의 뼈 굵은 인연의 시작되었다.

‘몸’이 아닌 ‘마음’의 친구가 된 2012 런던올림픽


삼성에스원 동료 안새봄, 박혜미와의 끈질긴 승부 끝에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이인종.

태릉선수촌 입촌을 앞둔 이인종의 파트너 결정은 주변을 놀라게 했다. 지도자들 역시 파트너를 다시 선택하라며 이인종의 결정을 만류했다.

그토록 꿈꾸던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 이인종은 몸이 아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김윤경을 선택했다. 올림픽 상대 선수들과 비교해 김윤경을 지목한 것은 주변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따가운 시선보다 이인종에게는 ‘김윤경’이라는 마음의 후원자가 필요했었다.

당시 춘천시청의 배려로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김윤경은 이인종의 훈련일지를 직접 작성했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했던 김윤경이 이인종에게 힘이 되고, 또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훈련일지 작성은 오로지 ‘김윤경’만이 할 수 있었던 버팀목 방법이었다.

이인종 역시 때로는 언니로, 때로는 호된 운동 선배로 김윤경의 슬럼프를 극복하게 도와준 은인이다.

바람과 달리 런던 행 비행기는 함께 탈 수 없었다.

김윤경은 늦은 새벽 홀로 집 거실에 앉아 이인종의 경기를 지켜봤다. 김윤경은 “TV속 인종 언니가 검은색 배경에 경기를 뛰고, 걸어 다니는데 ‘혼자’인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혼자 울었다”며 2012년 8월 12일(현지시각) 눈물의 밤을 기억하고 있다.

메달 획득에 실패한 이인종의 귀국을 걱정한 김윤경. 손수 지점토를 이용해 목걸이를 만들어 인천공항에서 이인종을 기다렸다.

이인종, 김윤경...그리고 엄마 하지연의 추억


이인종과 김윤경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가 한명 더 있다. 바로 전 고양시청 하지연.

인터뷰 중 카페에 뒤늦게 도착한 하지연이 자리에 앉자 예비 여경들은 옛 추억을 되새기며 사진첩을 공유했다.

2012년 김윤경, 이인종, 하지연(위)과 2016년 김윤경, 이인종, 하지연.


런던올림픽 훈련 당시 태릉선수촌에서 한솥밥을 먹은 그녀들은 ‘선수와 선수’보다는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에게 다가갔다.

여느 숙녀들처럼 카페를 좋아했고, 이인종과 김윤경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지연은 아이스 초코라떼를 좋아했다. 그녀들은 겨루기와 미트차기보다는 소소한 일상을 추억하고 있었다.

실업팀 선수로 종횡무진 활약한 그녀들에게는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었던 승부도 있었다.

단체전 경기서 김윤경의 발차기에 하지연이 쓰러져 “지연아, 괜찮아?”라는 김윤경의 말에 심판이 당황한 일도, 경량급 하지연의 발에 이인종의 손가락이 골절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그녀들의 추억이다.

4년이 지나 사진 속 뽀얀 피부를 가진 서로의 모습을 보며 향기를 젖은 표정에서는 믿음과 진심이 묻어났다.

아직은 태권도인이 익숙한 예비 여경...각오는?


400m 트랙을 1분 안에 달리고, 셀 수 없는 계단 뛰기,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던 2분 3회전, 그 땀방울을 흰 도복에 바쳤던 그녀들은 2016년 무도 경찰 특별채용에 당당히 합격했다.

이미 대내외적으로 이번 태권도 특별채용에 500명 이상이 지원한 사실이 알려졌고, 그 바늘구명 경쟁을 이인종, 김윤경, 하지연이 뚫어냈다.

2016년 태권도 무도특채에 합격한 김윤경, 이인종, 하지연.(왼쪽부터)


1차 서류심사부터 최종 면접까지 서로의 버팀목이 되며, 좋은 언니, 동생으로 경찰이라는 목표 향해 지난해부터 달려왔다.

‘돌려차기’는 자신 있지만 ‘거수경례’는 아직 서툰 예비 여경들. 하지만 마음가짐과 눈빛, 그리고 각오에서는 대한민국 경찰공무원으로서의 당당함이 느껴졌다.

태릉선수촌 태극기 아래 굵은 땀방울을 함께 흘리던 이인종, 김윤경, 하지연. 이제 도복을 벗고 인생 제2막을 여는 그녀들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한다.

이인종

“약 20년 동안 태권도를 하면서 정말 행복했다. 아직 제복을 입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지만 경찰공무원으로서 행복한 일이 또 생길 것 같다. 주변으로부터 힘들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기대감이 더 크다.”

하지연

“주변 시선은 모두 곱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간절하게 준비했고, 간절했던 만큼 노력한 결과가 좋게 나와 뿌듯하다. 물론 입교를 앞두고 걱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여경으로서, 대한민국 경찰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김윤경

“17년 동안 선수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했지만 공백 기간 동안 태권도인으로서 사명감을 버리지 않았다. 이제 경찰이 되지만 사명감이 중요한 것 같다. 직업도 직업이지만 무슨 일을 한들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초심 잃지 않고 당찬 여경으로 거듭나겠다”


[글. 무카스-태권도신문 연합 = 류호경 기자 /영상=무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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