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자연 ‘아이다호(IDAHO)’… 41년째 태권도 심신수련

  

UC버클리 무도연구소 미국 아이다호 ‘한국무예여름캠프’ 41년째 개최
태권도, 용무도 한국 무예와 한국식 수련방식으로 유도, 검도 합동수련


매년 아이다호에서 미국인 중심으로 개최되는 매우 특별한 한국무예여름캠프 수련모습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보이지 아이다호(Boise Idaho)’. 이곳은 해마다 여름이면 태권도 수련생과 지도자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대자연에 울려 퍼진다. 야생 버펄로도 이들 기합소리에 기가 죽어 주위에 얼씬도 못 한다.

한국 전통무예 태권도의 정신과 심신수련을 위해 매년 여름이면 아이다호 주변 도시에서 수련생과 지도자가 한데 모인다. UC버클리대학교 무도연구소 민경호 초대소장(켄민 박사)이 1974년 첫 시작한 ‘한국무예여름캠프(Korea Martial Arts Summer Camp, KMASC)’. 무려 41년째 역사와 전통을 쌓고 있다.

미국 국립공원 인근 도시인 옐로우스톤과 보이지 아이다호, 마운틴 샤스타 등을 순회해 왔다. 지난 9년 전부터는 보이지 아이다호에서 계속 개최되어 왔다. 무예인이 속세를 떠나 맑고, 공기 좋은 산 속에서 태권도로 심신수련과 정신수양을 위해 시작한 것이 해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41회 한국무예여름캠프(KMASC)’가 보이지 아이다호 태권도 트레이닝센터에서 막이 올랐다. 11일(현지시각)부터 14일까지 3박4일간 아이다호, 몬태나, 코디 와이오밍, 마운틴 샤스타, 한국 등에서 어린 수련생부터 성인 수련생 그리고 지도자 등 70여명이 함께 캠프에 참여했다.

지난해까지 주로 썬 밸리(Sun Valley)라는 유명 계곡이 있는 산에서 야외수련을 해왔다. 그러나 수련의 질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올해부터 실내도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태권도 기술의 변화와 환경의 변화가 큰 만큼 기술의 다양함을 전해주고자 수련 환경에 변화를 꾀했다.

야외 수련은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인 만큼 이틀 차 오후 태이블 락(Table Rock)이라는 보이지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산 정상으로 이동해 합동수련을 할 계획이었다. 아쉽게도 이날 산불로 장소를 근교 공원으로 이동해 진행했다. 이례적으로 한국에서 이번 캠프에 참여한 태권도장 무토 수련생은 전 일정을 함께했다.

정신수양에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장소는 변해도 그 맥은 이어지고 있다. 캠프 첫날부터 오전 6시 지도자들은 호텔 로비에서 만나 주변 보이지 강을 러닝하며 캠프 포문을 열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태권도 겨루기와 품새, 시범, 호신술을 구분해 수련한다. 또 한국식 호신용 종합무예 용무도와 한국식 수련방법과 경기방식의 유도와 검도 수련이 함께 진행된다.


칠순이 다 된 성인 태권도 수련생이 참가해 겨루기 특별 강습을 받고 만족해 하고 있다.


특히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 태권도 겨루기 시간에 어린 7세 어린 수련생부터 칠순이 다 된 수련생까지 합동 수련이 진행된다. 호구를 입고 고난도 연결 발차기를 포기하지 않고 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력과 운동 능력이 다른 연령대지만 각자 자신 수련에 집중해 별도 분리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지도자들은 수련생과 별도로 수련이 끝난 후 커뮤니티를 형성해 지도자의 자질향상을 위한 다양한 토론과 컨퍼런스를 이어간다. 부족한 점을 스스로 피드백하고 날로 발전하는 지도자상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 그래서 매년 이 캠프를 이들은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고 있다.

스탠리 아이다호(Stanley Idaho) 지역에서도 인구가 60여명밖에 안 되는 산골에 사는 팻 러셀 씨(Pat Russell, 3단)는 94년부터 이 캠프에 매년 참가한다. 올해로 69세인 그는 태권도를 통해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자아를 완성하고 있다고 태권도가 자신에게 큰 선물임을 강조했다. 특히 이 캠프를 통해 부족한 실력을 쌓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12시간 긴 여정… 미국 대자연 파노라마 장관


자동차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다호까지 가는 길은 다양한 절정을 볼 수 있다.


캠프가 열린 보이지 아이다호는 항공과 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항공으로는 한 시간 30분 내외, 자가용으로는 네바다주와 오리건주를 거쳐 12시간. 숲과 초원, 사막을 쉬지 않고 1천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그래야 ‘아이다호(Idaho)’에 도착한다.

장거리 긴 여정에 지치기 마련인데, 걱정했던 것만큼 피곤하지 않은 건 왜일까. 그 이유는 미 서부 대자연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빌딩과 차로 가득한 시내에서 한적한 고속도로 그리고 우거진 숲을 지나 초원과 사막, 협곡 등이 파노라마처럼 다양하게 전개된다. 연신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손에는 카메라가 셔터를 누르고 있다. 비행기로 이동했다면 이 멋진 광경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 캠프는 매년 8월 중 개최된다. 최근 8년 보이지 아이다호에서 연달아 개최되었지만, 앞으로 와이오밍, 옐로우스톤 등 장소는 변동될 수 있다. 교육은 UC버클리 무도연구소(소장 안창섭) 커리큘럼으로 진행한다. 태권도 품새와 겨루기, 시범, 호신술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교육한다. 그뿐만 아니라 용무도와 한국식 수련방법으로 유도와 검도를 진행한다.


지난 41년간 한국의 정신문화를 간직하고 상기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지만, 그동안 국내언론에는 단 한 번도 소개가 되지 않았다. 현지 미국 태권도 지도자들이 한국 무예의 우수성과 정신문화를 배우고자 자발적으로 이 캠프를 내실 있게 다져가고 있다. 그 바탕에 UC버클리대학교 무도연구소에서 교육을 맡아 태권도를 비롯한 한국무예 기술과 정신을 전수하고 있다.

캠프 참가자 대부분은 미국 대도시에서 거리가 떨어진 곳에 거주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유명도시 수련생과 비교하면 선진 태권도 기술을 접할 기회가 없다. 그래서 이 기간에 한국과 미국 등 월드 챔피언과 올림픽 챔피언을 특별강사로 초청해 특별 지도를 하기도 한다.

캠프 수련 장면


초창기부터 다양한 태권도 명사와 지도진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양진방 박사(현 세계태권도연맹 사무국장)와 헤비급 태권도 전설 김제경 사범, 전설의 발차기로 세계선수권 4연패를 달성한 정국현 교수(한국체대), 세계유도선수권 3연패 조인철 교수(용인대) 등이 다녀갔다.

때로는 이 캠프기간 현지 특별 고단자심사(국기원 7단까지는 현지 3명 이상의 8~9단이 심사위원을 구성해 심사)도 한다. 올해는 볼수 없었지만, 2단 승단심사가 진행됐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태권도 기본동작과 품새, 태권도 철학 스피치, 발차기 등 30여분간 강도 높게 진행돼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 캠프를 연중 중요한 행사로 발전시켜온 민경호 박사는 태권도를 통한 건강과 신체단련, 무예의 본질을 전하고자 했다. 바통을 이어 받은 안창섭 교수(현 버클리 무도연구소장) 역시 이 캠프의 교육적 가치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전통을 잇고 있다.

41년 전통을 잇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은 보이지 아이다호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래리 듀크 관장(Larry Duke, 61)이 해왔다. 장소와 참가자 모집, 운영 등을 모두 도맡아 한다. 81년 민경호 박사 권유로 시작해 지금까지 35년째다. 그는 1년에 한 번 각 지역에서 모인 지도자와 수련생이 한층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그 보람감으로 이 캠프는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UC버클리 안창섭 교수가 캠프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안창섭 교수는 “해마다 UC버클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태권도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가 있다. 그중에서 아이다호 한국무예캠프는 매우 중요한 행사”라면서 “인공적인 시설을 벗어나 자연에서 무예인으로서 기본 수련으로 초심으로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애나 어른이나 인성교육으로 무예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자격과 품격을 갖춰 생활에 실천토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태권도가 이제는 올림픽 스포츠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지만, 태권도는 무예로서 시작했기 때문에 태권도의 기본 취지대로 속세를 벗어나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무예수련을 통해 심신단련을 하고 정신수양, 자아실현 그리고 무예인으로써 자신 스스로 점검할 수 있으면 한다”며 “태권도 종주국 한국인의 얼과 정신, 철학, 역사, 문화를 이 캠프로 이들이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수중 훈련 중 물에 떠내려간 수련생 구출! 버펄로 사냥해 함께 BBQ 백미


35년째 한국무예캠프를 주최하는 래리 듀크 관장(보이지 아이다호 태권도 트레이닝센터)


40년 넘은 역사를 쌓는 만큼 에피소드가 다양하다. 원거리에서 오는 길에 차 고장 또는 사고로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것은 다반사.

이 행사를 주관하게 된 듀크 관장의 계기도 참으로 흥미롭다. 80년도 2단을 승단해야 했던 듀크 관장은 스승의 권유로 아이다호 여름캠프에 참가, 민경호 박사에게 승단심사를 받게 됐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행사 마지막 날 호텔 주차장에서 민 박사가 떠나기 직전 심사를 받았다.

새벽 6시였다. 장소만 주차장일 뿐 매우 진지했다고. 품새와 발차기, 팔괘 품새, 격파를 했다. 오랜 준비 덕에 기대 이상 심사를 잘 봤다. 심사관 민경호 박사는 “너 품새 잘하네. 내년부터 이 캠프 자네가 준비해보는게 어떻겠나”라고 제안해 얼떨결에 시작된 것인 35년째다.

93년에 있었던 에피소드. 그 해 겨루기 특별강사로 초빙된 ‘88 서울올림픽’ 헤비급 우승자 지미 킴(현 LA 라구나 도장운영, Jimmy KIM)이 계곡에 들어가 수중 수련을 할 때였다. 키가 1미터 90센티미터의 장신인 그는 정권지르기뿐만 아니라 발차기를 주문했다. 이 때 키가 작은 수련생이 발차기하던 중 물에 떠내려가 성인지도자들이 구하는 일이 있었다. 지금은 웃으며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지만, 당시에는 심각했었다.

또 하나는 유명한 계곡이 있는 썬 밸리(Sun Valley)에서 야외수련을 할 때다. 수련생 주변에 큰 뿔이 달린 야생 코손바닥사슴인 무스(Moose)가 다가왔다. 이때 수련을 중단하고 무스를 잡아 바비큐 파티를 열자고 해 무스 사냥에 나선 일화가 있다.


이틀차 태권도 겨루기 교육이 끝난후 참가자들의 모습


이 캠프에 참여하는 다수의 지도자가 야생동물이 많은 자연지대에 거주해 매우 특별한 이벤트도 있다. 캠프 마지막 날 이들이 직접 사냥한 버펄로와 사슴, 노루 고기로 스테이크와 햄버거 패티, 소시지 준비해 바비큐 파티로 행사를 마감한다.

새벽같이 시작해 오후 늦게까지 오로지 무예수련에 집중하는 캠프. 미국인을 통해 한국의 무예와 정신문화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캠프. 태권도 종주국 한국보다 더 태권도 정신수련에 열중하는 미국인의 굵은 땀방울과 집중력이 매우 인상적이다.

[무카스미디어 = 미국 보이지 아이다호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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