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맏형 차동민 은퇴무대서 ‘관록’의 값진 ‘동메달’

  

맏형으로 큰 부담감 안고 올림픽 준비, 기대 이상 선전으로 메달획득


동메달전 승리후 포효하는 차동민

한국 남자 헤비급 간판 차동민이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다.

메달 색깔은 ‘동’이지만, ‘금’보다 더 노랗고 값지다. 전성기를 지나 체력과 체격 모든 점에서 상대 선수들에게 불리한 열세를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 그리고 ‘관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효'했다. 금메달 획득했을 때보다 더 기뻐하는 표정이다.

선수로서 가장 보람찬 무대에서 차동민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차동민(한국가스공사, 30)은 2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바하 올림픽파크 까리오까 아레나Ⅲ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 이상급 동메달결정전에서 이번 올림픽 강력한 우승후보 드미트리 쇼킨을 연장접전 끝에 짜릿한 승리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관록의 차동민은 절정을 달리고 있는 쇼킨과 중요한 순간 일대일 상황에서 노련미로 제압했다. 사실 객관적인 평가에서 우위를 따지자면 쇼킨이 우세하다. 체격과 파워, 체력, 승률 등 모든 면에서 쇼킨이 근소하게 차동민을 압도한다. 쇼킨은 랭킹 1위고, 차동민은 7위이다.

그런 쇼킨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차동민은 ‘노련한 경기운영’이 필요했다. 1회전부터 차동민은 불필요한 체력소비를 피하기 위해 공방을 피했다. 앞발 커트 견제로 유효거리 내에서 돌려차기로 득점 시도에 나섰다. 쇼킨도 마찬가지로 근거리 내에서 견제로 함께 팽팽한 탐색전을 이어갔다.

2회전이 시작되자 두 선수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 졌다. 선취점을 내서 승기를 잡기 위해 위협적인 기술을 구사하기도. 쇼킨은 몸통 선취점을 냈지만 이내 차동민이 반격해 1대1. 이어 또 쇼킨이 추가 몸통득점으로 역전하자 차동민은 왼발 몸통 돌려차기로 2대2 동점을 만들었다. 다시 몸통 득점에 성공하며 3대2로 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3회전. 가까스로 1점을 앞선 차동민은 계속해 묵직한 접전을 계속 이어갔다. 쇼킨은 역전의 기회를 노리며 더욱 분주해졌다. 차동민도 이에 맞섰다. 차동민의 공격을 드리트리가 주먹으로 반격해 3대3 동점이 됐다. 마지막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연장전은 ‘골든포인트’로 선취점을 내면 경기는 끝이 난다. 경기 시작과 함께 차동민이 이전 3회전과 다른 경기 전략을 펼쳤다. 이미 연장전을 대비한 전술을 짠 듯 해보였다. 힘이 센 쇼킨보다 더 빠르게 기습적으로 유효거리를 만들어 ‘나래차기’로 승부를 지었다.

적중했다. 왼발이 그대로 쇼킨의 옆구리를 세게 감았다. 일순간 차동민과 세컨 박종만 총감독은 성공했다는 포효를 했고, 쇼킨과 그 세컨은 ‘당했다’는 심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곧 차동민은 박종만 감독(소속팀 한국가스공사 총감독 겸직)에게 달려가 큰 절을 했다. 이는 지난 8년간 실업팀 입단 후 자신만을 믿고 기다려준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이날 첫 경기에서 차동민은 상대 선수의 실격패로 자동 8강에 진출했다. 체력을 비축한 차동민은 8강에서 이번 올림픽 최대 복병 아제르바이잔의 병기 라딕 이사에프에 8-12로 패해 금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이사에프는 러시아에서 아제르바이잔으로 귀화해 지난 2015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금메달의 꿈은 좌절했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다. 동메달 결정전을 준비했다. 이사에프가 준결승에서 우승후보인 영국의 마하마 조를 4대1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해 패자부활전 출전기회를 얻었다. 차동민은 패자부활전에서 카자흐스탄 루슬란 자파로프를 15대8로 역전에 성공해 동메달 결정전에 나설 수 있었다.

사실상 은퇴무대로 선 마지막 올림픽에서 값진 동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둔 차동민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가 현역 은퇴 경기가 될 것 같다”며 은퇴선언 깜짝 발표했다. 그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감독님(박종만 대표팀 총감독 겸 한국가스공사 총감독)께 뭔가 꼭 하나는 해드리고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마지막에 힘이 좀 더 났던 거 같다”고 말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차동민 #박종만 #리우올림픽 #헤비급 #이사에프 #쇼킨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