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품새선수권 10년… 쫓기는 한국 태권도, 대안은?

  

‘절대강자는 없다! 한국 위협하는 외국 선수단, 세계 정상급 평준화 시대


세계품새선수권 통산 8회 우승에 빛나는 서영애 사범이 정상에서 내려왔다.


한국 태권도가 겨루기에 이어 품새마저 세계 평준화로 절대적 우위를 자랑할 수 없게 됐다.

이미 겨루기는 여러 차례 세계 정상을 내줬다. 종합 순위는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지만, 상대 국가들의 선수 수요를 비교한다면, 질보다 양에서 앞서는 형국이다. 외국은 전략적으로 한~두 체급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품새도 마찬가지. 이제 정상에서 차근차근 내려오는 일만 남았다. 우승하더라도 간신히 지키는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한국 태권도는 불행하게도 처음부터 정상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 올라갈 정상이 없다.

단언컨대 앞으로 세계품새선수권대회는 세계 최강 실력의 ‘정점’을 찍은 한국 대 205개 플러스알파 대결 구도가 될 것이다.

2006년 첫 세계품새선수권대회가 창설될 때, 전문가들은 품새만큼은 절대 평준화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메달 독식이 부끄럽다며, 다른나라도 메달을 가져가야 하니 개인전만 출전하고 단체전은 출전하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2013년 발리 대회(8회)부터 단체전과 페어전도 모두 출전하고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 한국은 남자 개인 8개 부분에 출전에 절반인 4개 부분에서 우승했다. 여자는 6개 부분에서 막내 김유하 만이 유일하게 금메달을 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품새대회 판도 역시 변해


1회, 2회를 거쳐 세계품새선수권이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매년 개최해오던 세계품새선수권이 지난해 개최지였던 베트남이 돌연 개최를 취소하면서 격년제로 전환됐다. 그렇게 1년 세계는 실력 향상에 열을 가했다. 한국도 마찬가지.

그 사이 세계의 품새 실력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국가 선수들의 실력은 눈을 의심할 정도로 한국을 압도했다.

통산 8회 우승에 빛나는 서영애 사범마저도 무너졌다. 오랜 맞수에게 패했다. 한 번 실수 했고, 상대는 이전보다 실력이 향상됐고 실수를 하지 않았다. 정상을 지키기 위한 서 사범의 몸은 힘이 들어갔고, 역전하려다 도리어 부상까지 입었다.

서영애 사범은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품새 선수로 한 회도 빠짐없이 지켰던 그는 품새 세계화와 실력 평준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2회 대회 우승이후 국내 선발전 좌절로 9년 만에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김희도 사범(62)도 이전보다 더 감격의 우승을 만끽했다.

1~2회 대회 때만 해도, 마치 어린 아이와 싸운 것 같았다. 압도적인 실력 차로 당연한 금메달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대회 출전 전부터 잔뜩 긴장했다. 평소에 잘 되던 금강 품새의 ‘학다리서기’는 경기장에만 서면, 왜 그렇게 떨리는지. 환갑이 넘은 대사범은 긴장 속에 도전했다. 마침내 금메달을 땄다. 그제야 깊은 숨을 내쉬며 안도했고, 그다음 기뻐했다.

총 36개의 금메달이 걸린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8개(개인전 5개-단체전 2개-페어전 1개), 준우승 한 터키가 5개, 미국이 4개를 획득했다. 이어 중국과 대만, 필리핀(이상 3), 베트남, 이란, 호주(이상 2), 멕시코, 영국, 태국(이상 1개) 등이 금메달을 1개 이상씩 배출했다.

한국을 위협한 대부분 나라는 한국 품새 지도자들이 파견돼 가르친 결과이기도 하다. 겨루기처럼 품새도 ‘부메랑 효과’이 것.

이번 대회만 하더라도 개최국 페루는 장세훈, 김한나, 오성은을 비롯해 멕시코 이강영, 태국 이나연, 오스트리아 김영희, 캐나다 임승민, 서현석, 필리핀 지호철, 카타르 박문권, 사우디 서민학, 미국 진정환, 대만 김사옥, 콜롬비아 이홍원 등이 대표팀을 이끌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겨루기가 그랬던 것처럼 정상을 지키려면 외국보다 더 뛰고, 더 노력해야 한다. 한국이 정상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종주국’이라서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선수 수요가 많다. 당연히 이겨야 하는 이유다.

한국, 금메달 10개 이상 획득 목표 실패! 근본적인 대책 필요


한국은 이번 대회에 금메달 10개 이상을 목표로 출전했다. 지난 대회에서 13개를 획득했으니, 적어도 10개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 밖 상대 국가 실력이 기대 이상으로 향상됐다. 실력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품새선수단은 10회 연속 종합우승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했지만, 벌써 다음 대회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여전히 한국이 한 수 위 실력을 갖췄지만, 상대 국가 실력이 기대 그 이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미 절반 이상은 한국의 실력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회를 목전에 앞두고 뒤늦게 열린 대표선발전과 5일간의 짧은 강화훈련. 이 짧은 기간 동안 선수들은 한국식 품새경기 스타일을 버렸다. ‘WTF 채점방식’으로 동작과 습관을 바꾸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일부는 WTF 경기방식과 판정기준에 능통한 전문코치에게 과외를 받기도 했다.

선수단 내에서는 이구동성 국내와 다른 WTF 경기방식과 채점방식으로 치러진 대회에 출전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을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단시간 내에 고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이를 개선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 있다.

WTF는 이미 지난 6월부터 품새대회도 겨루기대회와 같이 랭킹 포인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세계선수권대회뿐만 아니라 대륙선수권과 오픈대회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랭킹 점수로 시드를 배정한다.

앞으로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이 된 품새가 머지않아 올림픽에도 정식종목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품새 부문도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KTA는 겨루기처럼 품새도 정상 지키기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과 강화훈련, 우수선수 배출, 국내 경기방식 WTF룰 전환 검토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겨루기에 이어 품새마저 세계 주도권을 빼앗기면, 기술적으로 한국 태권도를 찾은 외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배울게 없는 종주국이 되면, 얼마나 서글픈가.

영원한 독주는 없다. 평준화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태권도가 세계화가 되었다는 반가운 일이다. 이제 정정당당하게 공평한 위치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일만 남았다. 다음 세계대회에서 동등한 조건에서 값진 결과를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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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

    한번의 선발전으로 세계선수권대회를 나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해 국내대회 여러번 우승하고 결승전 한번 실수로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가 나올 것 입니다. 여러번에 걸친 선발전이나 랭킹포인트 등으로 선발전을 보강하여 가장 실력있는 선수가 나갈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2016-10-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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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KD man

    WTF 가 주관하는 국제심판교육에는 KTA 에서 온 한국 사범 들이 없습니다.간혹 있드래도 지방에서 온 몇몇사람들이구요. 즉 KTA 와는 상관 없는 사람들이죠. 그러니 KTA 사범들이 어떻게 WTF Rule 을 이해하고 지도 하겠습니까? 해외 사범들은 KTA 와 WTA Rule 이 같으니까 참석안하는 줄알다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한다니까 믿을수가 없다드군요. 아무든 KTA 의 그 잘난 기득권 다툼 알아 줘야 해요.

    2016-10-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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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관장

    WTA 방식으로 빨리 변경하시오
    태권도인이라면 알잔아요 몸에 한번 스며든 동작은 수정하기 힘든걸....
    대태는 머하는건지.....빨리 규정부터 WTA랑 동일하게 변경하세요~~

    2016-10-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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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도자

    KTA와 WTF의 채점기준이 다르다는게 정말....
    KTA룰에 의거하여 대표로 뽑힌 선수들은 다시 WTF규정에 맞게 수련을 합니다.
    매번 심판위원장이 바뀔때마다 품새 채점의 주요관점이 달라지는 KTA 말이나 됩니까....
    선수 및 지도자들의 혼란만 일으킬뿐이죠.

    2016-10-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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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도자


    경기규칙 강습회에서 어디부분에서 어떻게 채점을 할 것이며 어디서 감점이 되니 주의하라고 적나라하게 알려주지 않으며 어떤기준으로 채점을 하는지.. 또한 경기규칙 강습회 중 "나머지는 작년과 동일합니다"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처음으로 그 경기규칙강습회에 참여한 선수및 코치는 작년과 동일한 부분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건지도 의문입니다.
    경기룰을 통합 시켜야 할 필요가 있느며 선수들이 경기력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경기가 되어야 2018년 아시안 게임에도 소음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2016-10-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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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dddd

    그럼 뭐 천년만년 일등만 달고 살 줄 알았더냐?

    2016-10-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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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사범

    문제는 KTA 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WTF Rule 을 무시하고 제 멋대로 수련을 하기땨문이다. 제 딴에는 종주국이라고 자기네들 멋대로인데 어떻게 이길수가 있단 말인가? 이문제는 겨루기도 마찮가지다. KTA 임원들의 정신상태가 바뀌는 않는한 절대로 세계대회에서 이길수 없다는걸 KTA 는 명심해라.

    2016-10-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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