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오지 '라모코카'의 우렁찬 기합… 태권도는 꿈과 희망

  

라모코카 흑인 벽촌에 태권도 보급 10년, 국가대표만 14명 배출


남아공 흑인 오지마을 라모코카 태권도 클럽의 어린아이들이 수련에 열중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에서 동북쪽으로 150킬로미터 떨어진 흑인 벽촌마을 라모코카(Ramokoka). 이곳은 네 개 마을이 하나의 부족을 이뤄진 부족마을이다. 차로 2시간 30여분 여. 가는 길도 비포장 길. 마치 과거로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적한 시골 오지 마을에 오후 3시가 되자 조용하던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허름한 빈집 같은 곳에서 어린 아이들이 한 곳을 향한다. 바로 원불교와 한국 NGO 단체인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에서 운영하는 태권도클럽을 가는 것이다.

이곳에서 최근 지어진 체육관에서 우렁찬 기합 소리가 동네에 울려 퍼졌다. 또박또박 한국어로 “하나, 둘, 셋” 구령을 외치며 몸을 풀더니, 현지인 사범의 지도로 태권도 기본동작 수련이 시작됐다.

오지 마을에서 태권도를 한다기에 찾아간 곳. 소수 인원이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130여명이 훌쩍 넘었다. 가정 형편상 도복을 구하지 못한 아이들은 평상시 입는 옷으로 수련한다. 수련을 시작하자 장난기도 없다. 오로지 사범의 구령과 자신의 수련에만 집중했다.


도복도 없고 장비는 낡았지만, 태권도를 수련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보는 이로 하여금 도복도 없이 수련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워 보였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수련에 열중했다. 실력 또한 기대 그 이상이었다. 특히 발차기와 겨루기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미래의 국가대표가 되고자 겨루기에 집중한 결과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태권도 시범에도 관심을 보여 매일같이 밤까지 반복된 훈련을 한다고. 재단에서 제공하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시범단들의 연합동작과 고난도 시범을 습득했다. 이날 보여준 시범 역시 이 시골마을에 기대할 수 없을 수준급 실력을 선보였다.

이 라모코카 태권도클럽은 이제 시작된 지 10여년 밖에 안 된 짧은 역사를 가졌다. 그런데 이 클럽이 남아공 태권도 최고의 실력파를 배출하는 명문 클럽으로 부상했다. 역대 14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했고, 현재 남아공 국가대표 60%가 이곳 출신일 정도로 그 실력이 뛰어나다.

이곳은 2003년 한국의 원불교와 그 산하의 NGO단체인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이 이 지역 어린 아이들의 유아교육 시설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돕기 위해 원광센터라는 교육문화센터를 신축했다. 이전까지 태권도는 야외에서 수련했지만, 2013년 다목적 체육관이 신축되면서 수련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라모코카 원광센터에 태권도 수련을 할 수 있는 도장이 2013년에 신축됐다.


2005년부터 국기원 정부파견 태권도 사범인 조정현 사범이 자원해 남아공태권도협회와 함께 이곳에 태권도 보급을 시작했다. 태권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지역 어린이들은 호기심으로 무작정 시작하기 시작했다.

공놀이 이외에는 특별한 여가 활동이 없던 이들에게는 태권도는 단비와 같았다. 힘들지만, 스스로 몸과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술과 담배를 하던 아이들은 태권도 수련을 한 뒤로 그것에 몸에 해로운 것인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태권도 수련생 중에는 술과 담배를 하는 아이들은 이제 없다.

태권도를 배운 이들의 큰 변화는 새로운 희망과 꿈을 꾼 것이다. 평생을 오지에서 크고, 늙어 넓은 세상을 구경하지 못한 부모들과 달리 이들은 매년 ‘도외지’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됐다. 실력이 좋은 수련생은 국가를 대표해 전 세계에 출전하는 기회도 얻었다.

평상시 이곳 아이들에게 태권도 지도를 하는 케고무디츠웨 코넬리우스 마포야니(18세)는 형 레세고 마표야니(22세, 프리토리아 체육과학과)와 남아공 태권도 국가대표이다. 형은 현재 한국에서 태권도를 통해 한국문화 연수를 받는 중이다. 2005년 태권도를 시작하기 전에는 꿈도 못 꿨을 일이다.


라모코카 원광센터 김현길 교무(좌)가 조정현 사범(우)과 특별지도에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이곳을 관리 운영하면서 태권도 수련의 환경을 제공하는 김현길 교무는 태권도가 이 지역에 많은 청소년들에게 큰 용기와 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설립 이전 아이들은 공놀이 이외에는 할게 없었다. 그러다보니, 술과 담배, 마약 등에 노출됐다. 어린 청소년이 임신하고 출산을 하는 일도 빈번했다.

“센터라 설립되고 2년쯤 지났는데, 조정현 사범께서 이곳 아이들에게 태권도 지도를 제안해왔다. 지도와 수련장비도 지원하겠다고 해서 시작했다. 태권도를 시작한 후로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 몸과 마음의 단련으로 아이들이 건전한 사고방식으로 전환이 됐다. 꿈이 없던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통해 꿈과 희망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주었다.”

태권도로 가장 큰 보람은 이 지역 아이들의 견문이 넓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는 밖에(도시) 나갈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태권도를 하면서 대사배대회를 할 때면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 도외지에 나갈 수 있다. 실력이 좋은 친구들은 남아공을 벗어나 전 세계에 나가기도 한다. 아이들의 사고가 달라지고, 노력하면 스스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내일의 국가대표를 꿈꾸는 라모코카 태권도 수련생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왕복 다섯 시간 이상 걸리는 이곳에 조정현 사범은 두 달에 한 번은 시간을 내서 특별 지도를 위해 왕래한다. 조 사범은 “정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태권도를 해 나가는 수련생을 보면, 오히려 이들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럴 때 태권도 사범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자주 못 가서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일도 이곳에는 태권도로 새로운 꿈과 희망을 꾸는 아이들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현장스케치


라모코카를 가는 길은 비포장으로 험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차가 오갈수 없는 오지다.


라모코카에 청소년들이 취재진에게 그간 연습한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라모코카 수련생들이 수련 종료 후 조정현 사범으로부터 태권도 정신교육을 받는 중이다.


수련을 마치고 물을 마시는 수련생의 모습


수련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센터에서 여가 활동을 한다.


원광센터는 주3회 수련생들에게 저녁식사와 간식 등을 제공한다.


그네에 앉아 함께 식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


나무 아래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


식사를 하던 한 아이가 기자에게 윙크를 하고 있다.




[무카스미디어 = 남아공 프리토리아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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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사범

    태권도의 참 가치를 느끼게 하는 감동적인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2016-10-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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