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 세계태권도선수권에 초청된 ITF… 북한 태권도라고?

  

1966년 한국에서 출범, 최홍희 총재 72년 망명, 80년부터 북한에 보급 시작 10년 만에 방한, 24일부터 7월 1일까지 세계선수권 개•폐회식 등 4회 공연

2007 방한한 ITF 조선태권도위원회 시범단의 시범장면

2007 방한한 ITF 조선태권도위원회 시범단의 시범장면


일반인에게는 ‘북한 태권도’로 알려진 ITF가 곧 한국에 방문한다. 2002년 첫 방문에 이어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경색된 남북 관계에 민간교류 차원에 북한 고위관계자 등이 방문해 세계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 교류다. 이를 계기로 남북 간 민간 교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사회 각계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ITF 시범단은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막이 오르는 ‘2017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시범공연을 펼친다. 중간에 전주에 있는 전북도청 앞 광장과 국기원에서 역사적인 시범을 보일 예정이다. 일정 중 조선왕조의 중심 경복궁 등 명소 탐방도 이뤄진다.

여기서 잠깐. 이번 방문하는 ITF는 북한 태권도일까. 많은 이들이 아직 ITF를 북한 태권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태권도연맹(ITF)’은 북한(北韓) 태권도가 아니다. ITF는 엄연히 WTF와 다른 기술과 정체성을 가진 국제기구 있다. 북한은 이 단체의 회원국 중 하나이다.

다만, 총재를 비롯한 수뇌부가 대부분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기에 북한이 주도한다고 볼 수 있다. 대외적으로 ITF를 홍보하는 시범단 또한 북한 국적의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어 북한 태권도 인식이 강한 편이다.

그럼 왜 북한이 ITF의 중심국이 되었을까?

66년 ITF를 창설한 최홍희 총재. 72년 망명 후 80년부터 북한에 ITF를 보급했다.

66년 ITF를 창설한 최홍희 총재. 72년 망명 후 80년부터 북한에 ITF를 보급했다.


ITF 고향은 ‘남한(南韓)’이다. 1955년 태권도라는 이름을 만들고 초창기 현대 태권도 탄생의 주역 최홍희 장군(1918~2002)이 주도, 1966년 3월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한국, 싱가포르, 미국, 터키, 이탈리아, 아랍공화국, 월남, 말레이시아 서독 등 9개국이 발기인으로 창설됐다.

태권도 국제화를 통해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국기화 추진, 사범파견 등을 당면과제로 창설된 ITF는 최홍희 장군이 초대 총재를 맡았다. 사무총장은 현대 태권도에 산증인으로 최근 별세한 엄운규 전 국기원장이 맡았다. 당시 관련 사진과 언론 보도가 있음에도, 고 엄운규 전 원장은 생전에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곧 ITF는 모체인 대한태권도협회와 해외 사범파견 추천권, 단증발행, 기술통합 등을 두고 깊은 갈등을 겪었다. 68년 극에 달했다. 1968년 9월 9일 <경향신문 스포츠 8면> 태권도 분규의 불씨, 국제적 망신까지, 주도권 싸움 치열 제하의 기사에서 “날로 심각해져 가는 태권도 싸움, 따지고 보면 이 싸움은 태권도로써 세계를 정복하자는 야망의 격돌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에 대한체육회가 나서 중재했다.

ITF를 주도하는 북한 측 인사들 역시도 태권도 뿌리는 남한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방한에 종주국 방문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뿌리는 남한이지만 ITF가 북한 주도로 보급이 된 것은 최홍희 총재의 활동 때문이다.

군 장성 출신인 최홍희 총재는 1972년 박정희 대통령과 마찰로 캐나다로 망명하게 된다. 이후 ITF와 한국 정부는 단절됐다. 이듬해 한국은 김운용 총재가 이끄는 WTF가 창설된다. ITF는 무도 태권도를 WTF는 스포츠 태권도를 지향했다. 두 단체는 올림픽 종목 채택과 보급 등 여러 면에서 대립했다.

정우진 사범은 “최홍희 총재가 ITF 세계 보급에 있어 WTF 방해를 많이 받았다. 중요 보급기지였던 중국과 러시아, 체코를 WTF에 빼앗겨 속상해 했다.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올림픽 종목이 되자(1994년), 매우 기뻐하셨다. 그 때 김운용이 만나면 내가 고맙다고 인사하고, 소주 한 잔 사고 싶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한국과 관계가 단절된 최홍희 총재는 소련과 동유럽 등에 보급을 강화했다. 그리고 1980년 ITF시범단을 이끌고 평양으로 가 북한에 ITF 태권도를 보급하게 된다. 이것이 북한과 ITF와 관계가 시작됐다.

김일성 주석은 최홍희 총재가 이끈 ITF 시범을 보고 격술을 하던 북한군에 태권도를 하도록 지시했다. 남한이 태권도를 통해 세계화에 앞장선 것을 본 북한도 ITF 태권도를 통한 국제화를 위해 최 총재의 ITF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최홍희 총재는 병환 중에도 계속 후학 양성을 위한 세미나 활동을 열심히 했다.

최홍희 총재는 병환 중에도 계속 후학 양성을 위한 세미나 활동을 열심히 했다.


최 총재에게 마지막 9단을 받은 미국의 정우진 사범(태권도타임즈 회장)은 “최 총재께서 북한에 태권도를 보급한 것을 두고 공산주의자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소련과 중국, 동유럽 등에 개척을 위해 북한에 가게 됐다. 최 총재는 남한의 창군 멤버”라면서 “ITF 기술의 장점인 창헌류의 ‘천지’, ‘단군’, ‘통일’ 등은 한국의 위인과 역사를 가진 형(품새)이다”고 말했다.

이어 “고 최 총재께서는 외국으로 망명했지만 사후(死後)에는 한국군 창군 멤버로 고국에 묻히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내가 한국 정부에 공문을 보내 국립묘지 안장과 국립유공자(평양학병 의거) 인정 등을 질의 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국립묘지 안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고, 국립유공자 인정은 국가보훈처에 심사 중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태권도인들 특히 ITF 태권도인에게는 정신적 지주였던 최홍희 총재는 2002년 북한에서 생을 마감했다. 한국 정부와 동일하게 사후 처우에 대해 북한은 국립묘지 격인 평양 애국열사릉에 고인을 묘를 세웠다.

이후 후계자로 장웅 IOC위원에게 계승됐다. 그러자 ITF는 더욱 북한 색채가 강해졌다. 이 과정에서 최홍희 전 총재의 아들 최중화와 베트남계 캐나다인 트랑 트리유 콴(2010 아이티 지진 사망, 현 아르헨티나 트라이젠버그)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독자적인 ITF를 구축해 현재 세 갈래로 찢어졌다.

반세기 분단을 겪은 남과 북은 WTF와 ITF의 분단까지 가져왔다. 하나의 뿌리지만 남한에는 ITF가 없고(소수의 도장은 존재), 북한에는 WTF가 없는 실정이다. 그러니 WTF는 남한 태권도, ITF는 북한 태권도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이 잘못된 인식은 보급 과정에도 사회적 어려움이 반복됐다. 국내에서 ITF를 보급하려고 하면 통일부나 국정원의 조사를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단순히 ITF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해 보급하려던 순수한 뜻이 왜곡되기도 했다.

2005년에 있던 일이다. 북한 장웅 총재가 주도하는 ITF 한국지부가 한국에서 창립총회를 앞두고 있었다. 초대회장에 당시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내정됐다. 곧 출범식을 갖고 취임식을 준비할 때 정봉주 회장 내정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ITF 지부가 없다. WTF와 ITF로 양분돼 있는 전 세계 태권도의 통합에 매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한민국협회 창립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태권도계와 정치계가 반발해 창립총회 자체가 무산됐다. 특히 당시 ITF 한국지부에 강한 반감을 품게 될 대한태권도협회장이 같은 당 대선배인 김정길 전 의원이었다. 정치적 압박을 이기지 못한 정봉주 초대회장 내정자는 결국 보좌관을 통해 “내부적으로 고민 끝에 협회장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뜻을 전하며 ITF와 관계를 끊었다. 당시 ITF 한국지부 회장을 맡는 것에 친북 좌파라는 오해를 받았다.


WTF 조정원 총재(우)와 ITF 장웅 총재(좌)가 2005년 로잔에서 만남을 가졌다.

WTF 조정원 총재(우)와 ITF 장웅 총재(좌)가 2005년 로잔에서 만남을 가졌다.


2004년 WTF 수장이 된 조정원 총재는 그해 장웅 ITF 총재 겸 IOC위원을 유럽에서 만났다. 두 수장은 WTF-ITF 통합과 남북 태권도 화합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태권도 세계와 통일을 위해 상생의 길을 찾기로 의지를 모았다. 이듬해 두 수장은 스위스 로잔에서 당시 자크로게 IOC위원장과 함께 삼자 회동을 했다.

이 회동에서 양대 태권도 기구의 통합을 위해 기술통합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양대 기구는 중국에서 수차례 기술통합 조정회의를 거듭했다. 그러나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해산됐다.

그리고 2014년 다시 두 단체의 통합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조정원, 장웅 총재는 토마스 바흐 신임 IOC위원장과 함께 태권도 통합을 위한 교류를 하는 의정서를 맺었다. 이를 계기로 2015 WTF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에 첫 ITF시범단을 초청해 WTF시범단과 합동공연을 했다. 그리고 오는 24일은 WTF와 ITF가 태권도 본고장 한국에서 최초로 역사적인 합동 시범을 펼치게 된다.

한국에서의 WTF와 ITF 합동시범 만큼이나 특별한 행사도 준비 중이다. ITF가 WTF 태권도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국기원에 방문한다. 일정 계획이 계속해 변경되고 있지만, 국기원시범단과 합동시범이 준비 중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ITF 교류에 반감을 가졌던 국기원도 이제는 ITF 기술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지난 2015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선수권에 역사적인 합동시범 공연을 펼쳤다.

지난 2015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선수권에 역사적인 합동시범 공연을 펼쳤다.


ITF 조지 비탈리 대변인은 “ITF 이번 한국 방문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015년 ITF가 WTF가 주관하는 행사에 첫 시범을 함께하는 역사적인 공연을 했다. 그리고 국기원 방문은 더욱 특별하다. 이는 WTF와 ITF 사이에 존재했던 장벽을 뛰어넘는 새 역사”라면서 “한국 사람이 하나인 것처럼 태권도도 하나이다. 태권도가 먼저 통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우진 사범은 이번 ITF의 한국 방문에 대해 “ITF가 45년 만에 귀향을 하는 것”이라며 “역사적인 날이다. 두 단체가 시범도 같이 하면서 화합과 평화로 하나가 되길 바란다. 최홍희 총재께서도 이 뜻 깊은 날에 하늘에서 눈물을 흘리실 것 같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WTF와 ITF는 남(南)도 북(北)도 아닌 그냥 ‘태권도’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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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쎄

    최홍희 총재가 빨갱이든 아니든 지금 그게 중요한가~?
    ITF를 북한태권도라고 칭하는게 오류라는 내용 아닌가?
    북한은 itf의 회원국이지, itf를 북한 태권도라고 하는건 오류가 맞지!
    그나저나 이번에 북한 시범단 보니까 많이 엉성하던데~ 글마들 어차피 다 군인이고, 남한에 태권도 시범 온다고 성분 좋~은 녀석들로 뽑아왔을텐데 그렇게 엉성하니...원...
    북한도 군기 빠지고, 깡다구 사라지고 다 됐다! 많이 엉성하더라

    2017-06-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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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사범

    최홍희가 공산 주위자가 아니라고? 정우진씨 아무리 입이 옆으로 찢어 졌지만 말은 바로 하시요.최씨는 누구 뭐라해도 매국노 입니다. 요즈음 WTF 가 잘 나가니 어쩔수 없이 접근 하는 겁니다.

    2017-06-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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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원장

    태권도는 하나입니다! 지금은 갈라져 있는 ITF와 WTF가 하나가 된다면 태권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것입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WTF, 국기원, KTA 등 유관기관들이 큰틀에서 마음을 열고 태권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KOREA아 보다 먼저 알려진
    Taekwondo는 한국이 세계에 선물한 최고의 문화 상품이었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한 GM 정우진 회장님의 인내와 노력에 다시한번 고개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2017-06-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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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길현

    북한과 한국의 태권도가 한자이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됐듯이 태둰도 뿐만이 아니라 남과 북의 한자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2017-06-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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