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또 경기 룰 변경? 왜 또 개정되는가?

  

‘재미있는 태권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세계선수권 선수 훈련장 용도로 새로 지은 평원관에 이태리 선수단이 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 최정상을 가리는 ‘2017 WTF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이 이제 이틀 남았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지난 리우 올림픽과 또 다른 경기 룰로 진행된다. 선수와 지도자는 이전과 다른 전략과 전술로 이번 대회를 준비한다.

올림픽이 끝나면 태권도 경기 룰이 대폭 개정된다. 선수들과 지도자는 혼란스럽다. 새로운 경기 룰에 맞춰 또 새로운 전략을 짜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경기룰은 계속 바뀌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태권도 경기를 인기 스포츠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만들어야 관중이 늘고, 시청자가 늘어나기에 태권도 경기가 올림픽 종목이 된 후로는 계속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변하지 않고, 재미없는 스포츠는 오늘날 올림픽 종목에 함께할 수 없다.

태권도는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채택된 후 첫 올림픽을 치른 후부터 줄곧 ‘퇴출’ 위기를 맞았다. 공정하지 않은 판정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루한 경기내용 때문이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몸통이나 머리나 고난도 기술을 써도 모두 1점이다. 1점을 이긴 선수가 점수를 만회하기 위한 선수의 공격을 뒤로 물러나고, 넘어져도 점수를 지키고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3분 3회전 내내 발 몇 번 차지 않고도 금메달을 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시청자들이 “재미없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2004 아테네올림픽까지 두 차례 올림픽을 치른후 IOC는 태권도가 “재미와 흥미가 부족해 미디어 노출이 부족하다”며 퇴출 0순위로 꼬집었다. 실제 2005년 7월 싱가포르 IOC 총회에서 올림픽 정식종목 퇴출 찬반투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이때 야구와 소프트볼이 퇴출됐다.

지옥까지 떨어진 세계태권도연맹(WTF)은 태권도 경기의 대변화에 착수했다. 2004년 취임한 조정원 총재가 그 해 11월 개혁위원회를 출범 시켜 태권도 경기의 대변화를 시작했다. 이때 노력이 시작되지 않았더라면, 2005년 IOC총회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랬더라면 태권도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무대가 마지막이 되었을 것이다.

박진감 넘치기 위해 경기장 사방 12미터에서 8미터 그리고 팔각형 모양으로
태권도 경기장이 좁아지고 있다. 그리고 경기장 모양도 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지난 2005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격년제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만 비교하면, 한 번도 동일한 방식으로 치러진 적이 없다.

재밌고 흥미로운 경기를 위해 크고 작게경기룰이 개정됐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서는 2009년 첫 전자호구 도입이 된 데 이어 2015년에는 전자 헤드기어까지 도입했다.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대회 비교


2005 스페인 마드리드 총회에서 태권도 경기는 기존 3분 3회전에서 2분 3회전으로 경기 시간을 줄였다. 사방 12m(144㎡)의 경기장도 사방 10m(100㎡)로 줄였다. 3회전 동점시 우세승 제도에서 서든데스제 도입도 이때 시작됐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태권도”를 위한 변화의 시작이다.

결론적으로 태권도 경기의 ‘박진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2000 시드니 올림픽’과 ‘2004 아테네 올림픽’ 때까지만 하더라도 태권도 경기장은 12m*12m(144㎡) 정사각형 이었다. 이 때 태권도 경기에 대해 많은 이들이 너무 재미없고, 경기가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할 때였다.

아니나 다를까, 태권도 경기장이 넓기 때문에 이기는 선수는 공격을 하지 않았다. 전술을 수비 형태로 바꿔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 바빴다. 경기장이 워낙에 넓다보니, 이곳저곳으로 피하다 보면, 1점만 이겨도 그 점수를 지킬 수 있었다.

이후 2009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부터는 사방 10미터에서 사방 8미터(64㎡)로 줄었다. 그리고 2015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부터는 사각형 경기장에서 팔각형 경기장으로 모양도 변경 됐다. 사각지대를 없애고, 면적을 줄임으로써 선수의 공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또 하나 태권도 경기장만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유사 종목의 경기장과 차별화를 뒀다.


2015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부터 태권도 경기장이 옥타곤으로 변경 됐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2005 스페인 마드리드 세계선수권대회에 사방 12미터는 면적이 144㎡이다. 가로, 세로 각 1㎡에 성인이 5명이 선다면 최대 720명이 설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이게 사방 10미터로 줄었을 때는 100㎡로 500명, 사방 8미터면 320명, 그리고 사방 8m 사각 꼭지를 걷어낸 옥타곤은 49.6㎡로 성인은 250명이다. 12미터와 현재 8미터 옥타곤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줄었다.

경기장 한계선을 넘었을 때는 과거와 달리 무조건 경고이다.

이번 무주 세계선수권부터는 룰이 또 다시 개정돼 경고(-0.5P) 없이 ‘감점(-1P)’이 주어진다.

2014년부터는 넘어지는 행위에 대해서는 일괄 경고를 주기 시작했다. 이후 경기를 이기는 선수가 고의적으로 시간을 벌기 위해 넘어지는 행위가 사라졌다. 더욱 경기장이 좁아지면서 공방은 크게 늘어났다.

오는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역시 이전과 다른 변화될 룰로 열린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지난 리우 올림픽이 막을 내린 후 전 세계 30여개국 우수 지도자가 모여 태권도 경기 발전을 전제로 경기룰 개정에 함께 참여했다. 때문에 이번 룰 개정에 더 많은 지도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

새로운 변화는 곧 태권도의 발전인 셈이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전 세계 관중들은 어떤 태권도를 보게될까.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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