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챔피언 심재영 다시 ‘얼음 파이터’로 돌아갈 것!


  

◎페이스 유지 위해 우승해도 ‘무표정’ 했던 심재영, 세계선수권 우승후 활짝!

심재영이 우승 후 경기장에서 웃는 모습으로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우승. 세계대회 우승보다 어렵다고 하는 국가대표 선발. 기쁘지 않을 수 없는 이 상황. 경기장을 나오는 표정만 봐서는 “졌나” 할 정도. 그만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2017 WTF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46kg급 우승자 심재영(한국체대, 4년)이 그 주인공이다. 지금껏 선수생활을 하면서 경기장에서는 한 번도 웃지 않았단 그가, 우승이 확정되자 치아까지 내 보이면서 활짝 웃었다. 주위에서는 “이제 얼음 파이터 아니네”라고 웃어댔다. 

심재영이 얼음파이터가 된 이유는 페이스 유지 때문이다. 경기장 바깥에서는 여느 선수들과 같다. 말도 많고, 장난도 제법 있다. 그러나 경기장에 들어서고, 나와서 한참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이기거나 져도 늘 감정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그러나 그토록 원하던 세계 정상에 선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페이스가 무너졌다. 손가락을 구부려 깜찍한 표정을 다하는 세리모니뿐 아니라, 엉덩이를 흔드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심재영이 우승직후 세컨 노현구 코치에게 뛰어가 축하하고 있다.


“진짜 좋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고 그랬던 것 같다. 핸드 쉐이크는 노현구 코치님과 우승하면 하기로 연습을 했다. 태릉에 있으면서 많은 대화를 했는데 그런 것도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 엉덩이를 흔든 건 코리아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웃는 심재영은 당분간 볼 수 없을 것 같다. 선수생활을 다하는 그날 또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그 순간까지 웃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한결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2020 도쿄 가자~ 친한 하민아, 김보미, 김소희와도 경쟁 준비 끝!

심재영은 이미 2020 도쿄 올림픽을 향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길에 친한 동료 하민아(2015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 우승자)와 김보미(수성구청, 2017 하계 U대회 대표선발) 그리고 학교 선배 김소희(리우올림픽 금)와 국내는 물론 국제대회에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하)민아와 (김)보미는 동갑이다. 매우 친한 사이다. 소희 언니도 좋아한다. 모두 친하다. 그런데 친한 사이와 관계없이 경기에 붙으면 치고 박고한다. 서로에게 심리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라면서 경기는 인정사정 볼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 후 한 시간 후면 모두 승패와 관계없이 자연스러운 친한 관계로 회복된다고 말했다. 

심재영은 WTF 세계랭킹 75위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대회 우승으로 120점을 획득해 159점으로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올림픽체급 여자 -49kg급에서 하민아의 점수를 뛰어 넘게 된다. 앞으로 그랑프리 시리즈도 출전할 수 있어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 레이스에 뛰어든다. 

새로운 경기 룰은 심재영에게 더 큰 자신감이 되어준다. 올해부터 변경된 룰 적용은 주도적인 경기운영을 하는 심재영에게 유리한 조건이 됐다. 올림픽 체급에서 밀리지 않도록 힘을 더 기를 계획이다. 

심재영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태권도신문]


2년 전 예선 탈락 아픔 딛고 재도전, 익숙한 현장 분위기가 큰 힘.

심재영은 세계선수권 재수생이다. 이 체급 최강자 김소희를 꺾고 2015 세계선수권 태극마크를 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렵게 잡은 기회를 예선에서 놓쳤다. 예선탈락 한 것. 

당시에 대해 “그때는 너무 긴장됐다. 그렇게 큰 국제대회도 처음이었다. 하필 첫날이라 부담도 컸다. 그래서 제대로 경기도 못 뛰어보고 져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환경이 달라진 게 큰 도움이 됐다. 매우 익숙한 환경이라 그런 것 같다. 한국말도 많이 들리고, 주위에서 응원도 많이 해줘서 심리적으로 안정돼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대에 대한 분석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태릉선수촌 훈련 대 장세용 박사가 이 체급에 상위 10위권 선수 5명의 선수 비디오를 보고 분석했다. 경기 당일에도 다음 상대 선수의 경기를 보여줘 큰 도움이 됐다. 

전력 또한 사전에 준비한 기술이 적재적소에 맞아 떨어졌다. 원래 심재영은 뒤차기 기술이 약했다. 세컨으로 결정된 노현구 코치는 뒤차기를 가르쳤다. 외국 선수들이 한계선 바깥으로 몰렸을 때 습관적으로 앞발을 드는데,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뒤차기로 공략하라고 전수를 세웠다. 예선전에서 뒤차기 얼굴공격으로 4점을 획득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언니 따라 시작한 태권도, 월드챔피언이 되기까지

세 자매 중 막내딸이다. 둘째 언니가 태권도를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했다. 재능을 보여 곧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수원에 있는 송화초, 안화중을 다니다 부천정보산업고에 진학했다. 중학교 시절 핀급에서 라이벌이었던 김민정의 권유로 가게 됐다. 

“중학교 선생님께서 네가 원하는 학교로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친했던 민정(여자 -53kg급, 한국가스공사)이 언니가 부천정보산업고로 해서 가게 됐다. 학교 근처에서 언니와 잔디(여자 -67kg급, 용인대 4학교)랑 네 명이서 자취했다”

심재영이 노현구 코치로부터 결승전 마지막 작전 지시를 받고 있다.


수원에서 부천은 자가용으로 1시간 이상. 대중교통 통학이 어려운 곳이다. 자취를 했다. 그런데 함께한 자취한 룸메이트 중 세 명이 이번 세계선수권에 국가대표로 출전 중이다. 심재영이 금메달을 땄고, 동기 김잔디는 4강에 진출했다. 김민정은 27일 대회에 출전한다. 

“잔디랑 민정이 언니도 힘내서 꼭 금메달 땄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어 “경기 내내 많은 대화로 긴장을 풀리게 해주고, 뒤에서 도움 준 노현구 코치님과 상대 선수 정보 분석을 해준 장세용 코치님 그리고 고등학교 지광현 코치님(부천정보산업고)과 한체대 강보현 코치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올해 4학년인 심재영은 최근 실업팀을 올림픽 2연패 황경선과 대세의 기운이 가득한 이아름이 있는 고양시청으로 입단을 확정 지었다.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몸값이 상승해 다른 곳에서 러브콜을 받으면 어쩔 거냐는 질문에는 “변함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다시 얼음파이터가 될 심재영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웃는 모습으로 볼 수 있을지? 


[무카스미디어 = 무주 태권도원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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