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이터’를 꿈꾸는 사나이(3)

  

후쿠오카 도장에서 생긴 사건


후쿠오카 도장에 입문해서 첫 승급 심사 때의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지도 어느덧 한 두 달 정도나 지났을까? 아베 사범이 이끄는 후쿠오카 도장은 그가 일으킨 작은 사건(?)으로 인해 한동안 소란스러웠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사건이었길래!

그의 주위 사람들에 의하면, 승급심사 때의 해프닝이야 본인만 알고 있는 사건(?)이었다면, 쿠미테 시간에 벌어진 그 사건은 온 도장이 시끌시끌할 정도의 대사건(?)이었을 법도 했다.

극진은 실전 최강을 표방하는 무술인 만큼, 비록 시합이 아닌, 도장에서의 쿠미테 수련에 있어서도 자신보다 낮은 급수의 수련생에게 깨지는 행위는 지도하는 사범은 물론이려니와 수련하는 본인 자신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흰 띠를 두르고 있던 그가 쿠미테 수련 도중 검은 띠 선배를 주먹 한방에 보내버렸으니, 사건은 사건이었던 셈이다.

“아마, 평상시처럼 기본기 수련을 마치고 난 이후에 갖는 쿠미테 수련 시간이었을 겁니다. 보통 같은 급수끼리 쿠미테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극진가라데 수련만이 갖고 있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일정 레벨 이상의 선배들이 도열해있고, 그 앞을 후배들이 옆으로 한 칸씩 이동하면서 선배들과 차례대로 쿠미테를 하는 수련 시간이 있습니다.”

“그 때 검은 띠 선배와 쿠미테를 하게 되었는데, 그 검은 띠 선배를 쿠미테 도중 주먹 한 방에 KO시켜버린 적이 있습니다. 저의 스승이신 아베 사범님도 놀라셨는지, 다른 사람을 내보냈습니다. KO당한 선배를 대신해서 나온 다른 선배 역시 저한테 밀리는 양상을 보이자, 순간적으로 당황해 하던 스승님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전 최강을 표방하는 극진가라데의 검은 띠가 이제 입문한 지 불과 서너 달 지난, 그것도 흰 띠를 두른 새까만 후배에게 당했으니 놀랄 만도 했겠죠.”

“쑥스럽게 왜 옛날 일을 꺼내게 만드십니까”

어떻게 보면 그때의 상황 설명에 관한 내용 뿐이었는데, 듣는 이에 따라서는 자기 자랑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니,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하자는 그의 생각이 비춰지는 것 같았다.

사실, 그 일은 나중에 승급심사에도 많은 반영이 되었다고 한다. 첫번째 찾아왔던 승급심사의 기회를 아쉽게도 놓쳐버린 후 두 번째로 맞이한 승급심사.

아쉽게 놓쳐버린 첫번째 심사 기회에 대한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던 그는 그 몫까지 두 번째 심사 때 쏟아 붓겠다고 내심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찾아 온 두 번째 심사 날, 그는 정말 마음속에 다져온 생각대로 최선을 다했다. 특히 쿠미테 심사 때는 상대를 완전히 한 판으로 거두는 적잖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노력이 빛을 봤던 것일까? 승급 심사의 결과는 ‘노란 띠’. 띠 색깔로 보면 3단계 진급이었지만, 급수로 따진다면 6단계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진급에 해당된다. 아마, 예전 쿠미테 수련 시간에 검은 띠 선배를 제압했던 일과 두 번째 승급 심사 내용이 참작이 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수련 그리고 또 수련

승급 심사를 계기로 그는 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평소에도 타고난 운동 신경과 무술에 대한 센스, 그리고 항상 노력하는 자세를 갖고 있는 그였지만, 사실 극진에서도 통하리라는 생각은 단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승급심사를 계기로 세상 모든 일들이 노력한 만큼 결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그는 후쿠오카 지부에서 아베 사범 밑에서 2년 남짓 사사를 받으며, 지도원 생활을 하는 틈틈이 선수로서 활동하기도 했다. 선수 시절 야마구치 대회에 첫 출장해서 8위에 오른 그는 그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준우승을 따냈다. 그리고, 전중국 대회(중부권 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는 등 선수 생활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에 있을 당시를 회상하면서, 지금에 와서 돌이켜봐도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면, ‘전일본선수권 대회’ 출장을 앞두고 허리부상 때문에 일본에서 더 이상 선수생활을 못하고 끝내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한다.

존경하는 스승의 곁을 떠나 ‘대마도’에서의 외로운 분지부 도장 지도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지도원으로서의 그의 하루 스케줄은 그야말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시도 쉴 여유도 없이 꽉 짜여져 있었다고 한다. 지도원 생활과 더불어 개인 수련, 그리고 아르바이트까지 1인 3역 이상을 소화해내기 위해서 그는 수면 시간과 쉬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저녁 수련이 끝나면 새벽 1~2시까지 이어지는 아르바이트, 잠시 토막 시간을 이용해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기 위해 애써 잠을 청하다가도 새벽 5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개인 수련을 위해 피곤한 몸을 달래가면서 로드 워크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다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수면 시간이라고 해봐야 불과 서너 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보통 사람이라면, 하루 이틀만 이 생활이 이어진다면 체력적으로 심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이런 생활 패턴은 5년이 넘는 일본 생활 내내 변함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새벽 안개 속에 신사를 배회하는 괴인(怪異)


얼음격파를 하는 김경훈 사범

대마도 지부로 파견 나온 그는 어느 정도 신변 정리를 마치자, 전부터 해오던 개인 트레이닝을 재개했다고 한다.

매일 새벽마다 지구력과 하체 보강을 위해 자신이 지도하는 도장에서 편도3km가 넘는 신사까지 로드 워크를 하고, 신사에 도착하면 가볍게 섀도우 트레이닝을 시작으로, 간단한 기본기 수련과 함께 전날 배웠던 이동 기술을 복습하고, 바로 발차기 연습(동작마다 한쪽 발 500회 이상)을 끝으로 개인수련을 마치고 다시 로드 워크로 도장으로 돌아와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그가 개인수련을 하던 그 지역은 짙은 안개 때문에 조금만 멀리 떨어져 있으면 사람의 형체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아무튼 그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기합을 넣어가며 개인 수련에 몰두하고 있는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정복을 입은 경찰이 손짓을 하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영문인지 몰랐던 그는 일순 당황했지만, 설마 경찰관이 자신에게 무슨 볼 일이 있으랴 싶어서 무시하고 다시 수련에 임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경찰관이 계속 자신을 향해 걸어오면서 손짓을 하길래 일단 하던 수련을 멈추고 자신도 그 경찰관을 향해서 걸어갔다.

얼굴 윤곽이 확인 가능한 거리까지 다가오던 그 경찰관은 순간 놀라는 모습을 보이더니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이거 누구이신가 했더니 김상 아닙니까?
“아니, ○○씨야말로 이런 시간에 어쩐 일로? ”

그 경찰관은 다름 아닌, 평소에 그가 지도원으로 지내는 도장에서 극진가라데를 수련하는 수련생이었던 것이다.

서로를 확인한 두 사람은 한동안 얼굴을 마주보며 실소를 했다고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하던 그에게 그 경찰관이 사정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실 몇 일 전에 주민의 신고가 들어왔는데, 괴인(怪異)이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매일 새벽 신사를 배회하고 있다는 말에 확인도 할 겸해서 순찰을 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상(?)한 사람이 다름아닌 김 상이었네요. 하하하, 아무튼 수상한 인물이 아니라서 저도 안심했습니다.”

경찰관의 말을 듣고 나니 대충 이해가 되었다. 인적이 드문 신사에서 새벽마다 고함(?)을 질러대며 발차기를 해왔으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면 어쩌면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했을 터였다.

다행히 그가 지도하던 경찰관을 만나 대마도의 괴인 출현 사건(?)은 그렇게 막을 내리게 된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서의 지도원 생활도 슬슬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느끼게 될 무렵이었다.

어느날 문득, 그는 이제 슬슬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 땅에 최 배달 총재의 혼과 정신이 아로새겨진 ‘극진가라데’를 보급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극진가라데’ 불모의 땅 한국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마음껏 그 꽃을 피워보고 싶어진 것이다.

-다음편에 계속-
#김경훈 #극진가라데 #최영의 #최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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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림

    글은 언제나 잘 보고 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극진 가라데에 대한 정열과 사랑이 강하게 느껴지는군요.
    전통 가라데지만 해외에서 가라데를 수련하는 사람으로써 정말 배울 점이 많고 용기를 주
    는 글이라 생각됩니다.
    비록 시작한지 얼마 안된 흰띠이지만 글을 읽고 용기를 내서 더욱 수련에 정진하겠습니
    다. 그리고 다음 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03-06-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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