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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소박한', 가까이서 본 이행웅
김준성 기자  (2000-10) ㅣ 추천수:40 ㅣ 인쇄수:25

솔직하고 소박한, 가까이서 본 이행웅


가까이서 본 이행웅 회장은 한 마디로 소박하지만 꿈 많은, 젊은 태권도인이었다.

한국 태권도계 인사들은 태권도를 지나치게 상업화 시켰다는 이유로 그에 대해 좋게 말하지 않으나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태권도를 상업화시키지 못한 한국 태권도계도 문제라는 점에서 봤을 때 한국에서 이행웅 회장에 대한 평가는 지나치게 인색한 편이다.

아무튼 이제 이행웅 회장은 고인이 됐고 이 글은 가까이서 본 고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추억하는 글이다. 이 글은 다소 주관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자는 미국에서 두 차례 한국에서 세 차례 그를 만났고 미국에서 만났을 때는 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는 입만 열면 한국 태권도의 현실을 개탄했고 자신의 태권도 발전 구상을 설명했다. 제 2의 태권도 세계화라고 스스로 이름 붙인 그의 태권도 발전 구상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자연발생적으로 이뤄져 왔던 태권도 세계화 작업을 이젠 국기원이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 골자다. 그는 ATA(American Taekwondo Association)라는 조직을 30여년에 걸쳐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경험이 있었기에 아주 자신만만해 했다.

처음 한두번 만났을 때만 해도 간혹 가다 재미있는 농담을 던질 줄 아는 야심찬 인물로 보였지만 그는 아주 소박한 사람이었다. 어린 애 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그는 20만 회원을 거느린 커다란 조직의 수장답지 않은 소박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의 본거지인 미국 알칸사주 리틀락의 어느 한 중국 음식점에서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짬뽕을 시켜 먹으면서 "이게 아주 맛있다"고 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한 스테이크 식당에 갔을 때는 스테이크를 직접 불에다 굽고 양념을 치고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시골 촌로였다.

그 식당에 갈 때 운전을 그가 했는데 왜 운전사를 따로 두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내 몸이 건강한데 왜 남에게 운전을 시키느냐?"고 반문하던 모습도 떠오른다.

지난 3월 라스베가스에서 그를 만났을 때 취재수첩을 덥고 가벼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도 기자에게 이런 저런 사적인 질문을 던졌고 기자도 그에게 사적인 영역에 해당하는 여러 질문을 던졌다.

그 때 들은 이야기들은 사실 아무에게나 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였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이야기, 주먹밖에 믿을 게 없었다는 이야기, 백령도 근무시절 북한 침투 작전을 벌이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껴 탈영한 이야기, 이혼과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쭉 했었다.

그는 한국의 KBS 방송국에서 선정한 해외동포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문화방송에서 방영하는 성공시대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다뤄지기도 하고 미국 대통령 클린턴의 사부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참으로 평범한 사람이었다.

적당히 과거를 숨길 수도 있지만 그는 굳이 자신의 어두웠던 시절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그는 아주 솔직한 사람이기도 했다. 자신의 욕심을 미화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의 꿈을 말할 때 태권도 발전이니 애국이니 이런 수식어를 갖다 붙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김운용 국기원 원장으로부터 부원장 자리를 언질 받고는 상당히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는 그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마디로 표정관리를 할 줄 몰랐다. 그러나 김운용 원장의 그 말이 공수표가 됐을 때 실망스런 감정도 기대감을 나타낼 때와 마찬가지로 기자에게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는 꾸밀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에 대해 말할 때 그의 솔선수범하는 자세와 제자들을 대할 때 보여주는 책임감 있는 태도로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리틀락 ATA 본부 도장에서 본 일이다. ATA 매스터 교육이 있었는데 기자는 오전 8시에 아침운동이 있다는 말을 듣고 구경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봤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광경을 봤다. 한국에서는 단 한번도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1936년생인 그가 한국에 있었으면 적당히 뒷전에 앉아 행정이나 봐도 상관없을 큰 단체의 회장이 직접 도복을 입고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2000년 첫 교육이니 주먹 지르기를 2천번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고 자신도 2천번이나 되는 주먹 지르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들었던 생각은 단 한가지였다. 이렇게 하는데 제자들이 안 따를 수 없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기자는 지난 3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던 ATA 2000년 봄철 전국대회에서도 아주 인상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대회 개막식이 끝난 후 연단 앞으로 수없이 많은 어린이들이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 줄은 끝이 없었고 그는 가끔씩 팔이 아픈 듯 팔을 가볍게 흔들어대면서 사인을 해주었다.

그러다가 점심식사 시간을 놓쳤는데 오후 3시나 되어서야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대회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다시 사인행렬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그는 그날 경기가 모두 끝나는 시간까지 같은 자리에서 사인을 했다.

그는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의 사인을 받기 위해 아이들이 미국 동부 끝에서 이곳 서부 끝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어떻게 조금 피곤하다고 모른 척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그런 모습은 영원히 ATA 회원들과 그를 사랑했던 태권도인들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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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당신의 어깨에 태권도라는 멋진 친구를 메고 낯선 미국땅에서 자신의 친구를 정말 더 바랄것 없이 자랑하고 소개해준 당신! 그래서 태권도는 외롭지 않습니다. 당신이라는 좋은 친구를 둔 덕분에... 더욱 많은 진실한 친구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저도 제 사랑한는 친구 태권도에게 당신처럼 그런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우리들의 영원한 친구입니다.
(2000-10-11)
허용필
TV 성공시대에서 고인을 처음 보았습니다. 홀홀단신으로 미국에서 태권도로서 명예를 이루고, 항상 변함없이 부단한 정성과 노력을 쏟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태권도 정신을 더욱 발전 시켜서 세계인에게 널리 보급을 하는 도중에 하늘의 부름에 손을 놓게된 것이 진정 안타깝습니다. 고인의 생전의 품은 뜻이, 우리 국기원에서도 검토 수용하여 태권도의 체계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0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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