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의 법정법인화 ‘머나먼 정글’

  

문체부와 국기원의 양보 없는 설전


국기원


최근 불고 있는 미국드라마(미드) 열풍의 원조격인 ‘머나먼 정글’. 1980년대 후반 방영된 이 드라마는 주제곡인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Paint It Black’과 함께 공존의 히트를 기록한다. 이 드라마는 베트남전의 참혹함을 현실감을 있게 전한다. 그리고 이 지루한 전쟁의 끝에는 승자가 아닌 패자만이 존재한다는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양보 없는 싸움이 나은 결과다. 요즘 국내 태권도계에서도 이같은 양보 없는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이하 태권도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재단법인 국기원이 법정법인 국기원으로 전환하게 됐다. 하지만 두 달 넘도록 정관개정을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와 국기원 이사회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정관 작업이 끝나지 않았으니 당연히 법정법인 추진도 멈춘 상태다.

정관개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임원 결격사유’에 대한 내용이다. 문체부는 ‘제11조 임원의 결격사유’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에 해당하는 자는 될 수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이를 두고 국기원의 몇몇 이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기원은 3차에 걸쳐 이사회를 열었으나 해답을 찾지 못했다. 현재 국기원 이사회는 문체부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인촌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해 놓고 있다. 물론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다.

국기원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7일 3차 이사회 직후 ‘문체부의 정관개정 사항의 일부 조항이 국기원 이사회와 상충되는 점이 있다. 이에 국기원 정관에 대한 협의를 위해 유인촌 장관의 면담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문체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기원 이사회의 의견서에 대한 문체부 답변은 장관 면담이 아닌 원론적인 이야기였다. 문체부는 서신을 통해 ‘국기원은 태권도의 가치, 정신, 기술 등 무도태권도의 본산으로 문체부의 태권도진흥 기본계획에 맞는 조직운영과 경영 쇄신, 공공성 강화 등의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보내왔다. 이는 정관개정은 논의 사항이 아니라는 문체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체부 한 관계자는 “국기원 임원 중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들은 떠나야 한다. 이를 두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구체적인 개혁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언제든지 열어 놓고 있지만, 지금은 국기원 자체에서 개혁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아 서로 대화를 해봐야 결론이 나 올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기원은 이러한 문체부의 강경태도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국기원 한 핵심관계자는 “국기원은 특수법인이다. 태권도진흥재단과는 성격이 틀리다. 그런데도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있다”며 “심지어 임원들의 일괄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데, 임원들의 임기는 법정법인 이전에 보장받은 것이다. 당연히 승계돼야 한다. 새로운 정관은 법정법인 이후 선출되는 원장이나 이사들에게 적용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관개정 절충을 위한 면담을 주도적으로 이끈 A 이사는 “문체부에서 태권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도 환자 이야기를 들어봐야 치료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임원 결격사유가 문제가 된다면 난 언제든 일선에서 물러날 준비가 돼 있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은 한정된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지 말고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했으면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기원의 정상화는 법정법인 전환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서로가 한걸음씩 양보 하지 않는다면 정관개정의 실마리를 풀기 힘들다. 태권도판 '머난먼 정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기원이 이사회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몇 이사들에게 끌려가는 이사회가 아닌 국기원 전체를 위한 이사회가 가동되야 한다. 또 문체부는 민간단체에서 국기로 성장해 온 태권도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딱딱한 법적 잣대가 아닌 유연한 자세로 태권도계를 바라봐야 소모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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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

    혁명을 할려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이 현실을 비통히 생각하며 자신을 희생하면서라도 이문제들의 개선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어야 하나 현 관장들은 다 남의일이라 하고 나머지는 잿밥에 관심 있으니 어찌 할까요?

    2008-09-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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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꾼

    그런데 문제는 태권도 내부에 진실로 개혁을 하려는 인재가 보이지 않은데 있는 것이다. 대체로 60대 이상의 고참들은 거의 악습에 중독되어 있다. 양 전무 같은 젊은 교수도 이미 중독된 것으로 진단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증명한다. 그러니 빨리 혁명을 일으킬 인재를 구성하여야 한다. 혁명없이 발전한 사회가 없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흘러간 인물을 내세워 그 덕을 보려는 사람들 부터 제거해야 한다. 완전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정부가 기회를 주는 이때 뿐이다. 의로운 태권도인들이여 내 말을 새겨들어주시라.

    2008-09-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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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꾼

    나도 반백년 전에 태권도 한 사람으로서 한마디 한다. 정부가 태권도의 고질적 병폐를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손을 보려는 것이다. 그런데 민간단체를 직접 손대지 못하는 정부 입장에서 개혁 세력이 나서서 자체 정화의 물길을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기회를 주고 있다. 진정으로 태권도의 천년대계를 위한다면 개혁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개혁을 원하는 인재들이 이 때 나서면 정부가 황영할 것이다. 그러면 태권도가 적어도 현 상황은 면하게 될 터이다.

    2008-09-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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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돌이

    어그제 태권도날때는 같이 손잡고 행사하더니 이게 왠말 그럼 그것은 쑈를 했다는것인가
    모든것이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 손해는 절대보지 않겠다는 것인듯

    2008-09-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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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히 물러나야

    태권도 원로들 마음 비우고 모두 조용히 사퇴하고 후배들에게 멋있는 선배로 남아주었으면..

    2008-09-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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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판에 기대어

    정치판에 기댄 원로들. 근원이 뭔지 모르는 정책들. 불쌍한 태권도인들. 국기원을 뭐하러 법정법인 하려 하는지. 그냥 내버려둬라. 태권도진흥재단이 법정법인으로 하고 국기원버리고 태권도진흥재단이 일하면 된다. 국기원 그렇게 살라고 해도 된다. 법정법인을 뭐하러 두개씩만들어 혼란을 주나? 온통 난리다.

    2008-09-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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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요즘 무술계가 다 미쳤어.. 혼란 그차제야.. 어떻게 하라고 응

    2008-09-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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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사범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개혁의 기회가 또 오겠나 문화.체육.광관부는 태권도가 발전하지 못 해온 문제의 본질중 하나인 인적 쇄신을 꼭 해야만 합니다. 물론 지금 문제가 된 몇 분은 필수
    나머지도 능력과 양심과 사명감이 있는 분들로 ......

    2008-09-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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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유상종

    노친네들 이제 그만 해먹고 나가주세요.. 그리고 문체부들 너네도 썪은 건 마찬가지야..

    2008-09-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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