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태극권 고수 서억중 선생을 만나다

  

"태극권은 평생을 두고 배워볼 만한 무술"


지난 3월 20일부터 26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는 세계태권도연맹이 주최하는 난징유스올림픽선발전과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가 연이어 열렸다.

이 대회의 현장 취재를 결심한 후, 기자는 대만에 간 김에 중국, 중화권을 대표하는 무술인 태극권의 고수를 찾아 취재를 해야겠다는 목표를 하나 더 세웠다.

이를 위해 대한태극권협회의 이찬 관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만나볼 만 한 태극권 고수를 소개해 달라는 것.

이찬 관장이 소개를 해준 인물은 서억중(徐憶中) 선생. 서억중 선생은 2010년에 한국 서울에서 이찬 관장이 주최하는 큰 태극권 행사가 있을 때 방한 한 적이 있다. 당시 기자는 서억중 선생을 보았었지만, 가까이서 인사를 나눈 적은 없었다. 다만, 대만 최고의 태극권 고수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서억중 선생을 만나기 전에 무엇보다 기대가 됐던 것은 서 선생의 나이였다. 선생은 1921년 생. 우리 나이로 94세다. 생각해보니, 기자는 90세가 넘은 사람과 이야기는 커녕 만난 적도 없었던 것. 과연 서억중 선생과 이야기는 제대로 될 지, 어떤 이야기를 할 지가 기대되었다.

대만에 도착해서 이찬 관장이 알려준 대로 연락을 하고 마침내 약속을 잡았다. 다행히 태권도대회의 자원봉사자 대학생이 통역을 도와주어, 약속된 시간, 약속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서억중 선생과의 그 일행. 왼쪽에서 5번째가 서억중 선생.


서억중 선생을 만난 것은 3월 25일, 대만 신시가지의 한 대만 식당에서였다.

서 선생을 만나고 무엇보다 놀랐던 점은, 선생이 생각보다 너무나 정정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라, 94세다.

이 94세의 노인은 과장이 아니라 웬만한 80대 초반의 노인보다젊어 보였다. 눈은 형형했고, 허리는 곧았으며, 목소리도 흔들림이 없었다.

"극진공수도의 최영의 총재가 대만에서 만났다는 태극권 고수가 바로 이런 사람이겠구나!"

정통 대만 음식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됐다.

태극권은 크게 진가(陳式)와 양가(楊式)로 나뉜다. 더 세부적으로는 손(孫)가, 오(吳)가, 무(武)가 등이 있지만, 빠르고 강한 진식(式)과 부드럽고 느린 양식으로 태극권을 나눌 수 있다.

원조는 진식이고 여기서, 양식을 비롯한 나머지가 파생됐다.

서억중 선생은 양식 태극권 계열이다. 그 중에서도 정만청이라는 태극권 고수에 의해 발전된 양가정자태극권이 서억중 선생이 대표하는 태극권 계열이다.

서억중 선생의 스승인 정만청(鄭曼靑, 1901~1975)은 40세에 중국 대륙에서 대만으로 넘어온 후, 대만을 시작으로 태극권을 세계에 알린 인물로 유명하다.

정만청은 단순한 무술가가 아니라, 직업 의사이기도 했다. 시, 서예, 그림, 의술, 권법에 모두 통달해서 오절노인(五絶老人)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 서억중 선생이 스승인 정만청 기념관에서 스승의 동상 옆에 섰다.


이 정만청의 대표적인 제자가 바로 서억중 선생이다.

정만청은 대만으로 넘어온 후, 자신이 배웠던 양가태극권의 대중화를 위해 반복되거나 복잡한 동작은 생략해서 태극권의 핵심은 살리면서 배우기 쉬운 태극권을 개발했다.

37개 동작으로 구성된 이 정만청의 태극권을 '양가정자(鄭子)태극권'이라고 부른다.

줄여서 정자태극권은 정만청이 유럽과 미국에 태극권을 타이치(Tai chi)라는 이름으로 전파하면서 가장 유명한 태극권 중 하나가 됐다.

이 정자태극권의 정통을 잇고 있는 것이 바로 서억중 선생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지만, 태극권, 특히 양식 태극권은 무리한 힘을 쓰는 운동이 아니다. 무술에서 기반한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호흡과 기의 흐름을 따라 동작을 시연한다. 이러한 동작을 따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안정을 찾고 명상을 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태극권이 '움직이는 선(禪)'이라고 불리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기자는 서억중 선생에게 여러가지를 물었다. 많은 부분은 서억중 선생 본인에 대한 것과 스승인 정만청 선생에 대한 것들이었다. 태극권의 본질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질문으로 묻고 답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한 두가지 기본적인 것에 대해서는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기(氣), 또는 기운을 아래로 내리라는 것.

서억중 선생에 따르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기운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게 된다고 한다. 그 올라가려는 기운을 아래로 차분히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태극권의 기본 동작 중에는 이러한 것을 수련하는 듯 한 동작이 있다.

장소가 적당치 않았던 탓도 있지만, 아흔이 넘은 선생에게 직접 태극권 시연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무례한 것 같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동석한 선생의 제자들에게라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태극권을 잠깐이라도 배워볼 수 없겠느냐는 요청은 했다.

다행히 기자가 묶었던 호텔에서 가까운 곳에서 선생의 제자들이 오전에 태극권 수련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당일 아침, 선생의 제자들로부터 정자태극권의 가장 기본적인 동작들을 배워볼 수 있었다.

태극권을 배우고 대만을 떠나면서 기자가 느낀 것.

"태극권은 평생을 두고 배워볼 만한 무술이다!"

<글 = 박성진 기자 ㅣ 인사이드태권도 편집장 ㅣ kaku616@naver.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사이드태권도 #태극권 #박성진 #서억중 #정만청 #양가정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