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가 전하는 ITF 이야기] 모국에서의 태권도 사범의 위상


  

왜 정작 모국에서는 태권도 사범이 지도자로서 존중 받지 못하는가?

며칠 전, 몇몇 지도자들과 만남이 있었다. 대화 주제는 태권도 사범이 왜 모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유독 존중받지 못하는가에 대해서였다.

 

왜 그럴까?

 

한 가지 일화가 불현듯 떠오른다.

7년쯤 되었을까. 모 태권도 체육관에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30대 초반의 관장님과 20대 후반의 사범님이 함께 일을 하는 곳이었다.

 

무심코 탈의실에 들어갔다가 20대 후반의 사범님이 널브러져 있는 아이들의 도복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아이들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는 것이, 태권도장에서의 사범님이 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넌지시 묻자 그들은 오히려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부모님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척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도장에서 배워야 할 당연한 가르침들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도복을 개고 접는 것조차 사범이 대신해준다면, 반드시 대물림되어야 하는 태권도 지도자로서의 교육적인 가치들 또한 과연 올바로 전해질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지금껏 스스로 물어보아도 도저히 긍정적인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이 글을 보시는 태권도 사범님들은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바닥에 널브러진 도복을 무릎 꿇어 대신 정리해주는 사범의 모습을 본 학부모들은 그들을 과연 자녀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볼까? 혹시 그저 머슴 정도로 인식하진 않을까?

 

또 다른 일화는 한 관장님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의 일이다.

 

필자보다 2~3살 나이가 젊은 분이었다. 단체는 달라도 태권도계에 몸을 담은 이들끼리 만났으니 자연스럽게 태권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태권도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내 말을 가로막고 자신은 그저 돈을 벌고자 태권도 체육관을 운영할 뿐, 태권도 이야기는 싫어하니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일화들의 내용 안에서는 단언컨대 교육자는 없다.

 

예전보다 많이 퇴색되긴 했으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교육자는 존중받는 위치에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태권도 사범님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교육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밖에 없다. 태권도의 모국이나 종주국임을 언제나 자랑해오지만 피할 수 없는 씁쓸한 현실이다. 당장 우리부터도, 인터넷에서, 일상적인 자리에서, 태권도가 갖는 의미와 위치에 대해 얼마나 자신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야기를 잠시 외국으로 돌려보자. 필자는 17년여 동안 ITF 태권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여러 나라를 방문해왔다. 태권도의 모국인 대한민국의 지도자들과는 다르게 해외에서의 태권도 사범님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큰 존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일례로, 러시아의 경우 사범이 자리에 앉아 학부모를 손짓하여 부른 뒤 수련생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가정 내 교육을 다그칠 정도라면 믿으실 수 있겠는가? 그 정도의 권위가 있는 모습을 필자가 직접 옆에서 목격했다.

 

비단 러시아뿐 아니라 해외 대부분 국가에서 태권도를 지도하는 사범님의 입지는 일반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정작 다르게 대우받는 것일까?

 

태권도 사범의 사회적인 위치를 높이기 위해서 제도적으로 지원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지난날 태권도에 많은 애착을 갖고 계시는 사범님들과의 대담에서, 연금제도 및 교육자로서의 제도권 환경 조성 등에 관한 고견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라도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격상시켜야 한다는 생각과 의지를 지닌 태권도 사범님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많은 사람이 이런 내용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한다면 꿈이라 생각했던 내용이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위치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결국 지도자(사범)들의 인식과 행동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고, 또한 만들어왔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제도적인 지원도 좋지만, 먼저 우리 사범님들 스스로가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매사 일상마다 교육자로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가치가 올라간다. 이렇게 가치를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만 무너짐은 한순간이다. 지금도 그 지난(지극할 至 어려울 難)한 길을 유지하기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태권도 지도자들이 계신다.

 

전 세계인들이 수련하고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태권도! 

 

자랑스러운 태권도의 모국인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고 말하지 않던가. 점진적으로 노력하고 개선하여 전 세계 태권도 지도자들이 부러워하고 본받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태권도 모국의 지도자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태권.

 

[글. 유승희  사범 | 국제태권도연맹 한국지부 사무총장ㅣ pride65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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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희
현) 사단법인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사무총장
현)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중앙도장 지도사범

2017 ITF코리아오픈국제페스티벌&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2017 ITF일본 도쿄 챔피언쉽 대한민국 선수단 단장
2018 ITF아르헨티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대한민국 대표단장 및 수석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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