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 꿈나무 세계선수권… 경량급 '선전' 중량급은 '고전'

  

사라예보 2023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 폐막... 한국 남자부 4위, 여자부 2위

이번 대회 전경기를 점수차승으로 이기고 퍼펙트 금메달을 획득해 남자부 MVP에 선정된 이동건(청, 사당중)의 머리 공격 장면

전 세계 태권도 꿈나무들의 대제전인 세계유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가 나흘간의 열전이 막을 내렸다.

 

한국유소년태권도대표팀은 지난 28일부터 31일(현지시각)까지 나흘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힐스호텔 아레나에서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 주최로 열린 ‘사라예보 2023 WT 세계유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남자부는 종합 4위, 여자부는 종합 2위를 기록했다.

 

대회 마지막 날 마지막 날 남녀 5체급에 출전해 모두 예선에서 탈락해 이틀 연속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마지막 8강에 오른 남자 180cm 이상급(52~80kg) 조근우(울산중)는 개인 중립 자격(AIN) 니키타 구바노브의 강한 힘에 밀려 라운드 점수 0-2(0-13, 8-11)로 졌다.

 

여자 176cm 이하급 이소연(성서중)은 미국 폴라 바실레프스카과 접전을 펼쳤으나 근소한 점수 차로 2회전을 모두 아쉽게 패해 0-2(8-10, 5-6)로 대회를 마쳤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 가장 큰 변화는 체급 방식의 대전환이다. 체중으로 체급을 구분했던 것을 성장기 유소년 선수들의 건강 보호와 부상 방지를 위해 신장 제한 몸무게 비율 합산 ‘BMI(체질량지수)’로 처음 도입했다. 

 

BMI 체급 전환을 앞장선 알리 사디르 카야 경기감독관(TD, 터키)은 “분류를 변경해 처음 적용한 대회임에도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한다”라고 자평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모든 선수가 비슷한 체중과 키를 갖고 경쟁을 펼쳤기 때문에 부상이 없었다. 이 변화가 어린 유망주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긍정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선수들이 자신의 경쟁 카테고리를 미리 파악하고 경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경기 이틀 전에 모든 계체량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현 계체는 경기 하루 전 이뤄짐). 또한 기술위원회와 의무위원회 권장 사항과 대회 기간 실시한 지도자 설문조사를 통해 체중은 약간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라예보 2023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 대표 선수단

남자부는 기대 이상, 여자부는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다. 종합적으로도 아쉬움이 남는 결과이다. 특히 MI 체급 전환에 따라 우리나라 유소년 태권도 역시 전력에 큰 변화가 생겼다. 먼저 취약했던 경량급은 선전했지만, 중량급은 고전했다.

 

만 12세~14세 남녀 각 10체급씩 낮은 키 순서로 하루 5체급씩 진행됐다. 대체로 경량급에 해당하는 대회 이틀째까지는 매일 금메달과 여러 메달을 획득하며 순조로운 분위기였다. 체중 체급 가장 극복하기 어려웠던 신장 차이가 없어지면서 앞선 기술로 다퉈 더욱 유리했다.   

 

중량급으로 전환된 3~4일차는 남녀 10체급 모두 예선 탈락해 추가 메달 확보에 실패했다. 신장은 비슷하나 체중 차가 두 자릿수까지 차이가 나면서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게다가 다양한 국제경험을 갖춘 외국 중량급 선수들이 경기 운영 능력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대회 통산 두 번째 종합우승을 차지했던 남자부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종합 4위(187점)를 기록했다. 작년부터 눈에 띄게 성장한 카자흐스탄(274점)이 금1,은2,동1개를 획득해 우즈베키스탄(금2=261점)과 이탈리아(금1,은2=241점)를 제치고 첫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세계유소년선수권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여자부는 지난 대회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종합 3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역대 최다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수확해 이란(금3,은3=549점)에 이어 종합 2위(309점)로 올라섰다. 카자흐스탄(금1,은1=190점)은 여자부도 3위를 기록했다. 이란은 역대 6회 대회 중 통산 5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여자 유소년 분야 강국을 재입증했다.

 

선수단을 이끈 한국중고태권도연맹 이성훈 전무이사는 “키와 몸무게로 체급을 구분하는 첫 대회라 우려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참가했다. 역시나 중량급은 힘에서 너무 밀리다 보니 기술을 펼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적으로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유럽과 외국 선수들에 비해 경험 부족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회 때마다 반복되지만, 유소년과 청소년 대표팀 활성화 방안이 심도 있게 강구되어야 할 것 같다. 많이 아쉽지만 우리 지도자와 선수들 모두 많이 배우고 숙제를 안고 간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러시아가 침공해 전쟁의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우크라이나 대표팀이 남녀 16체급에 출전해 선전했다. 수시로 포탄 파편이 떨어지는 키우이에서 훈련하며 이번 대회에 출전한 13세 키릴 쿠즈녜초우와 폴리나 투프치 동갑내기 남녀 두 선수가 나란히 은메달을 획득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이후 WT가 주최한 유소년, 청소년, 성인 세계대회를 통틀어 최고 성적을 세웠다. 또한 개인중립신분(AIN)으로 출전한 러시아 선수들과도 여러 차례 맞붙어 양국의 전쟁과 정치와 무관하게 팔각 경기장 내에서 태권도 경기로 선의의 경쟁하면서 우정을 나누었다.

남녀 MVP로 선정된 이동건(사당중)과 빈자 란코브가 시상식 후 WT 조정원 총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 예선부터 결승까지 전 경기를 12점차 이상 '점수차승(RSC)'을 거두고 우승한 이동건(사당중, -160cm)이 남자부 MVP로 선정됐다. 태권도 경기에서 사라져 가는 빠른 스텝을 활용해 다양한 기술로 상대들을 제압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여자부는 세르비아 반자 란코브가 MVP를 수상했다. -176cm 이하급 결승에서 우승이 유력했던 강호 이란의 알리아 자리리를 라운드 점수 2대1로 역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최우수 남녀 심판상은 미국 황진환 심판원과 스페인 레미레즈 파울라 심판원이 받았다. 최우수 남녀 지도자상은 남녀 종합우승을 이끈 카자흐스탄 수라노프 미르자갈리 코치와 이란 닐루파르 사파리안 시아하마지 코치가 수상했다.

 

다음 대회는 2년 뒤 2025년 아랍 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열린다.     

 

 

 

[무카스미디어 =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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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 무술 전문기자. 이집트에서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26개월 활동. 20여년 동안 태권도를 통해 전 세계 60개국 현지 취재를 통해 태권도 보급 과정을 직접 취재로 확인. 취재 이외 다큐멘터리 기획 및 제작, 태권도 대회 캐스터, 팟캐스트 등을 진행.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사인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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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인

    아이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문제점을 알면 보완해야죠..

    2023-09-01 19:07:08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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