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태권도 수련하는 곳, 도장 VS 체육관?

  

무도 의미 퇴색하면서 체육관 보편화, "도장은 일본말" 반대도


우리나라만큼 ‘가든(garden)’이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1990년대 초부터 전국 각지에 들어선 ‘00가든’은 나무와 숲, 그리고 분수가 뿜어 올라오는 '뜰’을 의미하기보다는 고깃집과 백숙 같은 음식을 파는 식당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누가 무슨 의도에서 ‘가든’을 사용한 것일까? 사회학자들은 어떤 사람이 손님들을 끌기 위해 교외 정원에 ‘숯불갈비집’을 차리고 장사를 하면서 고깃집 이름을 '○○가든'이라고 했는데, 이 고깃집의 장사가 잘 되자 너도 나도 △△가든이라고 한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태권도인들이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태권도체육관’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태권도의 무도성과 수련의 가치 측면에서 보면‘태권도’와 ‘체육관’은 앞뒤가 맞지 않는 ‘혼합 용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무도를 중시하는 태권도인들은 체육관은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시설을 갖춘 넓은 공간(건물)을 의미한다고 지적하면서, ‘체육관’보다는 ‘도장’이 바람직한 표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류병관 용인대 태권도학과 교수는 “데카르트라는 서양의 철학자가 인간의 몸을 정신과 신체로 분리시켜 발달해온 서양학문이 언제부터인지 태권도에 들어와 태권도의 모든 현상들을 신체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태권도 수련터였던 도장이 슬그머니 체육관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류 교수는 “태권도를 익히는 장소는 원래 몸을 수련하고 바른 길(정신)을 배우는 의미에서 도장(道場)이었다”며 도장이 체육관으로 대체된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수원 남창도장 수련모습


나영일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무도는 일본 무도에 비해 합리적이고 스포츠적”이라며 태권도의 경우, 무도보다는 스포츠로 발전해 ‘도장’ 용어가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2013년 타계한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은 “전통적 의미의 도장이 체육관이라는 용어로 변해 그 의미마저 점점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무예를 연마하는 곳, 도를 닦는다는 ‘도장’이 체조나 경기를 하기 위해 설치된 건물을 뜻하는 ‘체육관’으로 대체되어 사용되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도장은 사전적 의미로 ‘무술의 기예를 닦는 곳’이다. 불가(佛家)에선 절을 ‘도를 닦는 장소’라는 의미로 도량(道場)이라고 한다. 도장과 똑같이 쓰지만 읽는 음이 다를 뿐이다.

도올 김용옥은 2008년 6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국무예포럼 공개토론회에서 “모든 도장(道場)은 무도의 교육의 장이다. 모든 도장은 수도인에게 절제와 중용을 가르침으로써 국민건강을 진흥시키는 교육의 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회의 어느 교육기관보다도 더 중요한 국민교육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태권도를 가르치는 곳(사업장)을 개설하려면 해당 구청에 ‘체육시설업’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별다른 생각없이 ‘체육관’을 받아들이고 있고, 도처에 △△체육관이 흔하다 보니 자신도 ××체육관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비록 해당 관청에는 ‘체육시설업’으로 신고를 하지만, 태권도의 본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태권도장이나 ○○태권도수련관, 또는 ××태권도교육관을사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윤태기 관장도 “체육시설업으로 신고를 하지만 수련관, 교육관으로 간판을 내걸어도 행정적으로 규제가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체육관’ 명칭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태권도의 본질과 가치, 그리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콘텐츠를 이해하는 태권도인이라면, '체육관’이라는 개념과 명칭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한편, 혹자는 "2백 평 이상의 실평수에서 태권도와 합기도, 용무도 등 격투기를 가르치는 곳이면 종합체육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했고, 또 다른 혹자는 "도장은 일본어 '도오조'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어서 새로운 명칭을 찾아내자"고 제안했다.

태권도를 수련하는 곳을 어떻게 부르는 것이 좋은지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인 토론을 해봄직하다.




[글. 무카스미디어 객원 칼럼리스트 = 서성원 기자 | 태권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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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인

    서성원 기자께 여쭙니다.
    태권도시초는 가라데입니까, 아닙니까?

    2018-03-27 19:48:55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무도인

    국기원홈페이지 도장업무시스템.
    심사신청 제발좀 파일하나로 첨부할수 있게해라.
    한 명. 한 명. 똑같은 주소쓰고 메일쓰고 전화번호쓰고.
    에라이!!!!!!!!

    2018-03-27 19:47:23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진리

    도장이라는 명칭은 혹 종교나 이와 유사한 형태의 사상을 설파하는 기관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수 있습니다.

    태권도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태권도는 무술이자 스포츠이지 종교나 영적인 수련의 개념이 아닙니다. 따라서 도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단순히 '체육관'이라고 하기에는 또 무리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수련관 등 종교적 색채가 없는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습니다.

    2018-03-24 21:02:02 수정 삭제 신고

    답글 1
  • 홍기정

    태권도사 논란은 차치하고, 글이 방향은 참 좋습니다. 근 10년간 본 어떤 기사보다도 중요한 기사입니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길이 정신이라고 말한 건 몸을 역시 정신과 육체로 분리시키는 잘못입니다. 몸은 그냥 길이고 몸이죠. 도장이 일본말이라는 건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뭐라고 불렀는지 궁금합니다.

    2015-08-2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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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도자

    이참에 전국적으로 태권도장 상호변경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00도장00교육관,00수련관으로 바꾸는데 지도자가 동참 합시다
    특히 국기원심사시 학교상호(00대 태권도장) 도복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 합시다
    단 00대학교 동문들은 00대 출신 지도자가 지도하는 도장이라고 간판및차량으로 홍보하면 될듯 합니다 이참에 태권도 인들이여 태권도 상호 개혁 합시다

    2015-07-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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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선관장

    국기원 심사업무 로그인 할때도 체육관으로 되어있습니다.

    2015-07-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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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방


    무도 태권도 본산이라고 하는 국기원 임직원들부터 자각해야 해요.
    도장을 체육관이라고 하고, 수련장을 경기장이라고 하니..
    국기원에 경기장에 어디 있어요. 수련장이지..

    2015-06-2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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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쎄

    지도하는 지도자 본인이 중요한게 아닐까요?
    그렇게 따지면 태권도, 합기도, 검도 등의 도 역시 일본 스타일인데
    다 바꿔야 하나요?

    2015-06-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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