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익기의 허심탄회Ⅱ] “의자 조병화”
발행일자 : 2012-01-19 13:13:49
<글. 전익기 교수 ㅣ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 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이 시를 지은 작가의 집필 의도를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고 한다. 시간이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만물은 변화되고 바뀌게 마련이다. 시간 속에서의 공간 인식이나 공간을 둘러싼 시간 인식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은 것은 퇴장하고 새로운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하여 활동하게 되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 하겠다.
이 섭리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달관의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고, 세대 간의 교체를 갈등으로 저지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세대 간의 갈등은 예로부터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있어 왔고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가치관의 차이는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충돌을 일으켜 왔다.
그러나 이 시는 세대교체의 필연성을 긍정과 희망의 관점에서 따뜻한 눈으로 진술하고 있다. 경어체를 사용하여 역사와 세대의 인계 의식에 대한 경건함과 진지한 태도를 드러내고, 각 연의 종결어미를 점층과 반복으로 변조시켜 세대교체의 당위성을 증폭하여 표현하고 있다.
‘의자’라는 공간을 매개로 전세대(前世代)인 ‘어느 분’이 현세대(現世代)인 ‘나’에게 인계한 자리를 신세대(新世代)인 ‘어린 분’에게 물려준다는 것이 자연스런 섭리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바탕 위에서 문화와 전통은 전승되고 역사는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조병화(趙炳華)의 그 전 작품의 성격인 감상적인 색채를 피하고, ‘의자’라는 공간적 상징성을 매개로 역사 흐름과 세대교체에 대한 주지적 인식이 이 시를 단단한 구조로 성공시키고 있다고 한다.
필자의 기억으로 중학교에서 70년대 초에 배웠던 이 시가 이 시점에서 불현듯 생각이 나는 것은 우리 태권도계 현상과 전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나의 좁은 생각일지는 몰라도 우리 태권도계는 오래전부터 “나 아니면 안 된다”라는 것과 함께 “어리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사실 나이 40이면 적은 나이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독 우리만 젓가락질을 간신히 배운 어린애로 치부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열정적으로 패기를 가지고 일할 나이인 不惑(불혹: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에도 불구하고 저만치 물러나 있다.
그렇다고 年輪(연륜)과 徑輪(경륜)을 겸비한 어른들의 경험에서 얻어지는 슬기로운 지혜를 저버리고자 하는 悖倫兒(패륜아)적인 발상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조병화(趙炳華)의 시 “의자”처럼 세대교체가 이루어 질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바람을 이제는 가져 보는 것이 어떨까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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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익기 교수 ㅣ 경희대 태권도학과 ㅣ ikje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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