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편>‘앤디훅 vs 휘리오’, 영원한 숙적의 대결 - K-1 마지막회

  

"극진가라테는 실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무도이다. 제 3자가 ‘그만’이라고 외쳐도 끝까지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앤디훅

91년 11월 2일, 동경 일본 무도관. 마침내 모든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세기의 일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제 5회 극진세계대회>의 제 4회전. 날카로운 지르기와 차기 공방전에 대회장은 크게 요동을 치고 있었다.

전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두고, 5회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는 스위스의 가라테가 앤디·훅(당시, 27세). 브라질의 신진강호 프란시스코 휘리오(당시 20세).

시합은 어느 한쪽에도 기울지 않고 팽팽한 호각을 이룬 채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미 연장전도 2회째에 돌입하고 있었다. 두 사람 다최고 수준의 가라테 기술을 지닌 카라테의 맹자 중의 맹자였다.

두 사람 모두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쉽사리 결말을 내지 못한 채 슬슬 종료 벨이 울리려 하고 있었다. 주심이 막 ‘그만’이라는 지시를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시합 종료를 알리는 사인과 동시에 휘리오가 날린 <왼발 상단돌려차기>가 훅의 안면을 강타하고 있었다.

양 무릎을 꿇으면서 하늘을 바라본 채 그대로 쓰러져 내리던 앤디 훅은 그 자리에서 실신하고 만다. “그 발차기는 시합 종료 후에 있었던 것이므로 당연히 이 시합의 결과는 무효다” 스위스 진영에서 들고 일어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때 극진회관의 오오야마 총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진가라테는 실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무도이다. 무도인 이상, 설령 제 3자가 ‘그만’이라고 외쳐도 끝까지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

오오야마 총재의 중재에 의해 결국 ‘앤디 훅’의 패배가 결정되었다.이것이 바로 앤디 훅과 휘리오의 최초의 대결이었다. 훅과 휘리오의 악연(?)은 바로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 나는 항상 앤디 훅이라는 ‘파이터’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수련해왔다. ‘훅’은 반드시 내가 넘어야 할 ‘산’과 같은 존재였다.” 훅과의 대결을 끝낸 휘리오는 그렇게 술회하고 있었다.휘리오는 훅과의 이 일전을 계기로 가라테가로서 크게 비약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한편, 훅은 그 시합 이후 ‘극진’을 벗어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앤디 훅, 본명이 앤드리스 훅인 그 사내는 64년 9월 7일 스위스 북부에 위치한 ‘브렌’이라는 인구 만 2천 여명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축구 소년이었던 훅에게 일대 전기가 찾아온 것은 그가 10살이 되던 해였다. 훅은 “가라테를 처음 접하는 순간, 반해버렸죠”라고 말했다. 15세가 되던 해 ‘블랙밸트’를 취득한 앤디는 81년에 스위스 왕좌에 올랐으며, 19세가 되던 해 제 3회 극진세계대회에 출장한다.

훅은 그 이후부터 줄곧 극진왕좌에 오르기 만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왔다. 하지만, 휘리오에게 패하면서 극진을 떠나 <지도자>로서 제 2의 인생을 살아갈 것을 결심하기에 이른다.그러나, 운명은 끝내 훅을 다시 하여금 투쟁의 무대로 이끌고 있었다. 바로, 그 무렵 [K-1]을 준비 중이던 정도회관의 ‘이시이 카즈요시’ 관장이 그를 K-1의 무대로 불러들였던 것.

이렇게 훅은 정도회관의 이시이 관장의 손에 이끌려 K-1의 전사로서, 프로 격투가로서 격투가들의 꿈의 무대인 으로의 데뷔를 결심한다. 이렇게, 지도자로서의 꿈을 잠시 접고 꿈의 무대인 K-1에 화려한 데뷔전을 치를 것을 결심한 훅이었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커다란 ‘벽’이었다.

앤디 훅은 94년과 95년, 2년 연속 무대에서 단 1회전도 버티지 못하고 무명의 파이터에게 연이은 패배를 거듭하면서 길고 긴 슬럼프의 시기를 맞이하는 가 싶었다. 그러나, 그의 투지의 불꽃은 아직 사그러들지 않았나 보다. 불굴의 의지로 슬럼프를 탈출하는가 싶더니, 이듬해 96년 그랑프리를 제패하면서 화려하게 부활의 신호탄을 터트린 것이다. 그 이후부터 그는 착실히 프로 격투가로서의 캐리어를 키워나갔다.

이렇게 승승장구를 계속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려던 훅 앞에 숙적 휘리오와의 재격돌 소식이 전해졌다.97년의 일이었다.

훅이 이 무렵 자신의 최전성기였다면, 상대인 휘리오 역시 확실하게 가라테가로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던 시기였다. 71년 1월 10일 브라질에서 태어난 휘리오가 ‘괴물’로서 두각을 나타낸 데에는 ‘브라질 극진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이소베(磯邊淸次)사범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소베사범 밑에서 맹훈련을 받고 난 이후 휘리오는 그 잠재된 능력을 순식간에 개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휘리오가 받았던 훈련은 이른바 <지옥훈련>이었던 것이다. 중량이 15KG이나 되는 납이든 조끼를 입고, 손과 발에는 탄성이 강한 고무튜브를 감은 채, 120KG의 샌드백을 두들기거나, 차는 훈련을 했던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지옥 훈련을 통해 휘리오는 600kg을 넘어서는 펀치력과 1톤의 킥력을 보유한 ‘괴물 격투가’로 거듭나고 있었던 것이다.

<전신흉기>로 거듭나게 된 휘리오는 95년 극진이 자랑하는‘백인조수(百人組手)’를 완수하고, 같은 해 극진 세계대회에서 제 5위에 입상하는 등 가라테가로서 착실한 성장을 보여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시기가 찾아왔다. 지상최강을 표방하는 극진가라테를 수련하고, 그 후 프로 격투기의 세계로 뛰어든 앤디 훅. 그 훅의 뒤를 쫓기라도 하듯 프란시스코 휘리오도 마침내 97년k-1의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데뷔전에서 휘리오를 기다리고 있던 상대는 그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앤디 훅’이었다. 7월 20일, 나고야 돔에서 치뤄진 . 운명의 손에 인도되어 온 그들을 맞이한 것은 6년이라는 세월 동안 잊혀져 지내왔던 ‘인연의 무대’였다.

링 위에 올라선 양웅.‘186센티, 104킬로그램’이라는 축복 받은 체구의 휘리오에 비해 180센티에도 못 미치는 작은 체구의 훅이었지만, 전년도 그토록 갈망하던 를 제패하고 현역 챔프로 등극한 훅에게는 제왕 만이 갖을 수 있는 광채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또한, 훅의 얼굴 표정에는“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너만은 반드시 쓰러뜨리고야 말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역력하게 묻어나오고 있었다.

“땡~~”

앤디·훅, 악몽(惡夢)은 현실로!!


그리고, 마침내 시합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강렬한 왼손 훅을 무기로 갖고 있는 앤디 훅은 사우스포 자세를 취했고, 휘리오는 왼 발을 앞에 둔 전형적인 가라테의 쿠미테 자세를 취하면서 냉정하게 훅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거리를 재고 있었다.

서로 마주보며 상대의 빈틈만 노리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엔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둘 사이의 침묵을 깨트리고 먼저 공격을 시도한 쪽은 휘리오였다. 휘리오의 오른발 상단돌려차기가 쏘아 놓은 화살처럼 훅의 안면을 향해 날아드는 순간이었다.

“툭”

휘리오의 살인적인 상단 돌려차기를 막아낸 훅의 글러브에서 기분 나쁜 둔탁한 파열음이 났다. 언제 자세를 취했는지 모를 ‘전광석화’와도 같은 휘리오의 돌려차기에 관중석 한가운데로부터 커다란 환성이 퍼져 나왔다.

휘리오는 계속해서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재차 왼발 중단차기로 공격을 퍼부었다. 이렇게 경기 초반은 휘리오가 쉴새 없이 차기 공격을 퍼붓고, 경험이 풍부한 훅이 화려한 풋워크를 구사하면서 여유 있게 피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으로 k-1 무대에 오른 휘리오의 자세는 여지껏 익혀왔던 그의 무술 ‘극진가라테’의 쿠미테 자세 바로 그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그의 자세는 관객들에게는 신선함으로 비춰졌다.

휘리오의 공격이 잠시 주춤해진 틈을 타 이번에는 훅이 공격을 시작했다. 휘리오가 왼발 차기공격을 개시하려던 바로 그 순간, 훅은 재빨리 몸을 돌리면서 휘리오의 축 발인 오른 발 대퇴부를 향해 하단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이른바 ‘앤디 훅 토네이도’였다. 이 기술은 훅의 공인된 필살기 중 하나로, 바로 이 기술을 사용하여 여러 강호들을 차례 차례 쓰러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정확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일순간 휘리오는 몸의 밸런스를 잃었다. 하지만 곧 밸런스를 회복한 휘리오는 훅의 복부를 향해 오른발 중단 돌려차기를 날렸다.

휘리오의 킥의 특징은, 오른발은 중량감 있고 강하고, 왼발은 날카롭고 빠르다. 다시 말해서 좌우측 모두 나름대로 각기 다른 특징이 있으며, ‘일격필살’의 파괴력을 갖추고 있다.

둘 사이에는 서서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이 동시에 왼발 하단차기를 위해 잠깐 무릎을 접었다가 뻗어냈다. 공격했던 발이 마주치면서 둘의 공격은 모두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휘리오는 잠시 뒤로 물러서면서 앞차기를 시도했다. 이 순간 휘리오의 가드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한 훅이 휘리오의 보디를 향해 왼발 중단 킥을 날렸지만, 곧 바로 휘리오의 반격이 이어졌다. 오른발 하단차기에 이어진, 오른발 상단돌려차기가 훅의 안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훅은 이에 원, 투 스트레이트를 날리면서 휘리오의 품안으로 뛰어들며 이 시합에서 처음으로‘클린치’를 시도한다.

레프리(주심)의 브레이크(갈려) 선언에 의해 껴안고 있던 두 사람의 몸이 떨어지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휘리오의 오른발 중단 돌려차기가 훅의 왼쪽 옆구리에 작렬하듯 파고 들어갔다.

순간, 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두 사람 모두 ‘일격필살’의 가라테를 익힌 최고의 격투가인 만큼 한 순간의 방심은 곧 ‘죽음(시합에서는 ‘KO’를 의미하겠지만)’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터였다.

훅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휘리오의 빈틈을 노리자, 휘리오 역시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일순 공격 동작을 멈춰버렸다. 이제 두 사람 다 상대의 움직임을, 이른바 서로의 빈틈을 노리기 위해 의도적인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

공이 울리고, 2분 여쯤이 경과할 무렵이었다. 훅이 자신의 또 하나의 필살기 중 하나인 ‘내려찍기’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미 훅의 찍기 공격을 간파한 휘리오는 긴 리치를 이용한 왼발 앞차기로 훅의 찍기 공격을 여유 있게 무력화 시키면서 사정권 밖으로 물러서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훅의 공격이 이어졌다. 훅은 로프 쪽으로 멀어지는 휘리오를 쫓아 왼손, 오른손 번갈아가면서 원, 투 스트레이트를 날리고 있었다. 훅의 오른손 훅이 허공을 가르던 바로 그‘찰나’의 순간이었다. 휘리오가 날린 오른손 훅이, 앤디 훅의 턱을 향해 잔혹하게 파고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일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어버렸다. 이미 앤디 훅의 시계는 멎어버린 것이다.

정신이 떠난 훅의 몸뚱아리가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링 바닥에 닿는가 싶더니, 그대로 큰 대자를 그리며 쓰러진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훅이 링 바닥에 쓰러져 있던 시간은 불과 2분 37초였다. 하지만, 훅에게 있어서 그 시간은 마치, 2시간 37분 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악몽의 재래(再來)인가………..!?”

앤디 훅과 프란시스코 휘리오의 두 번째 격돌은 격투가끼리의 대결에 어울리는‘일격’에 의한 멋진 한판 승부였다. 이후, 휘리오는 KO 행진을 이어가며 ‘일격’ 신화를 창조해갔다.

한편, 휘리오에게 통한의 KO패를 당한 훅은 휘리오를 향한 복수의 무대를 두 번 다시 갖지 못한 채 2000년 8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세상’으로 쓸쓸한 여행을 떠나고 말았다.

가라테 정상의 대결’은 이렇게 두 번 다시 실현되지 못할 ‘전설 속의 일전’으로 남은 채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조용히 잊혀져 갈 것이다.
#K-1 #격투기 #정도회관 #앤디 #앤디훅 #휘리오 #프란시스코휘리오 #극진회관 #이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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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고있네

    앤디훅이 이기는 경기였다는건 무슨 헛소리지;; 아니면 개소리인가.

    2012-07-0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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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디훅광팬

    2004-04-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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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기 솔직히 앤디훅이 이기는 경기였는데...
    졸라 열받어!

    2003-08-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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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돌이

    내용없음

    2003-08-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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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ㅡㅡ;;

    무슨 이유 때문에 작고 하셨는지..

    2003-08-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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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다닥

    .

    2003-06-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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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주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좀 ㄷㅓ 재미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현재 수련중인 극진가라데 기본기에 관해서 연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03-06-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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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

    수고하셨고요..

    제롬 르 반나와 베르나르도와의 경기에서도 같은 상황이 일어났었는데
    그 때는 무효로 선언되지 않았나요?

    어쨌든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2003-06-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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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어본 사람

    연재된 k-1기사 잘 읽었습니다. 조기자님!
    10편으로 끝나니 아쉽네요. 암튼 감사합니다.

    2003-06-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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