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트 세계] 불 앞의 사나이

  


무술감독 겸 스턴트맨

내 손등에는 불꽃이 남긴 영광스러운 흉터 자국이 있다. 영화 촬영 도중 생겨난 흉터이다.

영화 <리베라메>를 찍을 때였다. 이 영화는 ‘불’로 시작해 ‘불’로 끝나는 영화이다. 스턴트맨이 해야 할 일이 참 많았던 영화중에 하나이다.

영화를 보면, 소방관이 온몸에 불이 붙어 타죽는 신이 있다. 이 한 장면을촬영하기 위해서는 스턴트맨의 엄청난 정신력과 다양한 도구들이 필요하다.

정신력이라 함은 뜨거운 열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황에 대처하는 순간의 정신이고, 도구란 내 몸을 지켜줄 의상과 불과 가까이 해도 내 피부를 지켜줄 젤 등이다.

이것들이 생명을 지켜주는 준비물 이라고 할 수 있다.

난 무술감독이기도 했지만 직접 스턴트맨으로 <리베라메>에 참여 했다. 후배들이 하기 위험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함 이였다.

얼굴과 몸에 차가운 젤을 꼼꼼히 바르고 의상을 입고 준비를 했다. 내가 맡은 장면은 소방관이 불이 붙은 건물에 사람들을 구하러 들어가는데 건물이 무너지면서 소방관에게 불이 붙는 신이었다.

기름을 뿌리고 큐 사인과 동시에 몸에 불이 붙는 순간, 불이 폭발하듯이 터져 내게 한순간에 몰려왔다. 엄청난 열기에 숨이 막히고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장면을 만들어 내기위해 생각해 놓은 길대로 한 동작 한 동작들을 정신 차리고 연기해냈다.

뜨거웠던 불이 꺼지며 잘 끝내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끝낸 찰나에 리베라메의 감독인 양윤호 감독은 그렇게까지 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윤호 감독의 석사논문에 내가 신처럼 보였다고 까지 말해주었다.

위험한걸 알면서도 촬영을 해야 할 때가 참 많다. 그러나 좋은 장면 하나가 나올 때면 짜릿하고 뿌듯한 이 느낌은 나를 미치게 만든다.

불? 그까짓 거 두렵지 않다. 아니, 사실 두렵지만 멋진 장면을 많은 관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두려움을 버리고 완벽하게 장면을 만들어 낼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다.



[정리 = 조세희 무카스 대학생기자 / sehee1113@nate.com]

* 무토 액션스튜디오 양길영 무술감독의 스턴트 세상은 격주 화요일에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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