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챔피언 된 정윤조 “주위에서 보는 눈빛이 달라져”


  

올림픽 랭킹 180위, 우승후보에 끼지 못했던 정윤조의 깜짝 우승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딴 후 주위에서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금메달을 목에 건 정윤조(경희대, 4학년)

 

‘2017 WTF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남자 -58kg급 우승자 정윤조(경희대 4학년). 하루 사이에 대표 팀에서 입지가 높아졌다. 대표팀 내에서 이번 대회에 남자부에서만 금메달 3개 였지만, 솔직히 정윤조는 금메달 후보에 들지 못했다. 더 솔직히 메달 후보도 기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WTF 세계랭킹 105, 올림픽랭킹은 180. 무명의 정윤조가 일을 냈다. 예선부터 심상치 않았다. 64강 첫 경기, 조지아의 파크사시빌리 라드리를 141로 일방적으로 이겼다. 다음 32강도 독일의 압둘라티프 세즈긴을 2412 더블스코어 승리, 16강은 영국의 맥스 케이터를 165, 메달결정전 8강에서는 태국의 한프랍을 2815로 앞선 가운데 상대의 감점 누적으로 감점승 승리를 거뒀다.

 

이 체급은 한국 선수 킬러인 이란의 아수르자데 팔라 파르잔과 세계랭킹 1위로 경쟁력이 강한 카를로스 나바로가 버티고 있는 체급이다. 스스로 금메달 가능성 51%(반신반의에 1%는 체력에 대한 자신감)로 도전했다.

 

준결승에서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인 랭킹 1위 카를로스 나바로와 맞붙었다. 상대적으로 국제경험이 풍부하고, 경기력까지 우세한 상대를 상대로 153으로 압승을 거뒀다. 감점 외 실점이 없었다. 사전 분석이 통()한 순간이다. 결승도 만만치 않은 러시아의 미카일 아르타모노프를 초반에 여유 있게 앞서다, 후반부 추격을 당하며 한 점차로 겨우 이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화끈한 경기운영으로 세계 선수들에게 큰 인기

정윤조가 결승에서 상대에 얼굴공격을 하고 있다. 

그렇게 도전한 세계무대 정복기. 정윤조는 이기는 것도 이긴 거지만, 경기 내용이 남달랐다. 거침없이 다이내믹한 경기 운영으로 순식간에 국내는 물론 해외 선수들에게까지 관심을 받았다.

 

주요 경기가 유튜브와 라이브 방송으로 SNS에 급속도로 퍼졌고,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반응도 좋았다. “제대로 된 태권도를 보여줬다는 극찬이 이어졌다.

 

그뿐만 아니다. 그날 숙소로 이동한 후 대표팀 내부에서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좀처럼 말이 없던 김종기 총감독도 윤조, 오늘 잘했다. 그렇게만 하면 된다고 격려와 응원을 했다. 다른 코치와 선수들과도 소통이 정말 많아졌다(웃음)”고 전했다.

 

외국 선수만 봐도 울렁증이었던 정윤조선배들 조언과 태릉선수촌 합숙으로 극복

정윤조가 결승전을 앞두고 전문희 코치로부터 진지하게 작전 지시를 받고 있다. 

대회전까지 정윤조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울렁증이 있었다. 국제대회 경험 부족 탓이다. 지난해 국가대표에 선발돼 첫 출전한 아시아선수권대회. 가벼운 경기를 뛰겠다고 구멍이 뚫린 N사 팔 보호대를 끼고 출전했다.

 

그런데 경기에 나서기 전 비공인 제품 착용을 이유로 제지를 당했다. 급히 다른 선수의 보호대로 교체했다. 이미 당황했다. 결국 이란 선수에게 지고 말았다. 경기 시작 15분도 안 돼 첫 도전이 끝났다. 허무했다.

 

국제대회가 처음이다 보니까, 모든 게 낯설었다. 한국에서는 아무 아대(팔 보호대)’나 껴도 상관없는데, ~ 그걸(비공인 제품) 어떻게 알고 제지를 하는데, 많이 당황했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때부터 더 외국선수과 경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런 그가 어떻게 세계 정상에 올랐을까. 외국인 선수 울렁증 극복은 선배들의 도움이 컸다. 이아름(여자 -57kg급 금메달 획득, 고양시청)의 스파링파트너로 입촌한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황경선 선수와 리우 올림픽 금메달 오혜리 선수가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김훈과 김태훈 선수가 주요 선수들의 전술적인 도움을 줬다.

 

대회 준비하면서 혜리 누나와 경선 누나는 심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 훈이 형은 세심하게 잘 챙겨줬다. 이번 대회 아쉽게 메달을 못 땄는데, 내가 금메달을 따자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이 체급을 잘 아는 태훈이 형은 선수마다 특성을 설명해주면서 전력분석을 꼼꼼하게 해줬다. 다들 형들과 누나들 덕분이다

 

달라진 태릉선수촌 분위기도 한몫했다. 과거와 달리 소통이 자유로워졌다. 코치들과 많은 대화로 부족함을 채웠다. 외국인 선수단 전지훈련으로 외국인 울렁증을 많이 해결했다. 또 새롭게 가동된 전력분석팀의 사전 상위 5위권 선수들의 전력분석과 대회 중 실시간 분석으로 자신감까지 얻었다. 그 덕에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인 카를로스 나바로를 꺾을 수 있었다고.

 

정윤조의 무기는 누구보다 강한 체력정신력’.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비장의 무기 역시 체력전이었다. 강하게 밀어부쳐 상대를 지치게 해 마지막 정신력으로 이기는 승부를 준비했다.

 

대표팀 내에서 체력왕이대훈과 막상막하의 강한 체력을 가진 정윤조는 외국 선수들이 우리처럼 체력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다보니, 체력이 약하다고 들었다. 난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 그래서 체력으로 흔들어서 상대를 기운 빠지게 해서 내 경기를 하고자 했다고 전략을 소개했다.

 

초등학교 때 축구부와 태권도부 양다리태권도부 코치에게 걸려 태권도

정윤조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첫판 탈락의 아픔을 잊고 선전하고 있다.

 정윤조의 운동신경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남달랐다. 태권도만큼 축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용천초를 다니던 때 축구부와 태권도부를 함께 했다. 그러던 중 태권도부 오광석 코치(현 태성중 코치)에게 걸렸다. 매를 맞고 축구부를 그만뒀다.

 

축구도 재밌고, 태권도도 재밌었다. 그래서 몰래 두 종목 모두 했다. 그러다 오광석 코치님께 딱 걸렸다. 매도 맞고 혼나서 그 계기로 축구는 그만뒀다. 이번 대회에 오셨다. 만약에 그때 축구부 코치님께 걸렸다면, 태권도를 그만뒀을 것이다

 

태성중학교와 태성고를 거쳐 경희대학교에 진학한 정윤조는 스스로 자부심이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무기로 성장을 거듭했다.

 

고교 시절 금메달이 없던 정윤조는 때마침 경희대에 오기로 했던 선수 한 명이 빵구를 내 티오가 한 명 생긴 경희대 진학의 기회를 잡았다. 비장학생이던 정윤조는 꾸준히 성적으로 보답해 장학생이 됐고, 이제는 경희대를 대표하는 간판선수로 되었다.

 

결승전을 앞두고 정윤조 선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응원을 온 경희대 문광선 감독에게 정윤조 선수에 대해 묻자 체력과 멘탈이 무지 강한 선수다. 지고 있어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선수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첫판에서 져도 패자로 올라가 승부를 뒤엎는 그런 선수다. 단연코 이번 대회 우승할 거다고 자신했다.

 

이번 대회에 우승한 정윤조는 앞으로 목표에 대해 묻자 다른 형들처럼 그랑프리도 뛰고 여러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도 내고 유명해지고 싶다면서 김태훈 선수와 대결에 대해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작년에 태릉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많이 맞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덜 맞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윤조가 우승 직후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

 

모든 질문에 솔직했다. 실업팀 진로에 있어서도 “(현재 구두 계약이 된 팀과) 아직 도장은 안 찍었다. 더 좋은 조건이 들어온다면, ~ (바꿀 수 있다는)”라고도 하고 곧 중국에서 8천만원 상금을 주는 대회(월드태권도그랜드챔피언스시리즈)가 열린다는데 나가서 무조건 이겨 상금 받을 것이다. 또 내년에는 아시안게임 나가서 군복부도 면제 받아서 2020 도쿄올림픽까지 집중해 꼭 우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순수 그 자체, 자신이 인터뷰 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는 정윤조.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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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조 화이팅!

    2017-07-06 11:21:52 신고

    답글 0
    • hhj1007

      정윤조 파이팅!!

      2017-07-06 16:26:53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