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쌍둥이 태권도 챔피언 기대

광양 중동中 ‘서채근-서채일’ 쌍둥이 태권도형제 시선집중!

비슷하게 생긴 채근(좌)이와 채일(우)이 김동기 코치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경기장에서 조금 전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경기를 뛰던 선수가 대기실에 또 있다. 귀신이 곡할 노릇. 알고 봤더니 경기를 뛰던 선수와 대기실에서 있던 선수는 ‘일란성 쌍둥이’ 태권도 형제였다. 서채근(동생, 광양중동중 3년)과 서채일(형, 광양중동중 3년)이 그 주인공.

동생 서채근은 10일 전남 강진군 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제29회 전라남도교육감기태권도대회에서 남중부 라이트급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형 서채일은 8강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동생의 남은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며 응원했다.

쌍둥이는 지역뿐만 아니라 중앙에서도 그 기량을 인정받았다. 지난 5월 28일 경북 영천에서 막을 내린 제36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쌍둥이는 태권도 경기 사상 첫 동반우승에 도전했다.

8강까지 순조롭게 진출한 쌍둥이. 동생 채근이는 상대를 연속 제압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형 채일이는 충북대표와 3회전까지 3-3 접전 끝에 무승부로 연장전에 돌입했으나 선취점을 내주며 아쉽게 8강에서 패했다. 하지만 채일이는 동생보다 먼저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 3위(라이트급) 입상하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1992년 7월 6일. 5분차이로 세상에 태어난 쌍둥이. 태권도는 같은 시간에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TV에서 태권도 경기를 본 쌍둥이는 “(당시)태권도 발차기가 너무 멋있어 그날부터 부모님께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졸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광양체육관(관장 양승찬)에 입관하게 됐다”고 태권도 입문 동기를 설명했다.

태권도를 하고 싶어 했던 만큼 실력도 빨리 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여러 대회에 입상하는 등 전남 태권도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것. 중학교에 진학 후에는 실력이 급성장한 탓에 팀 내 기량이 비슷한 선수가 없어 훈련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쌍둥이의 활약에 소속팀인 광양중동중학교(교장 장호익, 감독 김광식)도 지난 해 ‘전남협회장기대회’와 ‘성화대학장배’를 연속해 종합우승했다. 특히 이번 채근이가 학교에 안긴 소년체전 금메달은 창단 이후 7년 만에 얻은 첫 금메달여서 더욱 값지다.

김동기 코치(35)는 “실력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 교내에서도 기량이 좋아 두 선수 외에는 스파링파트너가 없을 정도다”며 “고등학교와 대학에 진학하면서 지금처럼 열심히 한다면 국가대표도 기대해 볼만하다”고 쌍둥이의 장래를 높이 평가했다.

쌍둥이라 그런지 닮은꼴도 많았다. 운동시간 외에는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또 축구를 좋아한다. 만약 태권도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쌍둥이 축구 형제로 이름을 날렸을 지도 모르는 일. 태권도 선수 중에는 삼성에스원 소속의 김재봉 선수(23)를 좋아한다고 했다.

쌍둥이는 마지막으로 “가정형편도 어려운데 우리가 운동할 수 있도록 많은 고생을 하신 아빠와 엄마, 그리고 코치님을 위해 더욱 열심히 할 것이다”며 “국가대표가 되어 세계 정상에 섰으면 하고, 그 다음에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한편, 쌍둥이는 지난 소년체전에서 이루지 못한 동반 우승을 앞으로 열릴 ‘문화관광부장관기’와 ‘대한태권도협회장기대회’에서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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